새재의 봄 한자락 찻사발에 담아오세요전통 장작가마에서 빚어낸 찻잔 무료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

성벽 아래의 진달래꽃밭에서 봄을 즐기고 있는 가족
백두대간 산줄기를 껴안고 터를 잡은 문경은 1,000m 내외의 험한 산들이 솟아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악 고을이다. 또한 조선 시대 한양과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에 있어, 예부터 ‘문경’이라 하면 ‘새재’를 연상할 정도로 문경새재의 명성은 드높았다. 햇살 따사로운 봄날, 사연 깊은 문경새재도 거닐고 때 맞춰 문경새재 아래에서 열리는 문경 찻사발축제도 즐겨보자.

5월6일까지 펼쳐져

우리나라 최고의 산악 고을인 문경은 우리나라 최고의 도자기의 고을이기도 하다. 경기도 광주·이천·여주 등에서 고급 도자기를 굽던 관요와 달리, 이곳에서는 소박한 멋을 담고 있는 막사발류의 생활자기가 많이 생산되었다. 이렇게 해서 발전된 문경의 찻사발은 어느덧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명품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 9회째를 맞는 ‘2007 문경, 한국전통찻사발축제’는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문경새재 아래의 문경도자기전시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9일 동안 펼쳐지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다시 피는 천년의 불꽃’. 이는 옛 장인의 역사와 혼이 한바탕 잔치를 통하여 다시 피어나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축제 기간 중에는 찻사발 빚기 체험, 찻사발 그림그리기 체험 등을 비롯해 질(진흙)밟기, 모닥불체험, 맨손고기잡이 체험과 수상자전거 체험, 짚공예, 나무공예 등 어린이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또 전통 도자기 분야의 유일한 중요무형문화재인 백산 김정옥, 전통도예명장인 도천 천한봉, 그리고 월파 이정환 등 24명에 이르는 문경 전통 작가들의 도자기 명품전도 열려 문경 전통도자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찻사발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특별 할인 판매 행사도 인기가 있다.

이외에도 연예인이 만든 도자기 부스, 찻사발 국제교류전, 찻사발공모대전, 전통도자기 명장전, 문경도자기 명품전, 사진으로 보는 문경의 도자100년사 등 다양한 전시도 눈을 즐겁게 한다. 또 전통민속관체험관에선 유기장 이봉주 , 한지장 김삼식, 자수장 김시인, 호산춘 권숙자 등이 시연하는 문경의 무형문화재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올해에는 문화관광부 유망축제 선정을 기념하기 위해 2007명에게 전통장작가마에서 빚어낸 찻잔을 각종 이벤트를 통해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 하니 적극적으로 이벤트에 참가해 찻잔을 받아보자. 무엇보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국 유명한 차 모임이 하루 두 차례씩 펼치는 다례 시연도 놓칠 수 없다.

이번 찻사발축제의 메인 장소인 도자기전시관은 전통 찻사발이라는 독특한 자기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찻사발 관련 도자기의 역사도 살펴보고 국내 도자기 명장이 만든 찻사발도 감상할 수 있다. 개장시간은 09:00~18:00. 주차료와 입장료는 없다. (054) 572-0296

영남대로에서 가장 큰 문경새재

찻사발 축제장은 문경새재 입구에 있어 축제장을 들르게 되면 자연스레 문경새재 산책으로 연결된다. 낙동강과 남한강을 연결하는 주요한 길목인 문경새재는 조선 시대엔 한양에서 부산 동래까지 이어진 영남대로 가운데 가장 컸다. 영남에서 거둬들인 세곡이나 대궐에 바칠 진상품은 물론,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를 보러 나선 영남의 선비들도 대부분 이 고개를 넘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에 새재의 유적지를 복원하자 사람들은 조선 시대에 한반도의 대표 고개로 명성을 날렸던 문경새재의 실체를 확인하려 찾아들기 시작했다. 복원 당시 도로를 비포장으로 남겨두었던 덕에 고갯길은 운치가 한껏 넘친다.

제1관문 위쪽에 있는 드라마 촬영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삼국 시대의 병사, 백성, 장사꾼 등의 옛 복장을 한 엑스트라들과 관광객들이 왕궁과 민가를 배경으로 뒤섞인 광경은 색다른 재미가 있다. 규모가 계속 커져 꼼꼼히 둘러보려면 30분도 넘게 걸린다.

그러나 흙길과 촬영장 등은 외적인 요인일 뿐, 문경새재의 장점은 무엇보다 풍부한 콘텐츠에 있다. 제1관문인 주흘관, 제2관문인 조곡관, 제3관문인 조령관, 그리고 경상감사가 직인을 주고받았던 교구정터, 객사가 있던 조령원터 등을 살펴보며 걷는 맛은 최고다. 나그네들이 요기를 하거나 하룻밤 묵어가던 옛 주막터를 기웃거리거나 조선 후기의 ‘산불됴심’ 비석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문경새재 매표소 앞에 있는 문경새재박물관(054-572-4000 www.mgsj.go.kr)에는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문경의 역사적 특수성을 살린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니 꼭 들러보자.

문경새재 매표소에서 문경새재 정상인 제3관문까지는 총 6.5km로, 걷는 시간만 왕복 3~4시간 걸린다. 길은 넓고 평탄해 유치원생 어린이도 무난히 갈 수 있다. 문경새재 입장료는 어른 2,100원, 어린이 750원. 주차료 2,000원. 관리사무소 (054) 571-0709

여행정보

교통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 3번 국도→ 문경새재 <2시간 소요> △서울→ 문경 동서울 종합터미널(02-446-8000)에서 매일 15회(06:30~19:20) 2시간 소요. 문경읍→ 문경새재 입구 문경터미널(054-571-0343)에서 매일 11회(07:20~18;50) 운행. 10분 소요.

숙식

문경새재 입구 상가지구에 문경파크관광호텔(054-571-8001), 새재모텔(054-571-1818), 새재파크(054-571-6069) 주흘산장(054-571-584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새재 입구의 소문난식당(054-572-2255), 새재할매집(054-571-5600) 등에서 도토리묵조밥을 맛볼 수 있다.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의 봄 풍경
도공의 도움을 받아가며 도자기를 빚어보고 있는 어린이.(사진= 문경시청)
찻사발축제장을 찾은 외국인이 찻사발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사진= 문경시청)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