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지음·삶과 꿈 발행·12,000원

‘지었다’라고 하기보다는 ‘모았다’라는 게 더 정확할 듯싶은 책이다.

현답집이라는 구성이 본래 그러하지만 저자의 여는 글에서 더 확연한 이유가 드러난다.

인생을 사는 지혜는 누구나 묻는 물음인 만큼 이미 수많은 답들이 있다. 혼자만의 생각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미 남들이 생각해버린 것들이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은 풍월을 마치 자기만의 탁견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많은 현답들의 출처를 일일이 밝힌다. 인생의 화두를 공유하고 독자와 정직한 대면을 이루려는 뜻인 듯싶다.

책은 모두 30개의 물음으로 이뤄져 있지만 순서를 잡아 읽는 것은 무의미하다.

잡히는 대로 펼쳐 물음을 음미하고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이 물음에 대한 첫 답을 내준다. “행복한 사람은 신체 건강하고 돈이 많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다.” 동의하시는지? 어쩐지 좀 단순하다 여겨지면 줄줄이 따라가보자.

세네카는 “덕은 진정한 행복의 기초”라고 말했고 쇼펜하우어는 ‘고통과 권태가 없는 상태’를 행복이라 정의했다. 행복을 큰 데서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다.

‘행복한 삶은 아주 작은 것에 달려 있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라서도 안되고 행복은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언설도 이어진다.

그래서 결국 저자가 마무리로 골라낸 답은 미국의 사상가 로버트 잉거솔의 신조. ‘행복은 유일한 선이다. 행복한 시간은 지금이다. 행복할 장소는 여기다. 행복의 길은 남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다.’

행복론 하나로 엿본 책 모양새의 대강이다. ‘세상에 인간적인 인간은 얼마나 있는가’로 시작해 ‘인생은 살 만한 것인가’로 갈무리되는 물음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때론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것들이다.

‘무엇이 성공인가’, ‘부(富)는 필요악인가’는 이 시대의 화두이기도 하고 ‘곧을 것인가, 굽힐 것인가’, ‘사람을 믿을 것인가, 믿지 말 것인가’는 처세의 화두이기도 하다. 그리고 플라톤, 몽테뉴, 셰익스피어, 니체, 두보를 지나 <구약성서>, <돈키호테>, <팡세>, <목민심서> 등등을 아우르는 출처는 너무나 방대해 현란하기까지 하다.

동서양이 따로 없고 고금을 넘나들며 철학과 문학이 응수한다. 그 많은 격언들이 적재적소에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지니 신기할 따름이다.

인용이 워낙 물 흐르듯 하는지라 저자만의 목소리를 골라내기가 쉽진 않다(물론 그 인용도 저자의 말이다. 단지 누군가 먼저 말했을 뿐).

그렇게 감질나게 읽혀지는 저자의 생각은 중용(中庸)에 가깝다. ‘과감이나 신중이나, 어느 한 쪽만의 승부는 없다’, ‘믿되 조심하라’ 등. 긍정과 부정, 좌우를 다 보이고 아우르는 것이다.

그리고 꼿꼿하다. ‘세상이 아무리 굽어도 먹줄 같은 곧은 길은 언제나 있는 것이다’, ‘참으로 오늘 이 시대야말로 정직할 시간이다’. 갖추기가 쉽지 않지만 탁월한 균형감각은 세상을 사는 지혜의 가장 중요한 덕목임엔 틀림없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하나 창작도 있다. 책의 종장은 저자의 짧은 생각들로 정리되는데 이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론인으로 40여 년을 살았고 우리나라 최초의 ‘명예시인’이라는 이력답게 언어 유희가 남다른 덕이다. 현답 중 한두 개쯤은 기억해뒀다가 그럴듯하게 써먹을 수도 있겠다. 책 전체가 이미 명언과 사색의 보고(寶庫)라 밑줄 그을 것들이 넘치지만 말이다. 서재에 꽂아두고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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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