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재즈, 대중 속으로 신나는 외출

재즈가 인파 속으로 파고들었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연일 재즈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KT아트홀 오픈 기념 공연으로 시작된 <2007 Jazz Summit- Jazz and the City>다. 서울의 빌딩 숲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재즈 축제로, 보기 드물게 만나는 도심 속의 음악 대향연이다.

이번 재즈 축제는 무엇보다 구성과 기획력이 돋보인다. 4월에 이어 5월에도 매일 공연팀을 바꿔가며 한 달 동안 음악 릴레이가 벌어진다. 출연팀당 공연 횟수가 많아야 최대 1개월에 2번 정도다. 프로와 아마추어 연주팀이 고루 섞여 있다는 점도 색다르다.

지난 7일에 공연된 <어번 블루스>는 마치 ‘한여름밤의 꿈’같은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1, 2부로 나누어 각각 두 곡의 연주곡에 이어 약 4곡의 노래들을 쏟아냈다.

보컬 최유리, 피아노 김현정, 베이스 정용도, 드럼 김태헌이 무대를 이끌었다. 연주된 곡은 ‘Stela’, ‘Up jump spring’을 비롯해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Misty’, ‘Fly me to the moon’, ‘Over the rainbow’ 등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귀에 익은 명곡들이었다.

솔직히 공연 자체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다분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공연장 자체가 가진 시설상 제약 때문이다. 일반 빌딩의 로비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공연장으로 재생시킨 무대는 프로의 공연장으로 전연 적합하지 않다.

수시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느라 분위기가 지극히 산만하고, 사방으로 열린 공간이다보니 음향 관리도 수월치 않다. 이번 공연들만 해도 입체 서라운드 스테레오 시스템에 익숙한 귀로 갑자기 모노로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그 때문에 무대 위의 연주 소리가 청중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공연의 질에 있어서도, 재즈 전문가들의 연주라기보다는 ‘재즈를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결론적으로, 도심의 재즈 특집 ‘Jazz Summit’는 예술적인 완성도보다는 ‘거리 축제’ 성격에 의미를 두어야 할 음악제다. 보다 많은 이들과 재즈의 흥취를 공유하게 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실제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입장료는 단 1,000원. 형식에 불과한 이 수익금 역시 전액 저소득층 청각장애아들의 보청기 구입비로 사용된다. 기업이 베푸는 공익 차원의 문화서비스와 사회공헌 차원에서 바람직한 모델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연 시설과 장소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매회 공연 때마다 나타나는 관객들의 적극적인 호응에서 대도시 시민들의 음악적 갈증과 해갈의 효과를 역설적으로 체감케 한다.

4월에 첫 공연을 시도한 후 이 무대에 오르기를 자원하는 공연팀의 신청이 늘어나 최근에는 공연기획팀 측에서 별도 오디션을 통해 출연팀을 선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국내의 숨은 재즈 마니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재발견시켜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너무 큰 기대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본다면 ‘Jazz Summit’는 초여름의 음악적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에게 흡족한 공연이다. 이번 주에는 14일 즉흥연주 재즈밴드 ‘Work’의 무대에 이어 15일 류복성 라틴재즈 올드스타, 18일 김기철 퀸텟의 공연 등이 줄잇는다. 지난 7일에 있었던 <어번 블루스>는 23일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이 재즈 축제는 6월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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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pinplu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