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질감에 맛까지… 역시 다르네

돼지고기 특수부위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면 주로 생각나는 것은? 대부분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목살, 그리고 가끔은 돼지껍질 정도가 연상될 것이다. 그게 전부일까.

그럼 갈매기살이나 가브리살은? 이름만으로는 어떤 동물의 고기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설마 아직까지도 갈매기 고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둘 다 돼지고기의 특정 부위 살 이름이다. 여기에 항정살까지 더하면 돼지고기의 3대 특수 부위다. 대부분 돼지 한 마리에서 200~25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고기들이라 예전에는 귀했다.

서울 봉천동 관악구청 인근에 지난해 말 문을 연 ‘갈매기 조나단’. 이름처럼 갈매기살 전문 구이식당이다. 가브리살과 항정살까지 골라 맛볼 수 있는 특수 부위 전문점이다.

부위마다 색깔도, 씹는 질감도, 맛 또한 다르다. 가장 진한 붉은 색을 띠는 고기는 갈매기살. 돼지의 갈비와 내장 사이를 가로 막는 부위다. 전에는 곱창처럼 냄새가 난다고 잘 먹지 않던 부위인데 요즘에는 없어서 못 파는 고기다. 막상 먹어 보면 쫄깃한 것이 돼지고기 같지 않고 소고기 같기 때문이다.

세 가지 부위 중 가장 색깔이 옅은 것은 항정살이다. 하얀색에 가까운데 씹기에 가장 부드럽다. 다른 부위보다 지방 함량이 높아서다.

갈매기살과 항정살의 중간쯤 되는 것은 가브리살이다. 갈매기살보다 연붉지만 항정살보다는 훨씬 진하다. 붉은 살점 사이로 보이는 하얀 부분 역시 비계층. 흡사 소고기의 마블링(근내지방도) 같다. 씹기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질감까지 있어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가장 많이 찾는다.

이곳에서는 석쇠에서 갈매기살을 구울 때 살점이 살짝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인다. 고기 안에 스며 있는 육즙이 열기에 빠져 나가지 않고 그대로 품고 있어서다. 주인 박태재 씨가 냄새도 제거하고 양념도 할 겸 해서 홀로 개발한 숙성 비법 덕분이다.

불판 옆에 놓여진 것은 계란탕과 상추무침 뿐. 그리고 겨우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생과일 소스와 소금 정도다. 불필요한 반찬을 없애 가격 거품을 뺐다. 갈매기살 1인분이 3,900원. 하지만 계란탕은 계속 리필된다.

소스 중 바나나와 사과 등을 갈아 만든 생과일소스는 새콤하고 3~4시간 정도 볶아 양념한 소금간은 별로 짜지 않다. 식사로는 올갱이 해장국이 간판 메뉴. 알갱이가 큰 것은 속살을 쓰고 작은 것은 육수를 내는데 사용했다.

규모는 작지만 제법 모던하게 꾸며놓은 실내는 특히 할로겐 조명이 돋보인다. 새하얀 빛을 내는 형광등이 아니라 태양 빛에 가까운 약간 붉은 빛을 띠어 고기를 더 맛있게 보여준다.

메뉴 갈매기살 1인분 3,900원, 가브리살과 항정살은 4,900원. 된장과 김치찌개는 1,000원씩. 올갱이해장국 4,900원.

찾아가는 길 지하철2호선 서울대입구역 관악구청 신청사 3거리쪽으로 바로 맞은 편. (02) 888-0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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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