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프로그램의 재미와 인기? 중견 배우에게 물어봐!’

안방극장에서 중견 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원숙한 연기로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극대화하는 건 물론이고,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관록이 돋보이는 재치를 발휘하며 신세대 스타들을 제치고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20대 주연 배우들의 부모나 회사 상사로 드라마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중견 배우들이 작품의 중심에 서기 시작하면서 중견 배우에 대한 시청자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감초 역할을 넘어 웃음을 주도하고 있는 것.

특히 주로 청춘 남녀의 사랑을 주로 다루는 미니시리즈에서 중견 배우들은 왕년의 영광스런 나날을 접고 주변 인물에 그치는 것으로 인식되곤 했지만, 이제 신세대 스타 배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비중으로 시청자들에게 가깝게 파고들고 있다.

중견 배우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 관록과 원숙미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빛나는 활약을 펼친다. 이들이 뿜어내는 빛의 밝기는 거액 출연료를 받는 신세대 스타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진정한 ‘스타’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중견 배우는 단연 ‘야동순재’ 이순재와 ‘초코파이 할아버지’ 신구다. 이순재는 MBC 일일 시트콤 <>에서 주책 없는 한의사로 등장해 6개월 이상 인기 행진을 벌이고 있는 작품의 주역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근엄한 영감님 이미지의 이순재는 <>을 통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나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야동(야한 동영상)을 탐닉하는 극중 캐릭터 덕분에 ‘야동순재’라는 별명을 얻은 이순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두루 사랑을 받는 연기자로 인기의 폭을 대폭 넓혔다.

신구는 지난 10일 종영된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에서 치매 노인 ‘미스타 리’를 통해 감동적인 연기를 펼쳐보였다. 신구는 실감나는 치매 노인 연기로도 눈길을 끌었지만 에이즈에 걸린 증손녀 봄이(서신애)를 비롯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마음으로 의지하는 기둥의 역할로 드라마의 중심을 단단히 받쳤다.

극중에서 신구가 마을 사람들에게 초코파이를 하나씩 전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쌓인 미움과 상처를 다독이고 세상을 떠나자 시청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수백 개의 ‘추모글’을 올리며 애도했다.

<>과 <>에서 각각 이순재와 신구의 파트너로 등장한 나문희와 강부자도 돋보이는 중견 배우로 두각을 나타냈다. 나문희는 극중에서 순박한 할머니로 등장해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연일 시청자를 웃음짓게 하고 있다.

‘나문희 에피소드’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장식하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다. 강부자는 <>에서 퉁명스러우면서도 구수한 독설로 시청자 게시판에 어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3월 종영한 MBC 주말 특별기획 <하얀거탑>의 김창완과 이정길, KBS 1TV 대하 사극 <대조영>의 이덕화와 유태술, KBS 2TV 오락 프로그램 <비타민>의 노주현과 임예진 등은 ‘묵은 장’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 중견 배우들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진입하는 현상은 우선 원숙한 연기력 등 실력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지만 신세대 스타들의 의미 없는 말장난이 힘을 잃은 점과도 시기를 함께 한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사랑 놀음이나 오락 프로그램의 신변잡기식 ‘농담 따먹기’에서 더 이상 흥미를 찾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중견 배우의 힘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것이다. 특히 <>처럼 출연 연기자 여러 명에게 고르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작품은 중견 배우들이 돋보일 수 있는 확실한 무대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견 배우들의 활약은 시청자와의 간격을 좁히면서 강한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져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순재는 “<>을 통해 젊은 시청자들이 또래 연기자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고 그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중견 배우들의 등장이 작품의 질적 향상에 보탬이 된다는 평가가 시청자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맙습니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