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사 지나 바위 봉우리에 오르면 발 아래 소양호 물비늘에 감탄사 절로

오봉산 남쪽 기슭에 터를 잡는 청평사 전경.
강원도 춘천시와 화천군 간동면 사이에 솟은 오봉산(五峰山, 779m)은 청평사·고려정원·구성폭포 등 명소가 많을 뿐만 아니라, 를 끼고 있어 산행을 위해 배를 타고 들어가는 맛이 좋아 오래 전부터 사랑을 받아온 명산이다. 또한 아름드리 소나무와 화강암 바위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암릉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림청에선 ‘산세는 크지 않으나 바위와 수목이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100대 명산으로 선정했다.

■ 빠져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구멍 바위

오봉산 기슭에 터를 잡은 청평사는 예전엔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드나들기 어려워 막배를 놓친 연인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오봉산 동쪽의 백치고개가 확·포장되면서 이젠 막배에 대한 추억을 쌓을 길은 없어졌어도 청평댐에서 청평사로 떠나는 배편엔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오봉산에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서쪽의 배후령부터 1봉(나한봉)~2봉(관음봉)~3봉(문수봉)~4봉(보현봉)~5봉(정상·비로봉)이 차례로 주능선에 늘어서 있다.

제3봉에서 제4봉 사이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발길이 자꾸 멈춰지는 아름다운 암릉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른 아름드리 노송들이 곳곳에 있어 마치 동양화 속을 거닐고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제4봉과 정상 사이에는 빠져나오는 재미가 쏠쏠한 구멍바위가 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암릉은 특히 풍광이 빼어나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쇠사슬이 묶여 있지만 매우 험하므로 초보자나 노약자는 이 길을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아쉽게도 오봉산은 능선을 한 바퀴 도는 원점 회귀 산행이 쉽지 않다. 주 등산로를 제외하곤 길이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길도 희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를 타고 갔다면 청평사에서 정상에 올랐다 되짚어 내려와야 한다.

만약 승용차로 오봉산으로 접근한다면 청평사~정상~배후령 코스를 따르거나, 반대로 배후령~정상~청평사 코스를 밟아야 한다.

산행 시간은 △청평사 주차장~구성폭포~청평사~정상~청평사~주차장 회귀 코스가 3시간30분 소요 △청평사 주차장~청평사~적멸보궁~정상~배후령 코스가 4시간30분 소요 △배후령~정상~구멍바위~청평사~구성폭포~주차장 코스가 3시간30분 소요된다.

■ 슬픈 짝사랑 이야기 전하는 구성폭포

산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청평사 답사를 하게 된다. 이때 놓치지 말고 둘러봐야 할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청평사 입구의 시설지구에서 큰 길을 따라 오르다 공주와 상사뱀 조형물을 지나면 아홉 가지의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전설의 구성폭포다. 단아한 바위 벼랑에 걸린 풍광이 깔끔해 등산인은 물론 탐승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폭포다.

여기엔 짝사랑에 관한 전설이 전해온다. 중국 당나라 때 공주를 짝사랑하던 총각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총각은 상사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점점 야위어간 공주는 결국 이곳 오봉산 청평사까지 찾아오게 되었고, 공주가 이 구성폭포에서 목욕재계하고 법당에서 염불을 하자 드디어 상사뱀이 떨어져 버렸다 한다. 구성폭포 위쪽 바위에 있는 삼층석탑은 당시 공주가 세운 탑이라 하여 ‘공주탑’이라고 불린다.

구성폭포 상류 쪽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이곳은 바로 영지(影池)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정원(高麗庭園)의 흔적이다.

영지를 만든 이는 고려 때 학자인 이자현. 973년 이곳에 창건했던 백암선원이 폐허가 된 자리에 아버지 이의가 세운 보현원을 문수원이라 고쳐 머물면서 이 산자락을 대규모 정원으로 꾸몄다.

규모는 구성폭포에서 오봉산 정상 부근의 식암(息庵)까지 3km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일본 교토 사이호사(西芳寺)의 고산수식(枯山水式) 정원보다 200여 년 앞선 것이라 한다.

청평사엔 많은 문화재가 있었지만 국보로 지정되어 있었던 극락전을 비롯한 많은 유적이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고, 보물 제164호로 지정되어 있는 회전문(廻轉門)만이 절집의 오랜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회전문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문이 아니고, 중생들에게 윤회의 전생을 깨우치기 위한 마음의 문이다.

청평사 입장료는 어른 2,3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요금은 승용차 기준 당일 2,000원, 숙박 4,000원. 청평사 매표소 (033) 243-9252.

여행정보

■ 교통

△자가운전= 서울→ 46번 국도→ 청평→ 가평→ 춘천→ 배후령→ 간척 사거리(우회전)→ 청평사 / 경춘국도→ 춘천→ 소양2교 건너서 우회전(소양댐 방면)→ 소양댐 주차장 <수도권 기준 2시간 소요>

△대중교통=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매일 28회(06:00~21:30) 운행. 요금 7,400원, 1시간5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80여 회(06:00~22:00) 운행. 요금 7,800원, 1시간30분 소요.

△현지교통= 춘천 시내, 남춘천에서 소양댐까지 20분 간격 수시 운행, 25분 소요.

△배편= 소양댐(매표소 033-242-2455)에서 청평사까지 배편이 30분 간격(09:30~17:00) 왕복운행. 도선료(왕복) 어른·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10분 소요. 소양댐 주차요금 승용차 기준 4,000원.

숙식 청평사 입구에 청평산장(033-244-0580), 오봉산장(033-244-6606), 고려산장(033-243-1188) 등 식당이 여럿 있다. 대부분 민박을 친다. 작은 방 3만원 내외.

■ 별미

소양댐 아래의 세월교 근처 ‘윗샘막국수촌’에는 막국수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원조샘밭막국수(033-242-1702, 1712)는 3대에 걸쳐 전통의 맛을 이어가는 막국수 전문집이다. 졸깃졸깃한 편육과 집에서 직접 담근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 막국수 4,000원, 편육 8,000원, 동동주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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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오봉산 암릉.
소양호
청평사엔 공주와 상사뱀에 얽힌 전설이 전해온다.
빠져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구멍바위

글 사진 민병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