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응오 지음

‘마지막 입는 옷에는 주머니가 없다’. ‘이 뭣고’의 만암 스님이 열반을 준비하며 제자들에게 한 말이다. 권력과 명예, 금전 등은 허깨비이니 욕망을 비워야 삶은 완성된다는 가르침이다.

책에는 큰 스님들의 긴 구도의 여정 끝에 얻은 깨달음이 만다라꽃처럼 만발해 있다. 마음의 붓으로 평생 단청을 그린 인간문화재 만봉 스님, ‘천하만물은 무비선(無非禪)이요 세상만사는 무비도(無非道)’라는 화두를 던진 성수 스님, 여섯 살 때 어머니와 한 세숫대야에서 삭발을 한 탁연 스님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고승 18인의 출가수행기를 담았다.

이들이 부모 형제 등 속세와 인연을 끊을 때의 고민과, 화두를 붙잡고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고행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는 곧 생사를 초탈한 우리네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선승과 학승 등의 출가기를 통해 이 땅의 선맥(善脈)이 어떻게 계승되어 왔는지도 보여준다.

석탄일이 지났지만 삶이 힘들 때 한번쯤 펼쳐보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샘터 발행. 9,000원.

● 삼국지 강의
이중톈 지음/ 김성배·양휘웅 옮김

사극이나 역사 소설은 때로는 역사를 비틀고 곡해하기도 한다. 작가가 사료를 바탕으로 인물들을 해석하고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픽션이 가미된 탓이다.

그런데 드라마와 소설이 공전의 히트를 칠 때 그것에 담긴 이야기는 대중의 머리 속에 바로 역사적 사실로 각인된다. 중국 역사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나관중의 소설 <삼국연의>이다.

묘사가 리얼하고 영웅호걸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극적이라 진수의 정사(正史)인 <삼국지>보다 오히려 더 일반인에게 역사적 진실로 인식된다. 저자는 사료와 주석서를 바탕으로 소설 <삼국연의>의 오류를 짚어내며 삼국지의 진실캐기에 나선다. 그 결과 유비의 삼고초려, 유비 장비 관우의 도원결의, 제갈량의 공성계 등이 허구라고 갈파한다.

또한 적벽대전의 동풍도 제갈량이 아니라 오나라의 주유가 불렀다고 지적한다. 이런 오류는 역사상의 이미지, 문학상의 이미지, 민간의 이미지가 뒤엉켜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역사는 무엇인가’를 새삼 자문하게 되는 책이다. 김영사 발행. 1만 6,000원.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한 이야기
강영계 지음

‘정신을 빙산에 비유한다면 이성이나 지성은 물위에 나와 있는 빙산의 극히 작은 부분이다. 물속에 잠긴 큰 부분은 심층의식에 해당한다. 프로이트의 용어대로 표현하면 이성이나 지성은 의식된 것이고 심층에 은폐된 부분은 의식되지 않은 것이다.

의식되지 않은 것은 정신과정을 형성하는 본질로서 충동에 가득 차 있고 결정적으로 인간을 행동을 좌우하는 임의적 힘을 가지고 있다’. 현대사회를 ‘디지털-사이버 후기 자본주의’로 명명한 저자는 현대인이 시지푸스 왕처럼 고뇌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찾고자 철학자의 시각으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다시 꺼집어냈다.

프로이트의 논문 분석뿐만 아니라 불교와 노장사상 등을 아우르며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알기 쉽도록 도왔다. 또한 인간 정신의 깊은 통찰을 담아 건강한 ‘자아찾기’의 길로 인도한다. 해냄 발행.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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