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 삶 속에서 찾아가는 '사랑의 본질'서울 대학로 예술마당1관. 7월22일까지

아, 강렬하다. 객석에 던진 고삐를 조금도 풀어주지 않은 채, 무대 위의 배우들은 내내 관객들의 숨줄을 죄어 당긴다.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도 잊게 할 만큼 흡인력이 대단하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장대비처럼 쏟아진다. 어떤 의미에서, 배우와 관객들은 ‘공동 정범’이다.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1관에서 상연 중인 <쓰릴 미(Thrill Me)>는 2인 뮤지컬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스티븐 돌기노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의 연극계를 강타한 뮤지컬이 한국판으로 건너왔다.

내용은 1920년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한 어린 소년의 살해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실존 범인인 네이슨 레오폴드와 리차드 로브의 충격적인 범죄를 취조와 자백 형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를 엮고 있다.

대사에 복선으로 깔리는 심리 묘사가 매우 정밀하다. 이번 공연에는 원작자인 돌기노프가 대본 및 음악과 노랫말을 모두 담당했고, 김달중이 연출을 맡았다.

스무 살의 청년인 ‘나’는 동성의 친구 ‘그’를 사랑한다. 나는 심각하고 진지하지만, 부잣집 아들인 그는 매사 반항적이고 충동적이다. 그의 부추김에 못 이겨 함께 방화를 한 뒤 우리는 더욱더 친밀해진다.

더욱 짜릿한 쾌감을 찾기 위해 그는 나를 꾀어 죄없는 어린이를 유괴한 뒤 살해한다. 범행 후 그는 그만 나를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나는 저항한다. 범행 현장에 실수로 떨어뜨리고 온 나의 안경 때문에 결국 나는 경찰로부터 꼬리가 잡힌다. 나는 바로 검거되고, 나를 떠나려 한 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자초지종을 실토한다.

어린이 유괴 살해범으로 체포된 그는 그제서야 내게 매달리지만, 나는 그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던, 숨겨진 진실을 고백한다.

‘나’와 ‘그’의 역할은 배우 최재웅과 이율, 류정한과 김무열이 각각 2인1조로 호흡을 맞춘다. 뮤지컬이기는 하지만 배우들의 가창력 면에서는 그다지 신통치 않아 보인다. 대신, 극 전체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배우로서는 아무리 높은 점수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 특히 ‘나’를 연기한 최재웅의 열연은 극찬받을 만하다.

절박하면서도 복잡하고 불안하며 시니컬한 사랑의 감정을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시선 처리나 대사,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 등 연기 전반의 표현력이 대단히 안정적이고 정교하다.

외형상 음울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공연 자체로는 전혀 거부감이나 칙칙한 느낌을 남기지 않는다. 위태로운 절벽을 걷듯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단일한 피아노 반주만을 사용한 효과로도 돋보인다. 삽입곡 외에, 간단한 연주나 피아노 건반 소리 정도로 무대 상황의 강약과 완급을 독특하게 조절하고 있다.

대사와 세트, 조명 등 사실상 허허벌판과 다름없이 극의 전체 톤을 오히려 대단히 건조하게 끌고 나간 것도 탁월한 연출력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시각적인 볼거리라고는 두 배우의 얼굴밖에 없는 단출한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되레 극에 대한 몰입이 더욱 강력해진다.

‘하나’보다 ‘둘’의 힘은 확실히 더 위대한 것일까? 배우 개인의 가창력에 비하면 두 사람이 함께 화음을 맞춘 삽입곡들은 신기하리만큼 수준급이다. <쓰릴 미>, <내 안경/진정해>, <살아있는 동안>이 특히 눈에 띈다. 극중 인물의 초조함과 불안감 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뮤지컬 <쓰릴 미>는 외형상 ‘동성애’나 ‘끔찍한 살인사건 이야기’라는 소재의 특성 때문에 자칫 작품의 뜻과 재미를 오해받기 딱 좋은 공연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랑의 상대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이, ‘사랑의 속성’ 그 자체에 대한 진술서다.

결말 부분에서야 드러나는 ‘나’의 또 다른 고백과 이에 대한 이유는 실로 충격적이다. 너무 가슴 아파서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랑의 본질을 말하고 있다. 공연은 7월 22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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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기자 pinplu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