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氣 듬뿍 받세"한국 4대 명절 중 하나로 양기 가장 왕성한 음력 5월의 민속 제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유산

설, 한식, 단오, 추석은 한국의 4대 명절이다. 이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하다는 음력 5월 5일 단옷날을 전후하여 서낭신에게 지내는 제례가 바로 단오제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단오제는 강릉에 전해온다.

■ 17일부터 24일까지 8일간 열리는 단오제

강릉 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는 남대천 단오장에서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옷날을 전후로 하여 열린다. 올해 단옷날은 양력으로 6월 19일(화). 단오제 행사는 단옷날 이틀 전인 17일(일)부터 24일(일)까지 8일간 펼쳐진다.

일요일이 두 번이나 있으므로 여행 일정을 잡는 데 조금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 강릉 단오제는 규모가 크고 생동감 넘치는 고유의 민속제라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국 언론사도 많이 찾는다.

조선 시대엔 관속, 무당, 지방민 등 수백 명이 제사에 직접 참가하였는데, 이때에는 강릉 주민들을 포함해 영동은 물론이요 대관령을 넘어온 관중들이 수만 명이나 몰렸다고 한다.

요즘에는 단오제 기간에 최소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칠사당 신주빚기. 조선시대의 관청 건물인 칠사당. 강릉 단오제 때 쓸 신주를 이곳에서 빚는다.

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칠사당에서 신에게 바칠 술을 만드는 신주(神酒)빚기로 서막이 올라간다. 그리고 열흘 뒤인 15일엔 강릉 주민들은 산신제와 대관령국사서낭제를 지내기 위해 대관령을 오른다.

강릉 단오제에서 모시는 주신(主神)은 대관령 국사서낭신과 대관령 국사여서낭신이다.

그리고 대관령 산신(山神)도 중요한 신격으로 모신다. 국사서낭신은 신라 말 굴산사와 신복사를 창건한 범일국사(梵日國師 ,810~889), 국사여서낭은 호환을 당한 강릉의 정(鄭)씨 집안 처녀다.

그리고 산신은 신라 때 강릉 지방에서 무술 공부를 하였다는 김유신 장군이다.

올해 단오제는 일요일인 6월 17일 오후 6시에 영신제(迎神祭)를 올리면서 막이 본격적으로 오른다.

영신제는 홍제동에 있는 대관령여성황사에 모신 대관령국사서낭신위와 대관령국사여서낭신위를 잔치가 벌어질 남대천변의 단오장으로 모시는 절차.

단오굿과 더불어 단오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관노가면극.

신목과 위패를 모시고 내려오다가 도중에 여서낭 정씨 처녀의 생가(경방댁)에 들러 제례를 올린다. 이 행차는 강릉시청~구한전앞~옥천동5거리~중앙시장~성내동광장~남산교~단오장으로 이어진다.

남대천변 공터의 단오장은 강릉 단오제의 주 행사장이다. 성황사에서의 제례를 제외한 거의 모든 행사가 여기서 벌어진다. 단오제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단오제 동안 매일 저녁 늦도록 계속되는 단오굿이다.

대대로 집안으로 내려오는 세습무당이 진행하는 강릉 단오굿은 부정굿과 대관령서낭굿으로 시작하는데, 대략 19석에 30여 거리나 된다.

■ 굿·놀이·난장은 단오제의 3대 재밋거리

단오굿과 더불어 단오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관노가면극은 관아의 노비들에 의해 행해진 우리나라 유일의 무언극이다.

관노는 조선 시대 관청의 노비로서 예전부터 강릉단오제 때는 이 관노들에 의해 무언가면극이 행해져왔고, 그것이 지금껏 전해지고 있다.

민과 관이 공동으로 치르는 행사라 그런지, 다른 지역의 가면극처럼 관을 풍자하는 내용이 아니라 양반광대와 소매각시의 사랑놀음, 그리고 심술궂은 ‘시시딱딱이’와의 갈등이 줄거리다.

단오장에서 매일 3~4회씩 연희된다. 이렇듯 단오굿이 갇혀있던 슬픈 영혼들을 위로하는 한판 살풀이라면 관노가면극은 최하층이었던 노비들의 맺힌 설움을 풀어내는 놀이판이었던 것이다.

이 단오굿·관노가면극과 함께 농악·그네뛰기·널뛰기·투호··씨름 등 각종 민속놀이가 단오장 곳곳에서 벌어진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강릉 농악은 매우 신명나다.

빠르고 경쾌한 12채 가락을 40여 명의 농악패가 이어가는데, 영화 ‘왕의 남자’에도 나왔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무동타기 등도 볼 수 있다. 창포물 머리 감기, 단오 수리치떡 만들기 등의 체험 행사도 단오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이렇듯 신나는 구경을 하며 체험 행사를 찾아다니느라 배가 출출해졌다면 난장(亂場)으로 가보자. 난장은 제례, 놀이와 더불어 강릉 단오제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강릉은 영동 지방의 중심 고을이라 예부터 멀리 대관령 너머의 영서 지방에서도 물산이 모여들었다. 따라서 이 단오장 난장에는 팔도강산의 온갖 물건과 음식이 모두 모여든다. 여느 축제의 어설픈 난장과는 격이 확실히 다르다.

여행정보

■ 교통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 456번 지방도→ 3km→ 강릉 시내. 수도권 기준 3시간 소요. 시내에서 단오장까지 승용차를 가져가지 말고 외곽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단오장까지 걸어가는 게 현명하다. △대중교통= 서울강남터미널(06:00~21:00)과 동서울터미널(06:30~20:30)에서 수시 운행. 3시간10분 소요. 1만 8,400원. 강릉 고속터미널(033-647-3181)에서 축제 장소인 단오장까지는 걸어서 10여 분 거리.

■ 숙식

경포대 주변에 숙박 시설과 횟집 등이 즐비하다. 단오제 기간에는 숙박비가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초당동에는 순두부 전문 식당이 많다. 시내에는 동보성(033-648-3508), 한우관(033-641-1111) 뚱아줌마(033-648-4478), 유명한집(033-645-4560) 등 여러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강릉 ‘문화의 거리’ 근처 뚱보냉면(033-647-5525)의 비빔냉면(6,000원)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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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