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안동국시'

젊음의 거리라는 서울 압구정동 한복판의 빌딩 2층에 자리한 조그마한 식당. 여기서 국수를 먹으면 이상하리만치 부드럽다. 입 안에 넣으면 미처 씹을 새도 없이 사르르 녹아 드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이 집 간판에 ‘안동국시’라고 쓰여 있다.

서울에만도 안동국시라는 상호를 가진 식당들이 적지 않다. 모두 제각각의 맛을 내고 있지만 이곳은 특히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면발로 이름이 높다. 어떻게 면발의 질감이 그렇게 고울 수 있을까?

비결은 콩가루에 있다. 밀가루 반죽에 콩가루를 함께 섞어 다시 반죽한 것이다. 특히 이는 안동에서 전통적으로 해온 방식으로 인근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끓여 먹는 칼국수다.

면이 부드럽다면 우선 소화가 잘 될 것만 같다. 실제 구수한 콩가루는 소화시키기에 부담이 적다. 하지만 일반 밀가루의 쫄깃한 소위 ‘근기’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에서 식사하다 보면 주위 테이블의 손님들 중엔 어르신들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 굳이 평균 연령대라면 40, 50대 중·장년층 비율이 높고 60, 70대 손님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인근 동네에서 왔다기보다는 일부러 이 맛을 보기 위해 먼 걸음을 마다한 이들이다. 이 식당이 여기서 개업한 지는 24년이나 됐다.

콩가루 반죽은 결코 쉽지 않다. 너무 많이 넣으면 아예 반죽이 잘 되지 않기도 한다. 또 적게 넣으면 손님들이 금세 맛을 알아챈다. 두 경계선을 넘나들며 밀가루와 콩가루의 반죽 비율을 잘 맞추는 것이 주방의 노하우다.

특히 콩가루는 잘 쉰다.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했는데도 냉장고에서 하루 반나절 이상만 지나도 쉬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손으로 반죽해 직접 손으로 썰어내는 진짜 칼국수를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계를 사용하면 면발을 손쉽게 뽑아낼 수 있지만 기계를 거치면서 배어든 콩가루가 자칫 상해 버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젊은 층 손님 일부 중에서는 면발에서 ‘?내’가 난다고 말한다. 일반 밀가루 맛에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그러나 먹다 보면 다시금 면발의 매력에 빠져 버리는 확률이 더 높다.

국물은 소 양지를 반나절 이상 끓여낸 육수만을 사용한다. 영양이 듬뿍 배인 국물은 국시 면발만으로는 부족할 듯한 허기를 채워준다. 그래도 모자란다면 공기밥 하나 더. 노란 차조가 섞인 밥을 말아먹기까지 하면 금세 배가 든든해진다.

건진국수 또한 이 집의 특별 메뉴다. 국수를 뜨거운 물에서 삶아 낸 뒤 건져냈다고 붙여진 이름. 이를 다시 찬 육수에 넣어 신김치를 가늘게 썰어 놓은 고명과 함께 먹으면 시원 상큼하다.

반찬은 깻잎과 이 집에서 사투리로 정구지라고 부르는 부추김치, 배추김치 단 3가지. 특히 찐 다음에 적당히 양념간을 배이게 한 깻잎은 인기가 높아 반찬으로 따로 사가는 손님도 있다.

■ 메뉴

안동국시 등 국시류는 7,000원부터. 수육, 문어, 메밀묵, 빈대떡 등 일품요리는 1만원부터.

■ 찾아가는 길

지하철3호선 압구정역 2번출구 팝그린호텔 옆 골목 50m 좌측변. (02) 548-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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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