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놀라운 발견 / 슈테판 클라인 지음·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발행·13,000원

“또 휴가야?” “아직도 제대 안 했어?” 군대 간 남자들에게 주변의 이런 농(弄)들은 자못 야속하다. 때문에 그들은 군복무 기간이 아무리 줄어든들 군대에서의 시간은 영원과도 같다고 맞받기 일쑤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실제로 그렇게 하루하루 제대할 날만 손꼽으면 시간은 계속 더 늘어날 뿐이라고 한다.

학술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시간사용설명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시간여행을 제안한다. 실용적인 뉘앙스가 풍긴다고 이 책을 직장인들의 스케줄 관리도구인 ‘프랭클린 다이어리’ 정리법류의 계획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재치 넘치는 소제목들의 유혹에 빠져 책장을 넘기면서 뇌과학, 심리학, 생물학, 물리학 등의 무수한 실험을 넘나들다 보면 지적 호기심의 충전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저자는 먼저 고무줄 같은 시간의 길이를 말한다. 지구 어디서나 하루는 24시간. 실험 결과, 동굴에 갇혀도 우리 몸 안의 생체시계는 24시간과 얼추 비슷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다른 시간을 경험한다. 즐거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불편한 모임은 왜 그리도 시간이 더딘지…. 내면의 시간이 따로 있는 탓이다. 수많은 신경세포와 호르몬, 대뇌·소뇌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대적인 시간’ 말이다.

돌아오는 길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에 따르면 기억 속의 시간은 새로운 것을, 변화를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느껴진다. 길을 처음 갈 때가 그런 경우다.

집중해서 주위를 살펴야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이미 알고 있는 길이라 건성건성 지나친다. 어느새 와버린 것.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이유도 이와 같다. 별로 기억에 남는 일 없이 지내면 그만큼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현재가 재미있어서 빨리 지나가는 것 같으면 우리는 풍부한 기억으로 보상을 받는다.

반대로 현재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 같으면 나중에 기억 속에서는 짧게 보인다.” 예외는 있다. TV 패러독스인데, TV는 현재의 시간을 빨리 흘러가게 하면서 뇌가 기억할 가치 있는 정보는 별로 안 남긴다. 과거와 현재가 모두 증발하는 시간의 블랙홀인 셈이다.

가는 시간을 빨리 느껴 독서할 여유가 없는 독자라면 책의 절반을 지난 9장 ‘시간도둑’편부터 집중해도 충분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 시계는 채찍으로 변하고 분주함은 모두에게 전염되었다. 도대체 그 많던 시간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저자는 시간이 부족한 이유를 집중력 부족, 스트레스, 의욕 저하라고 지적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다 보면 한가지 일도 제대로 못하기도 한다.

멀티태스킹을 싫어하는 뇌만 뒤죽박죽. 결국 끝낸 일은 없고 애꿎은 시간만 탓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전화하는 동시에 이메일을 쓰는 등등은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침한다. 또한 시간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다.

시간을 통제하지 못한 데서 스트레스가 온다. 누가 언제 내 시간에 끼어들지 모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영국 공무원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하급직일수록 스트레스가 심했다.

위계질서의 아래쪽에 있다는 건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의미니 말이다. 동기 부여가 안 될 때도 시간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미래에 보상이 없으면 집중력을 발휘해 일을 하기가 싫은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부족을 탈출하는 방법이 대략 그려진다. 저자의 지적대로, 숨어있는 시간을 발견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생체시계를 파괴하지 않는다면, 적당한 의욕을 불러일으켜 일을 즐긴다면 당신은 삶을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고 생각되면 집중할 일을 찾아라. 군에 입대했다면 달력만 쳐다보지 말고 의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보는 게 가장 짧게 군 생활을 마치는 일이지 싶다. 물론 그런 의욕거리를 군대에서 찾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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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