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은 전답을 표시하거나 과거 시험 때 글을 말아 올리는 종이로나 필요할 뿐이다.

어린아이들이 배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정약용이 평한 글이다. 이처럼 조선의 지식인들은 글을 읽거나 저술한 이후에는 그것을 품평하는 일을 즐겼다.

책은 박지원, 이덕무, 유성룡 등 옛 선비들의 글, 그림, 서예, 서적 등에 대한 비평을 그들이 지은 문집이나 저술에서 골라 엮었다. 이를 통해 시대를 초월하여 자신이나 남의 글을 대하는 선현들의 참된 비평정신을 읽을 수 있다. 한정주·엄윤숙 엮음. 포럼 발행. 9,800원.

● 게으른 백만장자

죽어라 일만 하고 가족도 돌보지 못하는 사람, 휴가를 못 간 것을 되레 자랑하는 사람, 늘상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부지런한 가난뱅이’들이다.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삶일까.

저자는 “NO"라고 말한다. 유능한 인재를 곁에 두고, 가장 중요한 일에만 전력투구하고, 매순간을 즐기는 사람인 ‘게으른 백만장자’가 되라고 설파한다.

책은 그동안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 즉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마크 피셔 지음, 신윤경 옮김. 밀리언하우스 발행. 1만원.

● 감기

올해 이수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책에 실린 11편의 단편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줄거리 대신에 주인공들의 이질적인 감정과 사연, 엉뚱한 농담들을 뒤섞어 역설적으로 진실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것도 수수께끼나 암호처럼. 그래서 비극적이고 어두운 일상의 이야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우스꽝스럽고 따뜻한, 슬픈 농담으로 변하고, 이는 종국엔 고통과 절망을 이겨내는 절절한 삶으로 승화하게 된다. 윤성희 지음. 창비 발행. 9,800원.

● 가족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을 그려내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던 <아버지>의 작가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내놨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아 아들아>에 이은 완결편인 <가족>이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아버지들의 위상 침몰, 부모 자식 간의 소통 불능, 가족 구성원 간의 단절과 소외가 가족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는다. 상처받은 가족을 치유할 수 있는 처방 역시 ‘가족’이기에. 김정현 지음. 자음과모음 발행. 9,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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