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 소재로 재탄생한 걸작품 90여 점 전시

좌우 대칭의 균제미(시메트리) 속에 생명에 대한 외경을 구현한 독창성으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조각가 문신(文信, 1923~1995)의 작품이 순정한 보석을 만나 다시 태어났다. 지난 4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문신 조각 보석전(展)’을 통해서다.

주문 제작 보석 전문점인 ‘인스토리(In Story)’가 주관하는 전시회엔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18K금 등으로 만든 브로치, 펜던트, 귀고리, 목걸이 등 새롭게 형상화한 문신의 대표작 9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보석적인 해석은 최소화하고 오리지날 작품에 내재된 아름다움과 원래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내는데 충실, 우주와 생명을 노래한 문신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빛나게 했다는 평이다.

전시작 중 15점엔 오페라 아리아 곡목을 이름으로 붙였다.

전시작 ‘그대의 찬손’(윗쪽)과‘내 이름은 미미’(푸치니의 오페라‘라보엠’중에서). 오른쪽 아래는 문신의 작품‘무제(1991).
전시작 '그대의 찬손'(윗쪽)과'내 이름은 미미'(푸치니의 오페라'라보엠'중에서). 오른쪽 아래는 문신의 작품'무제(1991).

문신이 좋아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 아리아’를 비롯해‘정결한 여신’(벨리니의 ‘노르마’ 중에서),‘그리운 그 이름이여’(베르디의 ‘리골렛토’), ‘그대의 찬손’(푸치니의 ‘라보엠’), ‘방금 들린 그대 음성(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등 작품마다 조각의 생명력과 오페라의 사연을 담고 있다.

문신이 동향(경남)의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과 예술적 교감을 나눌 정도로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점을 고려한 듯하다.

보석작들은 문신 작품의 형태를 최대한 살리면서 천연석 고유의 미를 전달하기 위해 작품마다 최상급 보석을 사용하였다.

작품‘그대의 찬손’에는 사파이어 273개,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중에서)에는 12.52캐럿 다이아몬드가 반짝인다. 다이아몬드 216개, 7.0캐럿 다이아몬드, 18K금으로 만든 ‘정결한 여신’의 추정가는 7억7,000만원으로 전시회에는 1억원이 넘는 작품이 10점이나 된다.

금호문화재단 부이사장을 지낸 정혜자 인스토리 공동대표는 “문신의 조각은 하나하나가 보석 형상이어서 평소 보석으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그의 예술에 경의를 표하고 문신 보석을 불가리나 쇼메 등 세계적인 명품 보석과 겨룰 만한 한국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전시작 ‘방금 들린 그대 음성’(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에서). 왼쪽 아래는 문신의 작품 '무제(1990)'.
전시작 '방금 들린 그대 음성'(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에서). 왼쪽 아래는 문신의 작품 '무제(1990)'.

1970년대부터 한국 조각을 세계에 알린 거장 문신은 2005년 스페인 발렌시아 비엔날레 특별초대, 2006년 독일 월드컵 초청 전시회(바덴바덴시) 등에서 격찬을 받은 데 이어 내달 8월 바덴바덴시가 ‘문신미술영상음악국제축제’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에서 ‘문신 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신 조각 보석전은 7월 15일까지 전시되며 24일부터 마산시립문신미술관에서 열리는 ‘문신종합예술’축제에 약 7일 간 전시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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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