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허녠 지음/고보혜 옮김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성공 비결을 다룬 책은 수도 없이 많다.

이 책도 그런 선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성인이 되기 전 어린 빌 게이츠가 자라난 가정환경, 특히 그의 아버지 윌리엄 헨리 게이츠 2세의 자녀 교육관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앞날의 성공을 꿈꾸는 경영학도나 컴퓨터공학도보다는 평범한 아버지들을 위한 자녀 교육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뼈대는 창조, 열정, 성실 등과 같은 성공을 향한 20가지 덕목에 대해 아버지 게이츠 2세가 어린 빌과 나눈 대화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꼼꼼한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재구성됐다.

아버지 게이츠 2세는 책에서 어린 영혼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현자의 모습으로 비친다. 사실 그는 성공한 변호사이자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사회운동가로서 미국 사회에서 상당한 명망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또한 어려운 이웃을 돌봐야 한다는 교훈으로 아들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도록 이끈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 인간의 성공과 실패는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라 하더라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체득되는 가르침이 그 길잡이가 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린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에게 어떻게 자녀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혜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스트북스 발행. 1만3,000원.

● 우물 밖 인터넷
이천표 지음

‘경제학자가 바라본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한국에 인터넷 혁명이 들이닥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서울대 경제학과 이천표 교수의 저작이다.

우리나라 정보통신 정책 수립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주역답게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인터넷에 대한 식견이 생동감 있으면서도 방대하다. 저자는 스스로를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현실에 일침을 가한다.

그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산업은 검색, 메신저, 게임, 동영상 등 경제학적으로 비생산적인 서비스에 많이 쏠려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뱅킹은 아직 불안 요소가 많으며, 정보통신 신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하지 못하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적 관점에서 출발한 저자는 한국이 진정한 인터넷 강국으로 지속 발전하려면 제목처럼 ‘우물 밖’으로 나아가 인터넷 산업 환경의 급변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인터넷의 기술적 기반에서부터 인터넷이 창조한 새로운 문화와 신경제, 거기에서 비롯된 정보보안, 저작권 문제 등의 부산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뤄 인터넷 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터넷 개론서’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동아시아 발행. 1만4,000원.

● 논개
김별아 지음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별아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작가는 임진왜란 때 적장을 끌어안고 진주 남강에 뛰어듦으로써 절개와 충혼의 상징으로 승화한 논개의 손을 잡고 귀환했다.

그가 새 장편소설에서 선보이는 논개는 우리 통념 속에 그저 박제화한 우국충정의 위인이 아니라 오로지 사랑으로 헌신하고 인내하는 미덕을 지닌 ‘보통 여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지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연약하고 보잘 것 없기에 오히려 위대하고 강인해질 수 있는 여성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작가에게 논개는 “충의나 절로 치장된 의기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죽음을 택한 강인한 여인”이다. 따라서 소설의 테마 역시 충성이나 절개보다는 사랑과 죽음에 맞춰져 있다.

논개는 한 사내(남편인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최경회)와 뭇 백성들, 그리고 태어나고 자란 강산을 너무도 사랑했기에 이를 유린한 왜적의 심장부로 들어가 장렬한 복수의 산화를 결행할 수 있었다는 것.

작가는 어렴풋한 역사의 기록 속에서 논개의 실체를 가급적 정확하게 복원하기 위해 <어우야담> 등 수많은 고문서와 서적을 꼼꼼하게 섭렵했다. 논개는 그런 토대 위에서 작가적 상상력과 버무려져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했다. 문이당 발행. 전 2권 각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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