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아삭·시원… 구룡포의 향 입안 가득
올 초 서울 강남역 인근에 물회 전문점 하나가 들어섰다. ‘영덕물회막회’. 물회 뿐 아니라 막회도 잘 한다고 내세우고 싶어 이름이 길어졌다.
주인은 안경섭, 김영애씨 모자. 아들 안씨는 손님들에게 서빙을, 어머니 김씨는 주방에서 음식을 맡는다. 동해안 구룡포에서 매일 새벽 열리는 경매시장에서 입찰받은 어류나 해물만을 내놓는다는 것이 이 집이 내세우는 간판 컨셉트.
때문에 식탁에 오르는 횟감이나 해물 메뉴는 거의 다 자연산이다. 물가자미와 참가자미 학꽁치 등 듬성듬성 썰어 내놓는 막회의 주재료들도 모두 양식이 안된다는 어종들. 매일 비행기로 배달받기 때문에 말 그대로 산지직송이다.
보통 물회라면 횟감에다 양념을 얹어 물에 말아 나오는 것이 보통. 그런데 이 집은 횟감과 육수가 따로 나온다. 길다란 물병에 불그스름한 색을 띠며 사르르 얼린 채 담겨 있는 것이 육수.
잘게 썰어져 그릇에 담긴 횟감은 역시 채로 썰린 배와 오이 당근 등 야채와 어우러져 보기에만도 시원하다. 그 위에 뿌려진 물회장과 참깨는 고명 삼아 또 하나의 맛을 추가로 얹은 듯.
그냥 말아 버릴까? 아니, 조금만 기다려야 한다. 주인 안씨는 먼저 횟감들을 야채와 함께 비벼 김에 싸 먹으라고 권한다. 물회 양념장 또한 육수를 말기전에 비벼야 더 잘 배어 맛이 살아난다고. 고추장을 기본으로 과일과 식초 소금 등 갖은 양념들을 섞어 태어난 물회장 또한 이 집이 자랑하는 대표 맛 중 하나다.
횟감과 야채를 적당히 섞어 김에 말아 한입 베어 물으면 여러 맛들이 동시에 느껴진다. 쫄깃한 생선의 질감에 청량감 까지 더해지고 야채 자체가 지닌 수분과 얼음의 차가운 기운, 그리고 물회장의 새콤상큼함 등등….
절반쯤 먹고 나서는 비로소 육수를 붓는 것이 다음에 정해진 코스. 살짝 얼려져 나오는 육수를 부어 다시 비비고선 밥이나 국수를 말아 먹는다. 육수라기 보다는 빙수처럼 살얼음에 가깝다.
생수만을 쓰지 않고 거기에 과일즙을 갈아 넣고 숙성시켜 더 새콤하고 향긋한 맛을 더해준 것이 포인트. 슬며시 다가오는 단 맛 또한 대부분 배 자체가 갖고 있는 당분에서 나오는 것. 이미 횟감 옆에 함께 얹혀져 있는 얼음 덩어리들도 차츰 녹아들며 입 안에서부터 더위를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물회와 육수 등 이 모든 비법은 아들 안씨가 고향촌인 영덕과 포항의 이름나다는 물회집들에서 직접 일하며 배우고 깨친 방식들이다. 안씨는 회사 생활을 접고 물회집을 내기 위해 무려 1년 반이나 여러 식당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미역치나 학꽁치 등 각종 잡어들을 듬성듬성 썰어 ‘모양 없이’ 나오는 막회와 내장의 쌉쌀한 끝맛까지 맛볼 수 있는 백고동찜, 물가자미의 사투리인 미주구리회, 미역에 붙어 살지만 미역 보다 섬유질이 훨씬 풍부한 군소, 물가자미를 찐 좁쌀밥과 함께 숙성시킨 가자미식혜 도루묵찜 등도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천연산 별미들로 인기가 높다.
■ 메뉴 알밥과 회덮밥 등 점심류는 5,000원부터, 물회정식과 물회국수 1만원, 가자마 식혜 8,000원, 과메기, 물회안주 등 안주류는 2만원부터.
■ 찾아가는 길 서울 강남역에서 양재역 방향 100m 우측 센트레빌 뒤편, 트라팰리스2 지하상가 1층 (02)522-8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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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