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자극적인 것 원하는 시청자 욕구 충족 노려음해성 루머·악성 댓글 양산하는 역효과 나기도

한국 연예계가 고백과 폭로의 ‘중독’에 빠져 있다.

연예인들이 토크쇼,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 퀴즈 프로그램 등 TV 오락 프로그램의 모든 분야에서 고백과 폭로를 쏟아내고 있다. 라디오에서도 고백과 폭로는 쉴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성형수술에서 연애담 등 다소 민감한 사안들까지 거침없는 고백과 폭로가 연일 펼쳐지고 있다. MBC <황금어장> <놀러와> <무한도전>, SBS <야심만만>, KBS 2TV <상상 플러스> <미녀들의 수다> 등 지상파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을 비롯해 케이블 채널까지 온통 고백과 폭로의 홍수다.

최근 들어서 방송을 장식한 고백과 폭로 중에는 깜짝 놀랄만한 내용도 많았다. 신화의 김동완은 “고교 시절 이효리와 소개팅 했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스캔들성 발언으로 시청자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탤런트 한지민은 “유명 남자 연예인에게 6개월 동안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해 네티즌들로 하여금 문제의 스토커 찾기에 골몰하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타이푼의 솔비는 “지망생 시절 함께 훈련을 받은 유명 가수와 사귀고 있다”고 고백했고, DJ DOC의 김창렬은 “이하늘이 이마의 주름을 없애려고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미녀들의 수다>의 준코는 방송을 통해 대학교 강사에게 심각한 성희롱 당한 사실을 폭로해 해당 강사를 파면 당하게 하며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었다.

스타들의 고백과 폭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또 다른 매체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곤 한다. 방송, 기사, 검색어가 3박자를 이루며 스타의 발언을 빅이슈로 키우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백과 폭로는 다소 과장된 양상을 띠면서 연예계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던 네티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이처럼 오락 프로그램을 장식하는 고백은 대단히 자극적이다.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 제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히려 이미지에 손해를 끼칠 만한 내용이라고 보는 게 맞다.

강도 또한 매우 세져서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성형수술에 대한 고백도 너무 흔해졌다.

현영은 “연도별로 전방위에 걸쳐 보수했다”고 당당히 밝혀 어지간한 성형수술에 대한 고백은 귀도 솔깃하지 않는 수준이 됐다. 대중들이 연예인에 대한 최대 관심사로 여겨왔던 열애 고백도 연예계 스타가 상대가 아니고는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들의 고백과 폭로는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선 재미있고 관심이 갈만한 내용이긴 하지만 그저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라고 보기엔 해당 연예인에게 돌아갈 이익은 없어 보인다.

이처럼 한국 연예계가 고백과 폭로의 중독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인과 오락 프로그램이 갈수록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 충족과 관심 환기라는 이해가 일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유행을 이뤘던 연예계 마케팅의 하나인 신비주의가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정반대선상에 놓여 있는 고백과 폭로가 선호되기 시작한 점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고 관심을 얻고 싶은 스타와 방송사, 그리고 솔직한 인간미의 스타를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 및 시류가 맞물리며 접점을 찾은 결과다.

그러나 연예인의 고백과 폭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쉽게 답을 찾기 어렵다. 고백하고 폭로하는 연예인은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 시키며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고 있지만 갈수록 정도가 지나친 자극성을 띄게 되면서 재미 이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역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취지였던 고백이 추악한 이면을 끄집어 내는 상황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를 즐기던 팬들 또한 연예인의 편안하고 정겨운 모습에 재미를 느끼고 호응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존중이나 애정 없는 흠집내기의 짓궂은 욕망을 발동하게 되기도 한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이 인터넷 연예게시판을 통해 유포되는 음해성 루머의 양산이고 악성 댓글의 홍수다. 결과적으로 시청자 서비스와 재미로 연예인과 팬 모두에게 좋다고 여겨졌던 ‘윈윈 게임’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낳고 있다.

게다가 현재 범람하고 있는 스타의 고백은 자극성의 정도를 더하면서도 정작 알맹이는 각색과 재치로 부풀려져 보는 이를 허탈하게 만들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업계 전체가 재미를 위해서는 모든 걸 먹어 치워야 하는 탐욕의 괴물로 변해가는 듯해 오싹하기까지 하다.

MBC 예능국의 PD는 “이제 어지간한 고백이나 폭로는 프로그램 내부에서도 신통치 않게 여긴다. 그 정도니 시청자들에겐 더더욱 자극적인 것들을 선보일 수밖에 없다.

연예인이 자발적으로 자극적인 고백을 해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과장된 내용이나 거짓을 다루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임은 알고 있지만 시청자의 취향을 맞추다 보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없는 전차에 비유되는 상황인 셈이다. 앞으로도 고백과 폭로는 오락 프로그램의 인기 아이템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자칫 저질화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뭔가 이를 막을 장치가 절실하다. 물론 연예인과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의식 변화가 선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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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JES일간스포츠 기자 kulkuri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