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문학의 향기따라 떠나는 인문 여행배연형·서희원 지음/ 랜덤하우스 발행/ 1만2,800원 임동헌 지음/ 랜덤하우스 발행/ 1만2,800원

여기에 소개되는 두 권의 책은 우리 국토를 새롭게 보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출판사는 하나의 주제에 따라 문화ㆍ예술 콘텐츠와 여행을 결합한 새로운 인문 여행서라고 개념을 정립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보고보고 시리즈’의 이름으로 여러 권을 낼 계획임을 밝혔다.

이번에 먼저 나온 시리즈 1, 2권은 각각 ‘소리’와 ‘길’을 주제로 택했다. 1권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판소리다. 판소리는 한국의 전통 소리 가운데 가장 높은 대중성을 갖고 있으며, 문학, 영화, 음반 등에서도 주요 소재로 다뤄져 왔다.

1권은 판소리 외에도 지역 특유의 정서와 문화를 바탕으로 태어난 아리랑, 농요, 사당패 소리, 창극, 가야금 병창은 물론, 유성기를 통한 근대의 대중음악과 현대의 퓨전 국악에 이르기까지 우리 소리의 원천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소리 여행은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한다. 지금 새문안교회가 자리잡고 있는 터는 105년 전 한국 최초의 극장인 협률사가 들어섰던 곳이다. 현재 우리가 듣고 보는 전통 공연예술은 대부분 이곳에서 실험, 재편된 것이라는 점에서 협률사의 의의는 결코 작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울서 시작된 소리 여행은 경기 안성에 들르면서 본격적인 남행 길에 접어든다. 이곳에서는 사당패의 본거지였던 청룡사를 찾아 당대 프로 예술인들의 외줄타기 인생을 더듬어본 뒤, 곧장 판소리의 고장으로 내려간다.

처음 들르는 곳은 금강이 서해와 만나는 포구 장항. 근대 판소리 5대 명창 중 한 명인 김창룡의 출생지다. 이어 또 다른 명창 김성옥과 송흥록을 길러낸 강경과 웅포를 지나 판소리의 요람 전주에 다다른다.

남도 소리 여행은 판소리 사설의 집대성자 신재효의 고향 고창에서 한 번 숨을 고르고, 동편제를 완성하고 서편제를 열었던 순창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여행길은 여기서부터 동쪽으로 길을 틀어 영남으로 향한다. 여기에서는 영남 대표 민요인 ‘밀양아리랑’의 고장 밀양과 ‘성주풀이’의 안동이 주요 행선지다. 출발지였던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빠뜨릴 수 없는 곳이 강원 정선이다. 바로 ‘정선아라리’의 고장이다.

1권에서는 각 지역 소리의 내력과 이를 번창시킨 주역들의 행적을 주로 좇고 있지만 여행서라는 성격에 맞춰 유용한 여행정보도 충실히 담았다. 이 책의 목차를 따라 길을 나서면 그게 바로 전통 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 되게끔 한 것. ‘땅끝에서 서울로, 200년의 소리여행이 시작된다’는 부제는 그 같은 책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2권은 길과 문학의 만남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길은 어떤 사람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걷느냐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 착안, 현대문학 작품 속에 등장한 17개의 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

특히 각 작품의 작가가 직접 책 속에서 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길을 거닐기에 가장 좋은 계절도 소개해주는 등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점이 독자들의 흥미를 당긴다. 책 속의 길을 책 밖에서 걸어보는 재미, 참 색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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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