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에 담긴 이탈리아 음식 맛보세요

뚝배기 해물 리조또
특급 호텔 레스토랑의 조리장 출신으로 유명 스파게티 전문점을 운영하기도 했던 조리사가 수년 전 책을 냈다.

제목은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 신라호텔에서 16여년, 세종호텔에서 5년 등 호텔에서만 20년 이상 주방을 책임졌던 박충준씨는 생활 속에서의 음식 이야기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적어냈다. 물론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그만의 요리 비법들도 함께.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외교통상부 빌딩 뒷길, 경희궁의 아침 맞은 편. 이 곳에도 1층에 같은 이름의 간판이 붙어 있다. 역시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 저자(著者)인 조리사 박씨가 자신의 책 제목을 따 이름 붙인 스파게티 전문점이다.

이제는 시내에서 흔하고 흔한 메뉴가 돼 버린 것이 스파게티. 하지만 여느 집과 다른 점이라면 ‘이름 있는’(?) 요리사이자 책의 저자가 직접 스파게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씨는 주인이면서도 주된 일터는 주방이다.

빨간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하얀색 크림이 인상적인 까르보나라, 담백해만 보이는 봉골레 등, 스파게티하면 떠오르는 메뉴들은 여기서도 기본. 박씨의 솜씨가 특히 돋보이는 메뉴는 페스토 소스 링귀네다.

푸른 색상을 띠는 페스토 소스는 이탈리아어로 ‘바실리코’라고도 불리는 향신료인 바질을 기본 재료로 만든 소스. 로마 시대에는 ‘집 주변에 심으면 액운을 뿌리친다’고도 했고 두통을 없애주며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민간 요법으로도 널리 사용된 식재료이다.

박씨가 직접 만드는 페스토 소스에는 잣과 올리브오일이 들어가 더 고소하다. 파스타 중에서도 특히 얇은 면발의 링귀네와 궁합이 잘 맞아 푸른 내음이 물씬하게 난다.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마니아가 돼 계속 찾는다고.

이탈리아식 밥 요리라고도 할 수 있는 리조또 또한 색다르다. 특이하게도 검은색 뚝배기에 담겨 나오기 때문. 박씨는 “뜨거운 밥이 그냥 접시에서 식지 말라고 뚝배기를 생각해냈다”며 “한참이 지나도 식지 않는다”고 소개한다.

음식은 이탈리아지만 그릇은 한국식인 퓨전인 셈. 해산물로 맛을 낸 해물 리조또는 밥 위에 홍합과 오징어 새우 한치 바지락 소라 등 해물과 무순 래디시 양상추 등 야채가 곁들여진다.

가끔 홀에도 모습을 보이는 주인 박씨는 손님들이 들어 오면 더욱 바빠진다.

주문한 스파게티를 곧바로 만들어 내놓아야 하기 때문. 주문 즉시 프라이팬에 해물 등 식재료들을 올리고 올리브유와 마늘 고추, 각종 양념 등을 넣고 볶다가 와인을 부어 불이 치솟게 하는 ‘플럼베’ 과정을 꼭 거치는 것이 코스. 미리 적당히 소스를 만들어 놨다가 삶은 면 위에 덮어 주는 ‘레디 메이드’ 스파게티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상호에는 스파게티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 이 곳은 세미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파게티 말고도 각종 샐러드, 피자류와 오므렛 라이스,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메뉴들을 구비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탈리아 음식들을 제공한다는 것이 모토. 그래서 일반 직장인과 여성 고객들 외에 가족 단위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방송국 여성 앵커, 문화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벽면에 적어 놓고 간 메모 문구들도 그런 분위기를 전한다. ‘값이 너무 고마운데요’. 저녁이나 주말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이 맛집을 찾는다고 짬을 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 메뉴

스파게티류 8,500원부터, 1만1,000원이 가장 비싼 가격이다. 피자는 1만500원~1만3,500원. 콜라 등 음료수 2,000원부터. 와인 1병은 2만원부터.

■ 찾아가는 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번 출구로 나와 세종문화회관 뒷길 종교교회 바로 맞은 편 벽산 광화문시대 1층 (02)338-8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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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