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동강·내린천은 국내 3대 래프팅 명소급류타고 노 저으면 스트레스 훌훌

물살이 급해 래프팅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내린천
기상청에서는 장마전선이 물러났다고 하는데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도 쉬지 않고 쏟아지던 빗줄기,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때늦은 폭염. 올 여름 날씨는 유달리 이변이 많았지만, 어쨌든 여름은 막바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지난 여름휴가 내내 불어난 강물을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면 이 여름이 떠나기 전에 그 품에 제대로 안겨보자.

고무보트를 타고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래프팅(Rafting)은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레포츠다.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몸의 힘을 다해 노를 저어야 하므로 전신운동 효과도 있다.

또 여럿이 힘을 합쳐 노를 저으며 급류를 헤쳐 나가려면 협동심과 인내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자연 품속에서 펼쳐지므로 도시인의 건강에 더없이 좋다.

국내 래프팅 대상지는 강원 철원의 한탄강, 영월의 동강, 인제의 내린천, 경남 산청의 경호강,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의 명호강을 비롯해 금강, 남한강 등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다.

나름대로 모두 특장점이 있는데, 이 가운데 우리나라 3대 래프팅 대상지로 꼽을 수 있는 강원의 동강, 내리천, 한탄강을 소개한다.

■ 우리나라 래프팅의 산실인 한탄강

삼국 통일을 꿈꾸던 불행한 영웅, 궁예의 한이 서려있는 철원의 한탄강은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거대한 현무암 협곡이다. 평지로부터 20~30m 아래로 패어 들어간 협곡에선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탄강은 평소에는 물흐름이 적당해 초보자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게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워낙 협곡이라 수량이 조금만 불어나도 중급을 훌쩍 넘는 위력을 보이기도 한다. 한탄강은 우리나라 래프팅의 산실로서 1980년대 초부터 래프팅이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백성들을 돕던 의적 임꺽정의 은거지였다는 전설로 유명한 고석정을 고무보트를 타고 가면서 감상하는 맛이 일품이다. 순담계곡도 기묘한 바위와 깎아 세운 듯한 벼랑이 협곡을 이루면서 물줄기를 에워싸고 있어 제법 아름답다.

특히 고석정부터 순담계곡까지는 그야말로 직벽의 협곡이라 땅 속으로 푹 꺼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리치면 곧 메아리가 울리고, 현무암 협곡답게 까만 벼랑에서 곧바로 쏟아지는 수많은 폭포들이 빚은 풍광은 이국적이다.

한탄강에는 모두 4개의 코스가 있는데, 직탕폭포에서 군탄교에 이르는 17km의 구간 곳곳에 급류가 잘 배합되어 있다.

제1코스(직탕폭포~승일교 6km) 2시간 30분 소요, 제2코스(승일교~순담계곡 3km) 2시간 소요, 제3코스(순담계곡~군탄교 7km) 2시간 30분 소요, 모든 코스를 연결한 제4코스(직탕폭포~군탄교)는 총 6시간이 넘게 걸린다.

참가비는 1인 3~5만원. 철원래프팅리조트(011-764-6010), 문암레저(011-275-1668), 화랑레저(011-9799-4112).

■ 수묵화의 주인공이 되는 동강

동강은 한 폭의 단아한 수묵화다. 맑은 강물은 첩첩 산중에 솟은 석회암 절벽을 휘돌아 흐르지만, 물살은 세지 않아 가족끼리 조용히 경치를 감상하며 즐기기에 더 없이 적당하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지을 때 쓰이는 질 좋은 소나무는 정선의 아우라지에서 뗏목으로 엮여 동강을 지나 한강 하류의 광나루까지 실려 나갔다.

동강에서 래프팅이 이뤄지는 코스는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뗏목이 떠내려가던 곳으로서 강 주위로는 민가 등 인공 구조물이 거의 없어 그야말로 적막강산의 운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동강 비경의 백미는 단종의 혼령도 아름다움에 반했다는 어라연 계곡. 상선암·중선암·하선암으로 이루어진 바윗덩이 사이로 흘러가는 맛이 제법이다.

동강의 래프팅 코스는 물 흐름이 거칠지 않은 초급 수준이라 가족 단위의 소규모 단체가 오순도순 즐기기에 좋다.

여러 코스가 있는데, 대부분 문산나루에서 시작해 동강 미학의 백미인 어라연을 거쳐 래프팅 업체가 즐비하게 자리 잡은 거운리의 섭새나루에서 마무리한다.

참가비는 1인당 3만 원. 강사랑래프팅민박(033-375-6926), 동강밀레니엄래프팅민박(033-374-0209), 뗏목민박(033-374-7997), 동강레저(033-373-3371).

■ 국내 최고 물살을 자랑하는 내린천

북한강의 지류인 인제 내린천은 짙은 숲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은 맑고 바위 벼랑을 감돌아 흐르는 강변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무엇보다 진동계곡, 적가리골, 조경동계곡 등 내린천으로 흘러드는 계곡은 언제 가도 편안해서 좋다.

내린천은 총 연장 70km에 이르는 코스를 갖추고 있어 매년 수십 만 명이 넘게 찾아오니 가히 ‘래프팅의 종가’라 할 수 있다.

또한 내린천은 백두대간의 설악산과 오대산에서 발원하는 계곡의 영향으로 국내 대상지 중 최대 유속을 자랑한다. 보통 때도 물살이 급해 다른 강보다 스릴이 넘친다. 그래서 마니아들이 많다.

이런 장점 덕분에 지난 6월27일부터 7월2일까지 6일간 전 세계 30여 개 국의 선수들이 세계 래프팅 선수권 대회가 내린천에서 열리기도 했다.

제1코스(원대교~밤골 7km), 제2코스(하추리~밤골 8km), 제3코스(궁동~원대교 8km) 모두 3시간 소요, 참가비 1인당 3만원. 제4코스(궁동~고사리 22km) 5시간 소요, 참가비 6만원. 송강카누학교(033-461-1659), 우주레저(02-599-5887), 인제내린천캠프(033-463-1131).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탄강 래프팅은 고무보트를 타고 고석정을 감상하는 맛이 있다

글·사진 민병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