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 활력소로 작용할까찬- 흥미 유발 효과로 불황 탈출에 효과 크다반- 선정 방식 잡음·장르 획일화 등 문제 많아

TV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제 부활이 침체된 음반 시장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까.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등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이 순위제 부활을 추진하고 있어 가요계 및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뮤직뱅크>가 폐지 5년 만에 순위제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은 가운데, 폐지 1년 7개월에 접어든 <쇼! 음악중심>도 순위제 부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가요 프로그램 제작진은 순위제 부활의 의미가 단순히 흥미를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가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방안으로 활용해 음반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극심한 음반 시장 침체와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가요계 역시 순위제 부활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가 일각에선 순위제가 오랫동안 가요 프로그램의 중심을 이루다가 폐지된 배경엔 불투명한 순위 선정 방식 및 장르 획일화 등 순위제의 왜곡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순위제 부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과연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제 부활이 음반 시장 불황을 타개0할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순위제가 가요 프로그램의 활력소로 작용해 흥미를 고조시킬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관계자들의 일견이 일치한다. 한때 오락 프로그램을 대표하던 가요 프로그램이 시청률 5% 남짓의 침체에 빠진 이면엔 순위제 폐지가 있었음을 부인하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순위제 부활은 가요 프로그램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요 프로그램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음반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돼 ‘윈윈 게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뮤직뱅크>의 윤현준 PD는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이 순위제가 대중 가요의 장르 획일화 등 가요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순위제 폐지 이후 다양한 장르가 고르게 인기를 모으기보다 전반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순위제 부활은 가요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큰 역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공정한 순위 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순위 선정을 둘러싼 잡음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면 순위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역시 순위의 공정성과 대형 기획사에게 더욱 가요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순위 선정의 기준이 되곤 하는 방송 횟수는 기획사의 역량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음반 판매량도 아직 국내에선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경향이 온라인 음원에 집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방송사 순위 결정 시스템으로는 순위제 부활이 무의미하다고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미국의 빌보드 차트나 일본의 오리콘 차트처럼 공정한 순위제가 필요하고 음반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방송사가 실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방송사가 음반 시장의 권력자가 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음반 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요계에도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제 부활에 찬성하고 기대를 보내는 시선도 많이 있다.

30~40대 음반 제작자 모임인 젊은제작자연대 박행렬 대표는 “가요 프로그램 순위제 폐지와 음반 시장의 불황은 시기를 같이 한다. 순위제 폐지가 가요의 전반적인 관심을 떨어뜨린 게 사실이다. 순위제 부활이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수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박진영도 “순위제 부활은 가요의 전통을 살리는 차원에서 필요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의 활성화와 대중의 폭넓은 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뮤직뱅크>의 순위제 부활 추진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순위제 부활을 위한 물밑 준비를 하고 있는 <쇼!음악중심>의 관계자는 “과거 순위제 폐지의 원인이 된 순위제의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

순위제가 가요 권력자의 탄생으로 이어져 또다른 획일화의 주범이 되지 않고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순위제 부활의 성공 여부는 시장의 논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지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음반 및 온라인 음원 판매 등 시장이 가장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주관이 개입된다면 문화 권력을 만들어내고 획일화로 이어질 우려를 지니게 된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동현 JES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kulkuri7@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