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꽃의 향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반 고흐도 반할 만한 해바라기 꽃밭 장관… 한강 발원지도 들러볼 만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를 품고 있는 강원도 태백 금대봉(1,418m)에서 대덕산(1,307m)으로 이어진 산마루의 초원지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들꽃 군락지다. 또한 가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곳이라 이즈음에 가면 가을 들꽃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 가을 들꽃 화사하게 피어 있는 산길

가족 단위 트레커라면 자동차로 두문동재(1,268m) 고갯마루까지 오른 뒤 가을 들꽃을 만나러 가보자. 두문동재에서 자줏빛 벌개미취의 마중을 받으며 금대봉으로 들어서는 길은 제법 널찍하다.

길 양쪽으로 노란 두메고들빼기가 하늘거리고, 연보랏빛 둥근이질풀이 앙증맞다. 꽃며느리밥풀은 붉은 자주색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빼곡하다.

임도를 따르다 보면 금대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오른쪽으로 보이지만, 금대봉 정상은 훼손이 심해 출입을 막고 있으므로 임도를 계속 따라야 한다. 임도 양쪽에도 들꽃은 많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보랏빛 꽃송이를 화사하게 피워 올린 곤드레나물(고려엉겅퀴)은 미풍에도 건들건들 흔들린다. 술 취한 사람처럼 흔들린다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헬기장이 있는 초원엔 이름처럼 어여쁜 각시취, 개미취, 산솜방망이, 촛대승마가 선선한 미풍에 흔들린다.

널찍한 임도를 뒤로하고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 두문동재 옛길이다. 산등성이를 넘어 습한 비탈길을 얼마쯤 내려서면 ‘고목나무샘’이 나온다. 아름드리 신갈나무 아래에서 솟아나는 이 샘물은 이내 땅속으로 흘러들었다가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난다.

한강의 근원이 되는 첫 샘물로 목젖을 넉넉히 적시고 호젓한 산길을 내려서면 분주령이다. 고갯마루엔 노랑물봉선과 물양지꽃이 한창이다. 만약 일행 가운데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이 있다면 이쯤에서 검룡소로 이어지는 오른쪽 길로 내려서는 게 좋다.

분주령에서 들꽃 트레킹의 백미인 대덕산으로 가려면 고갯마루 갈림길에서 능선을 따라 곧장 오르면 된다. 이어 나타나는 이깔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제비난초, 수리취, 어수리 군락이다.

대덕산 정상 직전의 초원을 벗어날 무렵엔 벌개미취들이 소매를 붙잡는다. 이어 어여쁜 단풍취와 눈 맞추다보면 드디어 대덕산 정상. 산마루를 따라 개미취, 각시취, 황금마타리 같은 온갖 가을 들꽃이 지천이다.

들꽃 감상에 행복한 시간은 한없이 짧다. 이어 계곡길로 내려서면 계곡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엄청나게 군락을 이룬 물봉선이 반긴다. 들꽃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를 반드시 들러보자. 한강의 발원지답게 신비스런 분위기가 철철 넘친다.

태백 금대봉~대덕산의 들꽃 감상 코스는 대체적으로 두 군데로 나뉜다.

8월25일부터 9월30일까지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는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사진 제공=태백 시청>

△두문동재~금대봉 구간은 유치원 정도의 어린이 낀 가족 단위가 다녀오기 좋다. 왕복 2~3시간 소요. △검룡소 입구~분주령~대덕산 구간은 왕복 4~5시간 소요.

△이 두 구간을 모두 합친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로 이어지는 전 구간 답사는 걷는 데만 6시간 이상 걸린다. 들꽃 트레킹 가이드와 숲해설사가 필요하면 태백의 숲전문가인 김부래(011-9919-3267)씨에게 문의. 주말엔 무료로 가이드를 하는데, 태백시청(033-552-1360) 환경과에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평일 가이드는 유료.

■ 반고흐도 반할만한 광활한 해바라기 꽃밭 장관

산 위에서 들꽃을 실컷 감상했다면, 산 아래의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원장 김남표)으로 가보자. 식물원이 자리한 구와우(九臥牛) 마을은 소 아홉 마리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명당이다. ‘산 아래’라고는 했으나 구와우 마을이 해발 850m에 이르니 결코 만만히 볼 높이는 아니다.

총 39만7,000㎡에 이르는 고원식물원엔 사라져 가는 우리 꽃 3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널따란 식물원 가운데 무려 165,000㎡가 해바라기 꽃밭이다. 해바라기를 사랑했던 반고흐도 반할만큼 광활하다.

해바라기 꽃밭 관람(탐방로 3.5㎞)을 비롯해 들꽃이 화사한 꽃밭을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때맞춰 8월25일(토)부터 9월30일(일)까지 해바라기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석탄과 해바라기’라는 주제로 펼쳐지는데, 석탄사진전시회, 그림전, 조각작품전, 도예작품전, 그리고 관객과 함께하는 조형물 작업전, 꽃 양귀비 전시, 들꽃 분경 전시 등의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이와 함께 해바라기 기름짜기, 밤하늘 별보기, 소달구지 타기 등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안성맞춤인 체험 행사도 풍성하다.

태백 고원식물원 입장료 어른 5,000원, 학생 3,000원, 초등학생 이하 2,000원. 홈페이지 www.guwow.co.kr 033-553-9707

대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초가을이 되면 온갖 들꽃이 피어난다.

■ 교통

▲자가운전=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 국도→제천→영월→석항리 삼거리(직진)→사북→고한→두문동재(싸리재)→태백<수도권 기준 4시간 소요>

▲고속버스=동서울 종합터미널(ARS 02-446-8000)에서 태백행이 매일 26회(06:10~18:59) 운행. 직통 4시간, 직행 5시간30분 소요. 요금 20,200원.

▲철도=청량리역에서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가 매일 6회(08:00, 10:00, 12:00, 14:00, 17:00, 22:40) 출발. 요금 14,900원, 4시간10분 소요.

▲현지교통=검룡소로 가려면 하루 5회 운행하는 조탄·하장·임계행(06:10~ 19:50) 이용해 창죽동에서 하차. 검룡소까지 도보 1시간 소요. 두문동재로 직접 가는 대중교통편은 없다.

■ 숙식

두문동재 정상, 금대봉, 대덕산 주변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태백 시내에 호텔 메르디앙(033-553-1266), 이화모텔(033-552-2116) 등 숙박시설이 많다.

태백 고원자연휴양림(033-550-2849/582-7238 http://forest.taebaek.go.kr)은 태백의 대표적인 휴양 시설이다. 태백역 부근 청진동해장국(033-553-1433)은 아침 식사 가능.

선지해장국·쇠고기국밥 각 5000원. 정원(033-553-6444), 태성실비(033-552-5287), 동영식당(033-581-4570) 등은 한우 생고기 전문점. 너와집(553-4669)은 너와지붕의 전통 가옥에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 너와정식 15,000원 이상. 쌈밥정식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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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