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향해 자라는 음지의 나무… 불로장생의 명약 명성도

국보 제 1호가 남대문이고 보물 제 1호는 동대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 제 1호는 무엇일까? 바로 대구시 도동 향산에 자라고 있는 측백나무림이다.

옛 기록을 보면 달성 서씨의 집성촌이라는 이 도동마을에 전해 내려 오는 집안의 문집을 보면 조선시대에 이미 측백나무숲이 우거진 절벽과 그 아래로 흐르는 불로천의 경치를 두고 낙화암이라 불렀고 서거정 선생은 ‘달성 10경’의 하나인 ‘북벽향림’으로 예찬해 왔던 곳이다.

천연기념물로 처음 지정할 당시 기록을 보더라도 수백년생의 측백나무가 1천 그루 넘게 있다고 적혀 있으나 지금은 이제 산 전체에 퍼져 있던 이 숲은 몇 백 그루 만이 그것도 북사면의 깎아 지는 듯한 벼랑 끝, 베어 쓰고 훔쳐가기에 너무 위험한 곳에 있는 나무들만이 살아 남아 있어 애석하다.

측백나무는 고향이 중국이냐 아니면 우리나라도 고향이냐에 대한 논란이 많은 나무이다.

측백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 도동의 숲도 누가 심은 흔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측백나무 순림이고 그 밖에 경북의 양양, 안동, 울진, 단양 등의 석회암 지대 곳곳에 자생하는 숲이 남아 있어 혼란스럽게 한다.

우리 마음에는 이 정도로 누가 심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 숲들이 많다면 측백나무는 한국산 나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에 대해 일본의 식물학자 모리는 말하기를 ‘도동(당시에는 달성)의 측백나무 숲은 시냇가의 단애(절벽)에 발달하였고 수백 년의 나이를 가진 나무가 많아 원래부터 자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예전 신라시대에 이 언덕 위에 묘지를 만들었고 그 주변에 측백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측백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나무로 늘 푸른 싱그러움과 세로로 깊게 갈진 회갈색 수피는 보는 사람에게 거리감을 좁혀 준다.

측백나무의 잎은 비늘처럼 작고 납작안 인편엽들이 역시 비늘처럼 나란히 포개어져 달린다. 이렇데 달리는 잎들은 전체적을 마치 손바닥을 펼친 모양처럼 보이는데 모두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측백나무의 잎은 앞뒤의 색깔과 모양이 거의 비슷해서 앞뒤가 없는 나무, 겉다르고 속다르지 않은 군자의 나무라고 이야기 한다.

측백나무는 한자로 측백(側柏) 또는 백(柏)으로 쓴다. 육조잡서라는 옛 문헌을 보면 모든 나무들은 햇빛을 향하여 모두 동쪽을 향하는데 유독 측백나무만이 서쪽을 향하여 음지의 나무로 생각된다며 백(白)자는 서쪽을 뜻하는 색깔이므로 나무 목(木)자에 붙여 백(柏)자가 되었다는 해석이다. 모두 옆을 향하므로 측백(側伯)이 되었다.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어린 잎과 가지를 백자엽, 종자를 백자인이라 하며 잎은 여름이나 가을에 종자는 충분히 익었을 때 거두어 햇볕에 말려 쓴다.

잎은 장출혈, 혈변이 있을 때 지혈제로 썼으며 씨는 식은땀이 나거나, 신경쇠약, 신체허약증, 불면증에 쓴다. 민간에서는 각혈, 백일해, 소아경풍, 심장병, 방광염 등에 이용하였다. 간혹 백자주라 하여 술을 빚어 약술로 마시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측백나무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불로장생의 명약이라는 믿음이다. 중국에는 측백나무씨를 꾸준히 먹고 노인이 새 이가 나오고 흰 머리가 검게 되었다는 등등의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

그밖에 측백나무의 목재는 가공이 쉽고, 견디는 힘이 강해서 목재로도 요긴하고 생울타리가 일품이다. 수형이나 잘 전정되는 특징이나 모두 적합하다.

정원이나 공원에 심을 때도 있지만 단독으로 보다는 줄지어, 또는 어떠한 것을 가리는 차폐식재의 소재로 많이 이용된다. 단 향나무처럼 배나무 별무늬병의 중간숙주이므로 과수원 울타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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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