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에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자,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원료와 시장을 확보하고 잉여자본을 투자하기 위하여, 후진국을 식민지로 삼기 시작하였다. 이를 제국주의라고 한다.

-금성, 고등학교 세계사

정보화로 인해 산업의 구조는 재화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의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 생산보다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지적 서비스 생산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교육인적자원부, 고등학교 도덕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기반으로 한 경제적 실천은 잉여가치의 전유(專有, appropriation)를 위한 상품의 생산, 분배, 소비에 관한 실천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는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가치를 전유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따르면 잉여가치는 생산의 과정에서만 발생한다.

자본은 노동자의 생산적인 능력을 ‘노동력’으로 상품화하고 이를 구매하여, 노동자의 생산적인 활동을 ‘노동’으로 만든다. 간단히 말해, 잉여가치는 ‘노동’에 의해 생산된 가치와 ‘노동력’에 대한 지불 간의 차이다(참고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는 자본가에 의한 잉여가치의 전유를 착취라고 부르고, 주류 경제학에서는 자본의 기여에 대한 응당한 대가라고 본다). 이를 도식화 하면 아래와 같다.

이때, 항상 M'가 M보다 커야만 자본의 증식이 가능하다. 자본의 증식을 멈춘 자본은 곧 죽게 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 증식해야 하는 자본을 암세포에 비유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국가는 아직 암이 전이되지 않은 싱싱한 세포들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타국을 침략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제국주의는 자신의 외부에서 식민화할 영토를 찾는다. 영토의 식민화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군사력이 동원되기 때문에 막강한 군사력은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군사적 침략을 통해 영토 확장을 노리는 제국주의는 ‘자본의 자기증식’을 위한 제국주의에 비한다면 부차적이다. 달리 말하면, 군사적 침략을 통한 영토의 확장은 자본의 자기증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네그리(Negri)와 하트(Hardt)가 제국주의의 종말을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기존의 제국주의를 지탱하던 경제적 체계들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더 이상 영토의 확장을 통해 경제적 착취를 노리는 군사적 제국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군사적 제국주의는 구식(舊式)이다.

중요한 것은 자본의 자기 증식이라는 경제적 목적이다. 레닌(Lenin)의 주장처럼,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제국주의의 핵심은 군사력에 의한 영토의 확장이 아니라, 자본의 자기증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국주의는 영토 외부로의 확장이 아니라 자본 외부로의 확장이다.

그러나 급속한 세계화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민족적 주권형태의 해체를 가속화하였고, 이제 지구 전체가 자본의 내부에 포섭되어 더 이상 ‘자본의 외부’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정보화 과정은 결국 자본의 논리에 의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재구조화라고 볼 수 있다. 즉, 이윤의 원칙을‘하드웨어’에서‘소프트웨어’까지 확장시킴으로써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사진은 지난 7월 13일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경시대회 모습.
정보화 과정은 결국 자본의 논리에 의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재구조화라고 볼 수 있다. 즉, 이윤의 원칙을'하드웨어'에서'소프트웨어'까지 확장시킴으로써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사진은 지난 7월 13일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경시대회 모습.

이는 자본주의의 작동원리가 전 세계에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제국주의의 정복 대상인 ‘비자본주의적 공간’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복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구식 제국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

대신, 전지구적 시장, 생산회로가 등장하였고, 이러한 전지구적 질서를 통제하고 지배할 주권의 새로운 형태가 출현하였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제국’이다.

이런 점에서, ‘제국’은 자본주의적 작동원리가 프로그램된, 일종의 자동기계로서의 지구(地球)에 대한 은유이다. 거칠게 말해, 지구가 하나의 제국이 된 것이다. 지구제국!

정보·통신 기술(technology)은 제국을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기술이다. 1차 산업혁명이 수력과 증기를 이용하여 생산을 근력(筋力)의 한계로부터 해방시켰고, 2차 산업혁명이 전기력과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전문가들의 숙련된 기술을 세분화된 분업 체계로 대체했다면, 전자·정보혁명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통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공장을 네트워크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탈중심·탈영토적인 제국의 지배를 효율적으로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가 이윤의 원천이 된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전자·정보 혁명이 정보를 상품화시키고 기존의 시장이 가지던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속에 시장을 열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자본주의적 경제 네트워크에 통합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가 이윤의 원천’이라고 말할 때, ‘정보화’란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들과 관련된 모든 자원을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을 의미하게 된다.

예컨대, ‘인터넷 서핑하기’ 행위는 기본적으로 관련 매체(컴퓨터와 네트워크 이용권)를 구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매체를 구입한 후, 우리는 컴퓨터 자체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를 통해 전달되는 콘텐츠를 이용한다. 즉, 콘텐츠가 상품이 된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자본의 논리에 의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재구조화라고 볼 수 있다. 즉, 이윤의 원천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확장시킴으로써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인 것이다.

이때, 자본은 거대한 초과이윤을 보전하기 위해서 저작권이나 특허권 같은 독점권을 도입하여, 정보상품들의 상품가치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므로 ‘정보화’, ‘지구화’, ‘네트워크화’는 가치 있는 모든 것의 화폐화(貨幣化)를 지향하는 전 지구적 자본의 전 지구적 이윤추구(혹은 착취)를 보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제국은 무력을 앞세워 영토를 확장하는 야만적인 방법 대신, 아예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식민지를 만들어 내었다. 전략은 간단하다.

제국은 신민들을 사이버스페이스로 이주시키고 그곳에 정착시킨다. 이들을 우리는 유저(User)라고 부른다. 이주비용조차 유저들이 부담한다. 사이버스페이스에 접속하기 위해서(유저가 되기 위해서) 신민들은 네트워크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일단 사이버스페이스에 접속한 신민들은 자발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노동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생산해낸다. 기업들은 보다 재미있고, 편한 방식으로 정보를 생산, 검색, 소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신민들의 자발적 노동이 이윤을 만들어낸다. 재미있는 것은 기업이 신민의 노동력을 구매하기 위해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기업은 신민들에게 자기충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대가로 그들의 노동 결과물인 콘텐츠 상품을 무상으로 넘겨받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수익을 올린다. 이는 방송국이 시청률을 근거로 광고수익을 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컨대, 요새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UCC를 보라. 모든 콘텐츠는 유저들이 만든다. 기업은 유저들의 콘텐츠를 한 곳에 모아주고, 검색을 도와주는 대가로 엄청난 광고이익을 챙긴다.

클릭수가 높은 콘텐츠를 보유할수록 광고수익은 높아진다. 유튜브(Youtube)같은 기업은 유저들의 노동력을 공짜로 이용하여 엄청난 이윤을 올린다.

그러나 부를 안겨준 유저들에게 노동력의 대가를 지급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대박을 터뜨린 유저들은 단지 자신의 콘텐츠가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 만족감을 얻을 뿐이다.

이런 노동은 ‘임금노동’ 대신 ‘만족노동’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자본은 이윤창출을 위해서라면, 사회를 사회적 공장으로 만들고, 특정한 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지구적 자본이 되고자 한다. 또한 가상공간을 창조하여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노동력 활용법도 터득하였다.

결국 자본은 실제공간이든, 가상공간이든 상관하지 않고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개입한다.

이제 노동력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조건들이 자본의 자기 증식을 위해 통합된다. 즉, 지구는 자본 증식을 위한 거대한 공장이 된다. 이런 점에서 세계는 하나다. 그러므로 지구제국의 다른 이름은 곧 지구공장이다. 이렇게 제국은 당분간 번영할 것이다.

● 심원 약력

- 1977년생

- 서울대 종교학과 졸(2004년)

- 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졸업(2006년)

- 현 TOPIA논술아카데미 강사

- TBS 교통방송 <윤은기의 굿모닝 서울> 문화 평론 프로그램‘이반의반격’진행

- EBS 손석춘의 <월드FM> 문화 평론 프로그램‘이반의 천변풍경’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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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 TOPIA 논술 아카데미 선임연구원 i2u4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