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충만한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연휴 전후 1주일간은 정서적 공황증을 겪기 쉽다. 어차피 손에 잡히지 않을 일, 차분한 음악과 미술 행사 등을 찾아 마음을 한 뼘 낮추고 채워보자. 가슴 안에 만월도 하나 그려 넣자. 다음은 9월 하순을 함께 할 공연, 전시 몇편.

■ 여울의 가야금 버라이어티 쇼

저무는 여름을 가야금 소리로 채워본다. 신세대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의 공연이 호암아트홀에서 펼쳐진다.

‘4색 반란 에피소드 ∏‘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가야금이라는 전통 악기 편성을 중심으로 전통, 재즈, 팝, 락, 뉴에이지, 퓨전, 컨템포러리, 클래식 등을 다양하게 연결한다.

민족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형태의 유행음악을 시도하는 공연이다. 가야금 하나만으로도 12줄 산조 가야금을 비롯, 18현, 22현, 25현 가야금 등 도구적 응용과 실험성도 선보인다.

무대에 오를 신예 연주그룹 여울은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선생 문하의 제자들이다. 모두 여성들로, 기숙희, 이수은, 안나래, 박민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음악적 자질을 눈 여겨 본 황병기 선생의 제안에 의해 팀을 구성, 이번 공연에까지 이르렀다. 28일(금) 오후 8시. (02) 720-3933

■ 어둠속의 대화, Seoul 2007 (두번째 이야기)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하루가 어떻게 변할까? 시각을 배제한 상태에서 일상을 새롭게 접하는 체험전시 행사가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시각장애인용 케인을 쥐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투어하는 방식의 체험전시다. 굳이 ‘장애인 이해’와 같은 고정관념적 의도가 아니라도 인간의 감각 중 시각의 존재를 확인해보는 실험적인 경험으로 한번 시도해 볼 만 하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캄캄한 공간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20년간 전세계 130개 전시회를 이어오면서 세계인들의 공감 속에 명성을 더하고 있는 ‘어둠속의 대화’ 2007년 한국편이다. 12월30일까지. (02) 525-4120

■ 국대호展

도회적 이미지의 서양화를 좋아한다면 들러볼 만한 곳이 있다.

서울대 서양학과와 파리 8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출신의 화가, 국대호展이 서울 빛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국씨는 1997년 프랑스 살롱 드 비트리 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전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 및 개인전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혼성의 도시 풍경이라는 주제 아래 현대문명의 집약체인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개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도시 찬가라는 측면, 긍정적인 시각을 찾을 수 있다. 계획 없는 도시구조까지도 사람들이 이룩한 문명 결과로 작가는 애정을 갖고 본다.- 국민대 강태성 교수의 작품평> 20일까지. (02) 720-2250

■ 한국현대사진의 풍경

이름 그대로 한국 사진계의 현대사를 연대기로 엮었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전관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사진의 대중화 물결이 일기 전, 한국 사진계를 지켜온 작가들과 작품, 시대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 22인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시기별로 3개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작가들이 선정한 대표작품 80점이 선보인다.

1960년대 중반의 저널리즘 출신의 사진가들, 1990년을 전후하여 전개된 혁신적 사진과 전문작가들의 출현, 사진의 탈장르적인 성격과 새로운 표현 가능성,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한 신진작가들의 작업, 이론가와 유학파들의 등장 등 국내 사진의 역사와 작품들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져 있다.

28일까지. (02) 598-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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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