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 시오노 나나미 지음 / 한성례 옮김 / 부엔리브로 발행 / 1만7,500원

로마제국의 탄생부터 멸망까지 1,000년 동안의 이야기를 무려 15권에 걸쳐 펼쳐놓은 시오노 나나미. 로마에 대해 그렇게 많은 책을 쓰고도 또 할 말이 남았나 보다. 2005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는 로마제국의 실체를 ‘개혁’이라는 키워드로 재조명한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에서 로마제국과 카이사르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가감 없이 드러낸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로마제국을 찬양하고 변호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로마제국은 사람들의 자유를 누르고 성립한 전제국가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그는 “황제의 지위는 원로원과 로마 시민의 지지 없이는 가질 수 없었고, 로마 사람들의 생활은 ‘팍스 로마나’라는 말이 의미하듯 안전하고 풍족했다”고 강조한다.

반면 로마 시민들의 풍족한 생활이 수많은 노예들의 희생 위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나 검투사 경기와 같은 잔혹한 취향에 대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또 “현재는 아무리 나쁜 사례라도 그것이 시작된 원래 계기는 훌륭한 것이었다”는 카이사르의 말을 인용, “개혁이란 옛것을 부정하고 새것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현재를 다시 들여다보고 유효한 것이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재구축하는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역사를 왕이나 정치가 같은 지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저자는 책 뒷부분에 로마 지도자 30여명의 자질을 지적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 제어 능력, 지속하려는 의지 등 다섯 개 항목으로 나눠 500점 만점으로 직접 성적을 매긴 표를 첨부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도자는 페리클레스와 카이사르.

시오노 나나미는 이들에게 모든 항목에서 100점 만점을 주었다. 카이사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지만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구축했던 페리클레스에게도 만점을 줬다는 점이 특이하다.

30년 동안이나 변하기 쉬운 민중의 마음을 지배하며 스스로를 제어하고 일을 관철하는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란다.

이들에 비해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 대왕은 지적능력과 지속하려는 의지는 강했지만 말로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해 육체적 내구력이 부족했으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만큼 과음했다면서 점수를 깎았다.

한니발은 주변국들이 로마 연합을 이탈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저자가 정신적 연인(?) 카이사르를 죽인 브루투스에 대해서는 “확실한 비전도 없으면서 타인이 하는 일에는 큰 소리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했던 좌파 인텔리”라는 혹평을 남겼다.

저자는 이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흔히 이상적 지도자의 조건으로 인격의 원만함이나 덕성 등을 요구하지만 인격이 고결한 것과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인격에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큰 목적만 달성하면 그것이 좋은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인간성이 나쁘고 사생활이 문란하고 비리를 저질러도 ‘민생’만 해결하면 만사 오케이란 주장. 과연 현대의 지도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저자는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이 지옥에 떨어지기를 각오해야만 국민을 천국으로 이끌 수 있다”면서 “로마의 유명한 지도자들은 모두 지옥에 떨어지기를 각오한 사람이었고, 이것을 알려주고 싶어 로마인의 이야기를 계속 써 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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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