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누에·곶감의 고장… 낙동강 휘돌아 흐르는 경천대 풍경 등 일품

천년 신라 고도인 경주와 함께 경상도의 대표 고을이었던 상주는 예부터 쌀·누에·곶감이 유명해 흔히 ‘삼백(三白)의 고을’이라고 불렸다.

상주쌀은 임금의 수랏상에도 오르던 진상품이었으며, 상주 함창읍은 신라시대부터 명주 산지로 이름난 곳이었다. 또 상주엔 감나무가 많아 가을에서 겨울 사이엔 어딜 가나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이 익어가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 정기룡 장군이 무술을 연마하던 경천대

상주의 으뜸 명소는 경천대(擎天臺)다. 가는 길에 만나는 충의사는 정기룡(鄭起龍, 1562~1622) 장군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그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과 100여 차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명장.

정유재란 때 토왜대장이 되어 6만의 왜적을 대파하고, 상주 합천 의령 등의 여러 성을 탈환했고, 경주 울산을 수복하는 등 부족한 군사와 무기로 용맹을 떨친 그를 ‘육지의 이순신’이라고도 불렀다. 충의사에선 장군의 행적을 기록한 ‘매헌실기’의 판목 58점과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실전에서 사용하던 칼도 구경할 수 있다.

충의사를 나와 사벌왕릉과 화달리삼층석탑을 지나면 곧 경천대다.

낙동강 물길이 크게 휘도는 곳에 자리한 이곳은 정기룡장군이 무예를 닦으며 심신을 연마하던 곳이라 전한다. 이곳은 상주 사람들이 ‘낙동강 천삼백리 물길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자랑하는 장소답게 낙동강 고운 모래밭 위로 솟은 절벽이 일품이다.

철불좌상과 목각탱이 모셔져 있는 남장사 보광전.

또 기암절벽 아래 강물이 크게 휘돌아 흐르고 그 물돌이 너머로 펼쳐진 널찍한 회상 들판은 장관이다. 들판의 곡식이 누릇누릇 익어가는 가을 풍경이 으뜸. 경천대 주차료는 대형 4,000원 일반 승용차 2,000원. 입장은 무료. 전화 054-536-7040 054-530-6218

경천대를 나온 뒤 상주 시내에서 25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5분쯤 달리면 오른쪽으로 남장동이 보인다. 마을 입구에 있는 자전거박물관엔 세계의 초기 자전거(5점), 이색자전거(29점), 경기용자전거(11점), 기타자전거(15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주차료는 무료. 관람 시간은 09:00~18:00. 연중무휴.

자전거 박물관 안쪽은 곶감마을이다. 전국 곶감의 60%를 생산하는 상주는 무려 7,600여 농가가 연간 4,500톤의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곳 남장동이 으뜸이다.

10월 초순부터 11월 중순 사이엔 부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 껍질을 깎고 곶감타래에 거는 생동감 넘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예전 곶감은 손으로 만져가며 익혔기 때문에 녹말이 하얗게 묻어 나왔으나 요즘엔 자연 그대로 말리기 때문에 말간 주홍빛이다.

■ 우리나라 최초로 범패가 보급된 남장사

남장동에 있는 자전거 박물관.

곶감마을을 지나면 남장사(南長寺). 성난 표정을 표현하려 했으나 소박함과 천진스러움이 엿보이는 석장승, 그리고 목수가 예술적인 솜씨를 한껏 발휘한 일주문을 차례로 감상하는 맛이 좋다.

상주 둘레의 남장사·북장사·갑장사·승장사를 흔히 ‘상주 4장사’라고 불렀는데, 이 중에서 남장사의 규모가 가장 크다. 남장사는 진감국사가 830년(흥덕왕 5)인 57세 때 중국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장백사(長栢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절집.

진감국사는 중국 종남산에서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한 불교음악인 범패를 배워 우리나라에 보급한 인물로서 진감국사의 행적은 신라 말 최치원이 지은 쌍계사 진감국사비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진감국사가 832년 이곳에 무량전을 짓고 범패를 보급하자 사람들이 구름같이 많이 모였다 한다. 결국 남장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범패가 보급된 절집이라 할 수 있다.

삼층석탑을 거느린 극락보전이 있지만 중심 건물은 보광전. 이곳엔 조선 초기의 작품으로서 조선 철불상의 귀중한 예로 높이 평가되는 철불좌상(보물 제990호), 후불탱화로 사용되고 있는 목각탱(보물 제922호)이 있다.

관음전의 주존인 관음보살상 뒤편에 새겨져 있는 관음선원 목각탱(보물 제923호)도 조선 후기 작품을 대표하는 수준작. 입장료와 주차료 없다.

한편, 상주의 대표축제라 할 수 있는 낙동강삼백축제가 11월 9일(금)부터 12일(월)까지 나흘간 북천시민공원 및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경상감사도임순력행차, 전국곶감 마라톤대회, 명주패션 디자인 페스티벌, 전국 MTB대회 등의 특별행사와 섶다리 체험, 옹기 만들기, 감깎기, 벼 탈곡 등의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충의사 유물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는 정기룡 장군의 칼. 임진왜란 당시 실전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상주 쌀로 만든 삼백떡, 비빔밥, 튀밥을 비롯해 수정과, 감잎차, 고구마 및 알밤 구워먹기 등 무료 시식행사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 여행정보

■ 교통

▲자가운전=영동고속도로→여주 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상주 나들목→상주<수도권 기준 2시간30분 소요>

▲대중교통=동서울터미널(ARS 446-8000)에서 매일 30회(06:00~20:30) 운행. 2시간 소요, 요금 12,000원. / 남부터미널(ARS 521-8550)에서 매일 13회(06:30~18:20) 운행. 4시간 소요, 요금 11,700원. / 서울터미널(02-535-4151)에서 매일 50분 간격(07:00~18:40) 운행. 3시간20분 소요, 일반 10,400원, 우등 13,000원.

▲현지교통=상주터미널에서 경천대까지 매일 5회(06:30, 09:10, 12:25, 14:40, 17:20) 운행. 30분 소요. 상주종합버스터미널 전화 054-534-9002

■ 숙식

상주 시내에 모텔급 숙박시설이 많다. 경천대 시설지구의 청석골(054-536-6022), 경천정식당(054-536-3390), 한솔식당(054-536-3687)에선 버섯전골·닭도리탕·산채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경천대관광농원(054-536-3131)에서 숙박 가능. 남장사 입구에 위치한 노악산장(054-533-9624)의 약수 삼계탕도 별미다. 남장사 주변엔 숙박 시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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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