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겨울엔 밤 시청자 늘어 연령층 폭넓은 사극 인기대선의 계절도 한 몫… 최근 '태왕사신기' 등 히트 행진

MBC '태왕사신기'
안방극장이 바야흐로 사극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한 주일 동안 금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사극이 시청자를 찾고 있다. 그것도 구색을 갖추기 위해 편성된 작품들이 결코 아니다. 각 방송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대작 사극들이 거의 매일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도 뜨겁기만 하다. 월·화요일에 방영되는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는 SBS 사극 <왕과 나>다. 2위는 MBC 사극 <이산>이다. 수·목요일에 방영중인 드라마 시청률 1위는 MBC 사극 <태왕사신기>다.

또한 주말 드라마 중 시청률 정상은 KBS 1TV <대조영>이 차지하고 있다. <대조영>은 전체 시청률 1위를 굳게 지키고 있고 <태왕사신기>와 <왕과 나>는 <대조영>을 바짝 뒤쫓으며 시청률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안방극장에 사극 열풍이 불어 닥친 이유는 뭘까. 시기적인 요인이 무엇보다 크게 꼽히고 있다. 가을과 겨울에 사극이 호응을 얻는다는 계절적인 요인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적인 관심이 정치에 모아지는 점이 사극 열풍을 불러오는 것이다.

계절적인 요인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밤 시간대 시청자들이 늘면서 가족 시청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사극이 호응을 얻기 유리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극은 전통문화 또는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는 물론 교육적 측면이 있어 어린이나 청소년, 젊은 층까지 다양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적합한 장르다.

그런 점에서 가을과 겨울 시즌에 폭넓은 시청자층 공략에 성공한 작품 중에 사극이 많다. MBC <대장금> <허준> <주몽>, KBS 2TV <황진이>, SBS <여인천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게다가 올해는 <태왕사신기>라는 변수가 사극 열풍에 큰 몫을 했다. <태왕사신기>는 당초 올해 초 방영될 예정이었지만 수 차례 방영이 연기되는 과정에서 가을로 자리 잡게 됐다.

그 결과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는 대작 사극들과 동시 편성이 이뤄지며 사극 장르 전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MBC가 월~목요일 4일간 사극을 방영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와 사극의 함수 관계도 올해 사극 열풍의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힐 만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대선이 열리는 해엔 유난히 사극이 인기를 모았다. 특히 왕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들은 바람직한 대통령상에 대한 하나의 모델 역할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파고 들었다.

1997년 KBS 1TV <용의 눈물>, 2002년 KBS 1TV <태조 왕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정조가 새롭게 조명 되며 <이산>은 물론이고 KBS 2TV <한성별곡>, 케이블 채널 채널CGV의 <18일> 등에서 주인공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성주 KBS 드라마 팀장은 “드라마에서 현실정치에 대해 직접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사극을 통한 비유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로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왕을 다루는 사극의 경우 대통령 선거 등의 이슈가 있을 때 더욱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시청자들은 사극의 왕의 모습에서 바라는 지도자상을 찾기 때문이다.

이 또한 현실 정치에 투영돼 작품의 인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극 열풍은 한동안 식지 않을 전망이다. 대작 사극들이 사극 열풍의 문을 연다면 소규모 이색적인 사극들이 뒤를 이을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는 다시 대작 사극들이 이을 전망이어서 사극 열풍이 1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KBS 2TV <홍길동>, SBS <일지매> 등은 다소 가벼운 느낌의 사극으로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BS 1TV <대왕 세종>, SBS <단군> 등은 역사 의식을 갖춘 대작으로 화제를 몰고 올 작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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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산'
SBS '왕과 나'

이동현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kulkuri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