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셰프의 현대식 프렌치 요리 맛보세요

양갈비와 모로코 스타일의 쿠스쿠스
웬만한 식당이나 레스토랑들은 이렇게 구성된다. 주인, 요리사, 그리고 홀 서빙 직원. 이들 간에 3위일체가 이뤄져야만 운영이 잘 될 수 있다는 건 불문가지다.

그리고 특징적인 것은 주인 대부분이 카운터에 많이 앉아 있다는 사실. 주인이 직접 서빙하거나 요리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7월 서울 방배동 뒷길에 문을 ‘July’. 여기 주인, 엄밀히 말해 대표는 오세득 셰프다. 그럼 셰프, 즉 요리사가 주인이라면 과연 어떨까?

굳이 음식의 장르를 따지자면 이 곳은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정통 프렌치를 추구해 이탈리아 음식인 파스타 종류는 아예 없다. 하지만 프렌치라면 왠지 ‘(격조있게) 무거우면서도 어렵고 포장(데코레이션)이 많다’는 인상이 강한 것이 사실. 대신 (포장을) 좀 더 쉽고 가볍게 가져가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혹은 ‘컨템포러리 프렌치 퀴진’이라고 하면 좀 더 정확할 듯.

메뉴판을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모던 혹은 컨템포러리’란 단어에 걸맞게 현대식 프렌치 메뉴들이 많이 쓰여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기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전에 많이 보던 메뉴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확 나타난다.

셰프인 오세득씨가 자신이 추구하는 음식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 눈치 안보고) 맘 놓고(?) 시도할 수 있어서다.

미국의 명문 요리학교인 ICE(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에서 수학하고 뉴욕 맨해탄의 레스토랑과 호텔 등에서 경력을 쌓은 서양요리 전문가인 그는 국내에서 여러 후배 조리사들과 뜻을 뭉쳤다.

그와 함께 일하는 조리사만 10여명. 일본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한 파티제리 3명을 비롯, 무려 8명이 최근 외국의 요리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파 조리사들이다. 그의 표현대로 ‘키친(주방)의 외인구단’이다.

그가 직접 개발했다는 요리는 전채요리(애피타이저)부터 티가 난다. 우선 3가지 종류와 맛의 푸아그라 요리. 프랑스 요리 중 최고봉에 속한다는 푸아그라는 보통 팬에 구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 셰프는 이를 튀겨내기도, 또 무스처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길다란 접시에 3가지가 나란히 나오는 그의 푸아그라 요리는 먼저 팬에 뜨겁게 지져낸 것부터 맛본다. 다음 순서는 중국식 춘권처럼 튀김 만두와 비슷하게 푸아그라를 춘권피에 말아 튀겨낸 것. 입 안에 넣으면 푸아그라가 액즙처럼 입 안에서 뜨겁게(!) 감칠맛을 내면서 녹아 든다. 대신 한 입에 다 먹어야만 된다.

바로 옆에 있는 것은 무스타입으로 만든 푸아그라. 모양을 내는 틀에 푸아그라를 넣고 아이스크림처럼 만든 것인데 차갑게 먹는 것이 인상적이다.

메인 메뉴로 인기높은 도 남다르다. 양갈비 한 점을 베어 씹으면 맛과 향이 깊고 부드러우면서도 기름기가 쫙 빠진듯 담백하다. 이는 그가 개발한 요리기법인 진공포장법을 사용한 덕분이다.

고기 등 식재료를 진공포장해 향신료를 넣고 일정 시간 숙성시키는 방식인데 고기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향신료가 찰지게 잘 달라붙게 된다고. 진공 속에서 고기의 향과 맛, 육즙이 그대로 보존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오리가슴살이나 돼지고기 등 다른 재료들도 같은 방식으로 숙성되는데 이 때 첨가되는 소스는 모두 원재료에서 나온 것만을 사용한다. 소고기는 소고기를 우려내 뽑아낸 소고기소스, 양이면 양, 닭이면 닭 일일이 정통방식만을 고수한다.

그리고 양고기 뒤에 놓인 블록 모양의 음식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스타라는 쿠스쿠스. 옥수수 가루를 빻아 말리는 과정을 거쳐 쌀알같이 만든 쿠스쿠스를 가지로 감싸 양파로 우려낸 모로코식 향신료를 입혔다.

셔베트나 아이스크림 또한 무척 부드러워 얼음 알갱이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다. 이는 미국 나사에서 개발했다는 ‘파코젯’이라는 극세분쇄기를 사용한 덕분. 얼려서 갈아내는데 이 보다 더 가늘게 가는 주방기계는 지구상에 없다고 한다. 초콜릿 또한 ‘초콜릿계의 페라리’로 불리는 발로나 초콜릿만을 테이블에 낸다고.

■ 메뉴

오렌지향의 오리가슴살과 밤퓨레 등 메인류는 2만5,000원부터. 푸아그라 등 전채와 과일샐러드와 파바나 소르베 등 후식류는 1만원부터. 코스는 3만2,000원부터 3가지.

■ 찾아가는 길

서울 방배중학교에서 서초역 방향으로 가는 길, 인현교회 골목 입구 1층. (02)534-9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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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