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 산 수 치의 평화' / 아웅 산 수 치 지음 / 이문희 옮김 / 공존 발행 / 1만2,000원

지난달 27일, 10여만명의 미얀마 국민과 승려들이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민주화를 외치며 평화적 시위를 벌이는 그들에게 버마 군경은 발포를 했고, 최소 13명이 세상을 떠났다.

유엔 특사가 미얀마 군정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 산 수 치 사이를 오가며 메시지를 전달했고 군정도 유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아직도 수 치의 세 번째 가택 연금은 풀어지지 않았다.

이 책은 수 치가 1989년 시작된 첫 번째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려난 1995년 말부터 1년 동안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미얀마의 자연환경과 국민들, 불교신앙, 전통, 시, 그리고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하는 동지들에 대해 써 내려간 이 글은 독립운동가의 글이 아니라 마치 시인이나 수필가의 글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름답고 섬세한 필치는 자유를 억압 당하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민중의 고통을 더욱 더 처절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버마에서 가장 멋지고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계절”, “하늘은 눈부신 청자빛으로 빛나고 멀리 지평선과 맞닿은 가장자리는 오리알 같은 푸른빛을 띠는” 겨울의 후반부에 대한 묘사에서 시작, “삭막한 감방 속에서 콘크리트 바람의 음산한 한기가 스며드는 얇은 매트 위에 누워 있을 동지들”을 걱정하는 부분에 다다르면 읽는 이의 가슴도 아프게 저려 온다. 칼보다 강한 펜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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