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휩쓴 맥아 원료 싱글 몰트 위스키맛·향의 일관성 유지돼 최고의 품질… 국내서도 수요 크게 늘어

“이 집에서 제일 좋은 위스키로는 무엇이 있나요?”

“네 30년산 준비돼 있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싱글 몰트 위스키로 주세요.”

주변의 여느 술집이나 바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대화처럼 들린다. 그런데 마지막 언급은 다소 생소하다. 싱글, 또 몰트? 하지만 적어도 대만에서는 익숙한 대화 내용이다.

고급 위스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프리미엄 위스키의 서열 기준이라면 연산. 얼마나 오랜 기간 숙성된 술이냐는 것이 위스키의 품격과 가격을 결정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보통 12년산에서 출발한 위스키의 고급화 경향은 15년, 18년, 21년 등을 거쳐 30년을 넘어 서 있다. 그렇다고 다음 차례는 40년, 50년…등으로 마냥 이어질까?

대만 타이베이 시내의 한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맥캘란의 신제품‘그랑 리저바 12년산 출시 행사장 모습.
대만 타이베이 시내의 한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맥캘란의 신제품'그랑 리저바 12년산 출시 행사장 모습.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연산 개념을 뛰어 넘으며 프리미엄 위스키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싱글 몰트 위스키다.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란 맥아를 원료로 한 증류소에서 나온 위스키. 하나의 증류소에서만 생산하기 때문에 품질의 맛과 향의 일관성,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위스키 종류 중 가장 최고로 분류된다.

제조방법과 품질이 일반 블랜디드 위스키와 다르다고 ‘슈퍼 프리미엄 위스키’로 분류되는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의 선두주자는 대만이다. 대만에서는 무려 위스키 시장의 50%를 차지할 정도.

일찌감치 주류 시장에서 다양한 상품군과 문화가 소개된 상황에서 싱글 몰트가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이는 아시아권 최고일 뿐더러 전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한다.

지난 10월초 대만 타이베이 시내의 한 비즈니스센터.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의 강자인 맥캘란이 새롭게 출시하는 ‘그랑 리저바 12년산’ 출시 행사가 열렸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이 위스키 신상품을 일본도, 홍콩도 아닌 대만에서 가진 것. 대만이 싱글 몰트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말해준다.

파티 형식으로 치러진 이 날 행사 초청자만 700여명. 주류업계는 물론, 패션 모델, 연예인 스타 등 대부분 타이베이 시내의 멋쟁이들이다. 정장과 드레스 등으로 한껏 차려 입은 대만의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들이 멋스러운 공간에서 새로운 위스키 맛을 보며 분위기를 만끽하는 자리인 셈이다.

행사가 열린 장소 또한 보라색을 컨셉트로 잡은 ‘그랑 리저바 12년산’의 이미지처럼 보랏빛 컬러로 장식됐다. 커튼부터 조명까지 공간을 채운 것은 대부분 보랏빛. 참석자들은 1층 홀과 카페 형식으로 마련된 2층, VIP룸 등을 오가며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듣는 등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주관한 맥시엄 타이완의 벤자민 흐시웅 맥캘란 브랜드 매니저는 “시장에서 유행을 창조하고 이끄는 계층이라 할 수 있는 트렌드 세터들을 중심으로 초청, 새로운 위스키 브랜드와 맛을 선보이는 기회를 가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제 여건과 문화 수준이 높은 대만에서 싱글몰트 위스키의 위력은 대단하다. 주류만을 전문으로 파는 리커숍이 동네 군데군데 들어서 있고 웬만한 리커숍에서는 별도로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을 정도다.

또 대만 시내의 유명 거리인 안허 스트리트에만 30여개 이상의 트렌디 바가 성업중인데 이 곳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주문하는 주종 역시 싱글 몰트 위스키다.

맥시엄 타이완의 샘 루 필드트레이닝 매니저는 “요즘 대만의 젊은이들은 바에서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싱글 몰트”라고 얘기한다. 실제 이들 대부분의 바 메뉴판에서도 싱글 몰트 위스키 페이지가 따로, 그것도 가장 먼저, 크게 마련돼 있는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의 시장 점유율은 채 1%를 아직까지 넘지 못한다. 오히려 ‘싱글 몰트’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이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할 정도. 그럼에도 싱글 몰트 위스키가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성장성 때문이다. 금액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전체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몰트 비중은 10% 가까이 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2004년 이후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위스키 시장의 평균 성장율은 10% 내외. 그런데 이 기간 몰트 위스키는 무려 100%나 신장세를 보였다. 그것도 2년 연속. 물론 시장 규모가 워낙 작긴 하지만 놀라운 성장임에는 틀림없는 사실로 해석된다.

맥캘란의 경우 1990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지만 2,000케이스(12병 기준)를 파는데 15년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1만 케이스를 돌파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년 남짓. 올 해 처음으로 1만 케이스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맥캘란의 국내 수입유통사인 맥시엄코리아의 김주호 전무는 “싱글 몰트의 부상은 위스키 시장에서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기호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라며 “싱글몰크 위스키가 아직은 니치 마켓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앞으로 대만에서처럼 고급 위스키 시장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 위스키의 종류

위스키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1) 몰트위스키 (malt whisky): 맥아를 원료로 만든 위스키

* 싱글몰트 위스키: 하나의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몰트 위스키로 최고급 위스키

2)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y): 곡물을 원료로 대량생산을 하는 위스키이다. 높은 생산성으로 가격은 저렴하나 맛과 풍미에 있어 상품성이 떨어져 단독판매는 거의 없으며 블랜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3) 블랜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위스키이며, 각 브랜드마다 독특한 블랜딩 방법으로 저마다의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 "대만에선 싱글 몰트 위스키 공급이 달려요"
제런드 펑 맥시엄 타이완 대표

"다양한 주류 문화가 발달한 대만은 고급 위스키 시장의 세계적 추세를 선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대만에서 '맥캘란'을 싱글 몰트 위스키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잡게 한 맥시엄 타이완의 제런드 펑 대표(총경리)는 "대만에서 아시아 최초로 신규 위스키 런칭 행사를 한다는 의미는 대만 시장이 그만큼 무르익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맥시엄 타이완은 대만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 붐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 맥캘란의 수입 유통사. 이번 맥캘란 '그랑 리저바12'의 대만 상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는 "이제 대만의 젊은이들은 싱글 몰트를 가정 먼저 찾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맥캘란은 한 해 50만 케이스 정도 생산됩니다. 생산량 전부가 팔려 나가는데 그게 문제이지요. 대만 수요의 80% 밖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니깐요. 한 마디로 물량이 달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다른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생산량이 워낙 적은 축에 속하는 맥캘란은 대만 뿐 아니고 각국 공급량이 항상 필요량보다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은 대만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이 일반 위스키 시장보다 커졌습니다. 한마디로 역전이죠." "소비자들의 입맛이 날로 까다로워지는 추세가 결국 싱글 몰트 시장을 키우게 한 것 같다"는 그는 "한국 시장도 머잖아 대만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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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글ㆍ사진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