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 영혼의 울림"니코스 카잔차키스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요즘 하루 48시간도 모자라요. 리쌍의 노래 <내가 웃는 게 아니야>를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로 개사해서 입에 달고 삽니다.”

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최근 근황에 대해 바쁘게 설명했다. 그는 9월 30일, 2008 s/s 파리 컬렉션을 끝내고 곧바로 10월 중순 ‘LA VITA, LIE SANG BONG’이라는 타이틀로 의상을 비롯한 휴대폰, 도자기 등 디자인 작품을 중심으로 국내 전시회를 열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파리 진출 후 6년간의 컬렉션에 대한 아트북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소리꾼 장사익과 화가 임옥상 등 유명인들의 서체를 의상 디자인에 접목시킨 ‘한글 디자인’으로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그이지만,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나를 살찌운 한 권의 책’으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추천했다. “인간의 영혼과 자유에 대해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한 책이 또 있을까요?”지난 해 여름 그리스를 여행하며 책을 접했다는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유쾌하고 호탕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조르바는 실제 인물이다.

그는 교육을 받지 않은 늙은 노동자이지만 육체의 즐거움을 정신의 즐거움으로 도약시킬 줄 아는 놀라운 마법을 지닌 사람이다. 야성의 영혼을 가진 조르바에게서 뜨겁고 치열하게 생에 밀착해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자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소설의 줄거리보다는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와 철학적인 표현에 집중해 읽으면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상봉 씨는 “인생의 참 맛을 알게 되는 40대 이후의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보다 높은 곳이나 낮은 곳에서 행복을 구합니다. 그러나 정작 행복은 그 사람과 같은 높이에 있지요. <그리인 조르바>는 인생의 당연한 진리에 대해 알려줍니다.”

●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추천한 <그리스인 조르바>의 명문장

“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뻘 속에 갇혀 있어서 무디고 둔한 것이다. 영혼의 지각지력이란 조잡하고 불확실한 법이다. 그래서 영혼은 아무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예견할 수 없다. 미래라는 게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른 것일 수 있었을까.”

“우리는 둘 다 기분이 좋아져 있었는데 우리 내부의 믿어지지 않는 행복이 술 탓은 아니었다. 우리는 나름대로 우리라는 게 대나무와 판자와 드럼통으로 엮은 오막살이 뒤의 지각에 들러붙은 두 마리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하루살이였다. 우리 앞에는 유쾌한 일과 음식이 있었고, 가슴엔 평온과 애정과 평화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에 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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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