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Passion for Art, Mission for Money'

어떤 의미에서, 이 전시회는 도발적이다. 창작이라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욕구를 도발한다. 소재는 범상하지만, 주제와 이미지는 범상치 않다. 사진이라는 장르가 지닌 기본적인 사실성이 더욱더 이 도발을 부추긴다.

어빙 펜(Irving Penn)의 나이가 90세라는 점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 꽃 사진 하나만으로도 대단히 고혹적이고 뇌쇄적이다. 어빙 펜은 1917년생 미국인. 국제 사진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세계적 거장이다.

화려한 색감과 정밀하고 섬세하게 묘사된 꽃잎 하나하나가 원색으로 살아 숨쉰다. 선명하고도 또렷하다. 꽃의 장르 하나에만 40여 년을 바친 대가의 걸작답다.

화가 출신 사진작가 로레타 룩스(Loretta Lux)의 인물관 또한 독특하다. 그는 대체 세상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 지극히 단순화된 배경, 모호한 표정으로 사진 속 소녀들이 각기 다른 포즈로 서 있다.

얼핏 단순하거나 일상적인 움직임의 포착같지만, 이들의 눈빛이 정확히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꿰뚫기란 수월치 않다. 어쩐지 소녀는 소녀답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지만 침묵하는 것은 아니다.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다.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관심이 있다면, 턴 혹(Teun Hocks)의 작품이 흥미로울 만 하다. 턴 혹의 전시작들은 회화와 사진, 디지털 기법의 장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배합된 체 존재를 드러낸 대표적인 케이스다.

배경과 인물, 소품들의 과감한 생략과 정리, 재배치, 회화적 기법 등이 턴 혹 특유의 미술적 재치와 매력을 던진다.

세상에는 ‘사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눈’이 존재할 뿐이다.

요셉 슐츠(Josef Schulz)의 작품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주로 건축, 조형물들을 대상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사진작가적인 시점(視點)을 통해 주제에 뚜렷이 방점을 찍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요셉 슐츠의 작품들을 상당수 접할 수 있다.

어빙 펜 'ranunculus', 요셉 슐츠 'FORM09'

전체 구도와 선, 색, 면, 기호학적인 형상미 등에서 요셉 슐츠의 세계는 확고하다. 이번 전시회는 요셉 슐츠 팬들에게 특히 풍성한 감상 기회다. 그는 독일사진의 대가인 베른트 베허와 토마스 루프가 사사한 작가로, 독일 현대 사진의 계보를 잇고 있는 차세대 기대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울 갤러리 뤼미에르에서 의 개관 기념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위의 모든 작품들이 한데 모인 자리다. 그외에도 레타 피어(Leta Peer), 엘코 블랑(Eelco Brand), 윤 리(Yun Lee)등 세계 사진작가들의 다양한 세계를 접할 수 있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전체 전시작 수가 그리 많지 않아 대식가형 사진애호가들에게는 다소 감질날 수 있다는 점 정도다. 11월29일까지. (02) 517-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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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