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벗고 영혼을 살찌우는 山寺의 하루탑돌이·참선·종치기 체험·발우공양… 새벽 전나무숲 산책으로 마음의 정화도

이미 산 아래까지 내려온 늦가을은 숲을 온통 갈색 물감으로 덧칠을 하고 있다.

곧 있을 김장을 위해 배추 밭에 물을 주고 있는 스님의 바쁜 몸짓과 법당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경 읽는 소리가 묘한 어울림을 보이고 있는 곳. 이런 절집에서 바쁜 세상사를 잠시 잊고 하룻밤을 쉬어가면 어떨까?

내 영혼이 한결 정갈해지는 마음의 웰빙을 누리는 소중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오대산은 이미 초겨울로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새벽에 내린 서리를 이고 있는 갈색 숲은 철 이른 초설(初雪)이라도 만난 것처럼 흰 옷을 걸치고 있다. 그렇지만 일주문 뒤로 펼쳐지는 전나무 숲은 아직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먼지 나는 흙길 양 옆에 도열하고 있다.

언제 찾아도 청량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가 가득한 이 길에 들어서면 제대로 된 불가(佛家)로 들어서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십 여분 남짓 느린 걸음으로 당도한 천년사찰 월정사. 이곳에서 경험하게 되는 산사 체험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마음의 웰빙여행이 될 것이다.

옛부터 삼신산(한라산, 금강산, 지리산)과 더불어 가장 신령스러운 산으로 꼽히는 곳이 오대산. 중대를 중심으로 북대, 남대, 등대, 서대 다섯 봉우리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어 오대산으로 불리는 이 산은 마치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각 대마다 암자가 하나씩 있어 불교의 향기가 짙게 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오대산은 철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특히 가을에는 능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화려한 단풍이 또한 일품이고 초겨울의 서리 가득한 오대산의 숲길도 운치 가득하다.

오대산에서 가장 큰 절은 월정사.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다. 이런 월정사를 찾아 하룻밤 묵는 계획을 세운다면 산사체험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보통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월정사 템플스테이에서는 사찰 예절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되도록이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것으로 출발하는 템플스테이는 절에서 준비해 둔 개량한복을 갈아입으면서 잠시나마 세상일을 잊기 시작한다.

절 안에서는 모두가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욕심 내는 마음을 버리고 화내고 짜증내는 마음을 다스리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사 체험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도착한 날 오후부터 저녁시간까지 이어지는 순서는 절 구경으로 팔각구층석탑과 성보박물관은 꼭 구경해야 할 보물이다. 월정사는 유난히 화재나 전쟁에 약해 크고 작은 화재에 시달렸는데 한국전쟁으로 거의 모든 건물이 다 타버렸다.

다만 대웅전격인 적광전 앞 넓은 뜰 중앙에 서 있는 팔각구층석탑만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고려시대 다각다층석탑 양식으로 탑의 높이는 15.2m로 아래위로 알맞은 균형을 보이며 각부에서 착실하고 안정감 있는 조각수법을 보여 고려시대 다각다층석탑의 대표가 될 만하다. 국보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다.

예전에는 팔각구층석탑 앞에 있는 석조보살좌상이 월정사의 대표적인 문화재 가운데 하나였다.

탑을 향해 정중하게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두 손을 가슴에 끌어 모아 무엇인가를 들고 있는 모습의 석조보살좌상은 연꽃들을 봉양하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왼쪽 팔꿈치는 왼쪽 무릎에, 오른쪽 팔꿈치는 동자상에 얹고 있다.

발우공양을 하는 모습.

지금 이 좌상은 훼손을 막기 위해 적광전 앞에 있는 성보박물관 안에 모셔져 있다.

이 밖에도 월정사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은 탁본 뜨기나 저물 무렵 어둠이 깔려오는 종루에 올라 스님과 함께 직접 종을 쳐보는 종성체험, 월정사의 상징 같이 유명한 팔각구층탑을 돌며 소원을 빌어보는 탑돌이, 나 자신을 한 번 비워보는 참선 체험 등 다양하다.

저녁 식사는 불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식사 방식인 발우공양에도 참석할 수 있다. 저녁 9시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새벽 3시 30분이면 자리를 털고 나와 새벽 4시에 시작되는 새벽 예불에 참석해야 하지만 월정사 전나무 숲을 새벽에 산책할 수 있다.

월정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가족을 중심으로 매주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언제나 운영된다.

참가비는 15만원(4인 가족 기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절집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산사의 하루>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주말 1인당 50,000원, 주중 1인당 40,000원이며 2~3일 전에 미리 예약해 두어야 한다.

절 집에서 하룻밤을 지낼 때에는 예불과, 공양, 운력에는 모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자세한 문의는 월정사 홈페이지(www.woljeongsa.org)나 연수담당자(033-332-6664,5)에게 문의하면 된다.

■ (보너스 여행) 근처의 가볼만한 곳 '상원사'

월정사에서 산속으로 더 깊숙이 올라 비로봉 동남 기슭에 자리 잡은 상원사는 현재 월정사의 말사로 있으나,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상을 모시고 있는 문수신앙의 중심지이다.

상원사 마당 한 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인 상원사 동종이 있다. 신라 선덕왕 건년(725년)에 만든 것으로 에밀레종이라 부르는 성덕대왕 신종보다 45년이나 앞선다.

높이 1.67m, 종입구가 91cm이다. 몸체에 있는 당초문이나 비천상 조각이 빼어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종소리가 어디 비할 데 없이 낭랑하다. 국보 제36호이다.

■ 정보상 여행전문웹진 <와우트래블>대표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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