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아트 스페셜 페스티벌(KOAS) 특별전고암·문신의 부인 박인경·최성숙 여사등 '화가의 아내'전 개최이응로-문신-하인두가 주고받은 친필편지도 최초로 공개돼 화제

우리 화단에 큰 족적을 남긴 화가들의 뒤에서 예술의 동반자이자 후원자로 조연의 삶을 살아 온 아내들이 이번에는 주연으로 나섰다. 29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화가의 아내'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는 고암 이응노, 문 신, 하인두, 이춘기, 박길웅 등 작고한 한국 미술 대가들의 아내인 박인경(81), 최성숙(61), 류민자(65), 김재임(70), 박경란(58)이 스스로의 작품을 전시한다. 화가의 아내들은 모두 미술을 전공했으나 동반자를 위해 자신의 꿈을 뒤로 미뤘다. .

역사의 시련애 부대끼면서도 이응노와의 파리생활에서 손발같은 역할을 했던 박인경 여사는 “한 10년간 그림만 그리기로 내 자신과 약속했다"며 해맑은 모습이다. 이화여대 동양화과 제1회 졸업생인 여사는 이번 전시에 고암을 닮은 신선한 수묵화를 선보인다.

세계적 조각가 문 신의 아내인 한국화가 최성숙은 작년 독일의 ‘문신 바덴바덴 전’, 그리고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문 신 심포지엄 등 문 신 예술을 국내외적으로 선양하는데 앞장서며 동반자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미대를 나와 독일과 프랑스에서 수학한 그녀는 문 신 관련 전시를 비롯해 아트상품 개발, 문신미술관 운영 등으로 동분서주하면서도 그림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클래식 음악에 동양의 12지간지를 접목시킨 유머 넘치는 동심의 세계를 화면에 담았다.

홍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하인두와 결혼한 류민자는 암투병 중이던 남편이 그림을 놓지 않도록 독려했고 이제는 자신의 꿈이던 작품활동을 한다. 하인두에게 ‘그림’이라는 신앙을 전하고 ‘작가로서의 생명력’을 찾게 한 엄청난 힘은 이제 그녀만의 에너지로 승화, 작품에 새 생명의 노래를 전한다.

서울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재임은 가난한 화가 이춘기와 결혼하고 프랑스 유학을 포기했지만 지금은 20여차례 개인전을 가진 작가가 됐다. 엥포르멜 양식에 한국적 신명과 리듬을 담은 작품들이 돋보인다.

1970년대 대표적인 추상화가이던 박길웅과 사제지간으로 만난 박경란은 1977년 남편이 37세로 요절한 후 남편의 화집과 논문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10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트아트, 즉 컴퓨터드로잉 아트의 세계를 선보인다.

‘화가의 아내’전은 작고한 남편들의 작품 5점과 아내들의 작품 50여점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응로, 하인두와 문신 간에 주고 받은 친필 편지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부대 전시다.

친필 편지에는 60~70년대 한국 화단 및 모든 화가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파리의 예술동향, 그리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한국 화가들의 단면들이 드러나 있다.

60년대 초 프랑스로 간 문신이 이응로의 신세를 지고 김흥수 화백의 아뜰리에서 기거하게 된 사연, 하인두의 부인 류민자가 한국에 남겨진 문신의 아이를 돌본 따뜻한 인연, 동백림 사건(1969년)을 계기로 차이를 보인 이응로와 문신의 예술관 등등.

‘화가의 아내’전은 월간 미술세계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작가 40여명을 초대해 인사아트센터에서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 여는 단체전인 '코리아 아트 스페셜 페스티벌(KOAS)'전의 특별전으로 진행된다. 02)-2278-8388.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종진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