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를 관통한 위대한 시대정신 감동"

선을 앞두고 BBK 사건이 다시 불거지며 대선주자들 보다 더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

각 당의 대변인과 BBK사건 지원팀. 이른바 공격, 방어 의원들이다. 정봉주 의원은 통합신당에서 공격수 역할을 맡게 됐다. 심각한 표정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모습이 연일 방송에 나와 팬과 안티가 극명하게 갈렸다. 그러나 정 의원은 세간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눈치다.

“야심차게 국정활동을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내년 초면 임기가 끝납니다. 그때 제 국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따르겠지요.”

‘야심찬’ 대답이 무안했는지, 정 의원은 “총선에서 당당히 재신임을 얻어 역량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추천한 책은 <문익환 평전>. 사실, 책 추천을 부탁하고 답변을 받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그가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하고 나서, 책을 꼽기까지는 상당히 고심했다는 말이다. 정 의원은 감명받은 부분을 페이지까지 적어주면서 소개하는 열의를 보였다.

“문익환 목사님은 뜨거운 민족사랑의 소유자이며 통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드높였던 분입니다. 격동적인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지요.”

그는 “<문익환 평전>은 시대정신과 한국 근현대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칭찬을 더했다. 정 의원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주인공인 ‘문익환의 인생’ 때문이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알려진 문익환 목사는 대표적인 재야 종교인. 1947년 목사 안수를 받고,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서울 한빛교회 목사로 일했다. 1976년 3월 ‘3·1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돼 22개월 만에 출옥한 뒤, 1978년 10월 유신헌법의 비민주성을 비판해 형집행정지 취소로 다시 수감됐다.

1980년 ‘내란예비음모죄’, 93년 5·3인천항쟁,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총 6회에 걸쳐 투옥됐고, 1989년 3월에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의 2차례 회담 끝에 통일 3단계방안 원칙을 이끌어냈다. 1993년에는 통일 맞이 7,000만 겨레모임 운동을 제창하는 등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에 전념했다.

<문익환 평전>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형수가 방대한 자료와 대담을 통해 문익환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정봉주 의원은 20대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말했다. 문익환 목사를 통해 격동적이었던 1900년대 우리나라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 그는 이어 “젊은 친구들이 통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문익환 목사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분입니다. 그의 시대정신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한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책 속의 명언

*** 1945년 8월 해방의 날을 맞이하기 전 문익환 목사는 그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 윤동주와 송몽규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본의 강제징병으로 끌려간 두 사람들 결국엔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되는 데 이를 접한 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동주야, 니가 살았더라면...’

*** 우리는 지금 분단의 장벽을 결정적으로 돌파해내야 할 1994년 벽두에 서 있습니다. 이 중대한 시점에서 우리는 둘로 갈라져 있습니다. 7천만 겨레의 통일 의지를 담아낼 틀을 다시 짜고, 세 지역의 통일 운동이 한 흐름이 될 수 있는 길 또한 진지하게 모색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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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