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안 가리고 튀어나오는 비하 발언에 동료 연예인들 희생양"긍정적인 쇼킹" "언어폭력적 감정 배설" 등 시청자 견해 엇갈려

“막말도 전략이다?”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무자비한 직설화법과 폭격무기와 같은 독설의 주인공 김구라(본명 김현동.38).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구라의 속칭 ‘블랙 리스트’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누구를 향해 어떤 ‘쓴소리’, 아니 ‘악담’을 내뱉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에서다. 간혹 언론 매체를 통해 단편적으로 보도가 되곤 하지만 인터넷방송에서 했던 수위를 넘나드는 그의 ‘언행’을 조목조목 짚고 넘어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거침없는 표현이나 어투에 대해 김구라는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보란 듯이 욕설을 내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김구라의 이 같은 모토에 관해서 사람들은 ‘긍정적인 쇼킹이다’ “아니다, ‘폭력적인 감정 배설’일 뿐이다” 등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잘잘못을 떠나 누군가는 그 욕설의 희생양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방송 중 동료 개그맨에게 ‘정신차려 이 개XX’라는 욕설을 퍼부어 김구라의 거침없는 욕설 본능이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욕설은 자막처리 됐지만 시청자들의 항의는 거세기만 했고, 그의 공개사과도 부정적 여론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1993년 SBS 공채 개그맨 2기로 데뷔한 김구라는 2000년까지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고 7년 동안 무명 세월을 보냈다. 이런 그가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은 동료 개그맨 황봉알, 노숙자와 함께 <김구라.황봉알.노숙자의 시사대담>이라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 하면서부터다. 당시 방송에서 연예인과 정치인들을 타깃으로 내뱉은 안하무인 격 욕설은 순식간에 그를 네티즌 사이의 이슈 메이커로 부상시켰다.

국내 최다 안티팬을 거느리고 그나마 남은 팬들조차 숨어서 지지하게 만들어버린 김구라의 욕설과 그 등장 인물들을 파헤쳐본다.

# 언어 성폭력을 능가하는 여성비하 욕설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에서 한 욕설의 반 이상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가수 이효리와의 악연이 그 대표적인 예. 2003년 당시 김구라는 방송에서 이효리의 가슴 성형수술을 의심하며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비속어를 남발했다.

1회성으로 묻힐 뻔 했던 이 사실은 한 언론을 통해 이효리 솔로 데뷔 앨범 발매 직전에 보도됐고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구라는 또 하리수와 관련해서도 성적인 욕설을 서슴지 않았고, 가수 신지에게는 “옷차림이 술집여자 같다. 껌 좀 씹었지”와 같은 말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김구라는 작년 자신이 진행하는 공중파 라디오 방송 ‘김구라의 가요광장’에서 이들에게 공개적인 만남을 제의했고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인터넷 방송이란 매체의 특성에 충실하고자 했던 점도 있고 듣는 사람들도 소수 마니아 층에 불과했기 때문에 좀 드세게 이야기한 것”이라며 그는 “거친 언어를 사용했던 부분은 분명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지는 몇 차례 사과 거부 끝에 새 앨범 발매와 함께 김구라의 가요광장에 깜짝 출연하면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하리수 역시 게스트로 출연해 “그거 듣고 한 대 치고 싶었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 또 그러면 죽여버리겠어요”라며 농담 섞인 이야기로 앙금을 푸는 듯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효리와는 화해는 고사하고 여전히 냉랭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공개사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베이비 복스 시절 막내로 들어온 윤은혜가 당시에는 부엌데기 같은 이미지 때문에 주목 받지 못해 인기가 없었지만 지금은 정말 예뻐지고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연기자로 성장했다”는 비하적인 발언으로 다시 한번 곤혹을 치렀고 “윤은혜씨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오히려 연기자로 성공한 윤은혜씨를 높게 평가하려던 것이 부적절한 단어 선택으로 오해를 받게 된 것 같다”며 신중하지 못한 방송진행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 인신공격적 실력 폄하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그의 욕설 파문은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 미달이나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구라의 신랄한 비판 대상이 된 사람들도 있다.

댄스가수에서 락가수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던 문희준 역시 김구라의 독설을 피해가지 못했다. 2003년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락가수상을 시상했을 당시 “대마나 약 검사는 무조건 문희준부터 해야 한다” “아티스트라면 기본적으로 작사작곡을 해야 아티스트 취급을 해주지 XXX”이라며 락가수 문희준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또 가요계에서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룹 GOD에 대해서는 “내가 소속사 사장이래도 내쫓겠다. 제?v들한테는 밥값도 아까워 앨범 판매율 100만장이 넘었다는데 나는 앨범 하나도 안샀다”라며 GOD해체설과 관련해 지극히 감정적인 욕설을 늘어놓았다.

인터넷 방송에서 시작된 김구라의 독설 행보는 공중파로까지 이어지며 수많은 연예인들의 반감을 샀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나 대리만족이 아닌 거부감을 느끼게했다. 욕설 파문의 주인공과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는가 하면 공개 사과도 그 때뿐 또 다시 방송에서의 무분별한 욕설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방송에서 김구라는 그 동안 자신이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에 지난 5월 게스트로 출연한 김구라는 루게릭 병으로 고생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 “어떻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방송이나 하고 앉았냐” “돈이 그렇게 좋은가” 등등 무수히 많은 악플이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 유언대로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며, “이 악플들을 보면서 내가 욕설을 했던 연예인들의 심정을 알게 됐다”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구라는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빼앗아간 아폴로 안톤 오노 선수 아버지에게 “자식 교육 좀 똑바로 시키세요”라며 따끔한 일침을 놓고 “금메달 내놔, 이 XX야”라는 문구를 당당히 적고 돌아오기도 했었다.

네티즌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그의 대범함이 무분별한 저질 욕설이 아닌 온 국민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수 있는 촌철살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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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라디오 방송 진행을 함께 했던 황봉알, 김구라, 노숙자.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