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는 어려워도 가기는 순식간이다. 가을 얘기다. 이 을씨년스런 초겨울 풍경과 한기 속에서도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문화행사들이 잇다르고 있다.

다녀온 곳들마다 리플렛, 티켓 등을 차곡차곡 모아 앨범처럼 꾸며보는 것도 문화객다운 추억 편집법이다. 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展>은 필수 추천작! 이외에도, 이번주에 열리는 독특한 영상 축제와 그림세계로 발걸음을 옮긴다.

전국 순례 나선 인디영화 축제
■ 삼색 영화제

인디 영화가 전국 순례에 나선다. 독립 영화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서울 및 지방 관객에게 다양한 각종 국제 영화제 화제작을 소개하는 예술영화축제가 롯데시네마 기획 행사로 펼쳐진다.

'3가지 색다른 길 위에서 마주치는 인생 이야기'를 테마로 한 이번 삼색 영화제는 ,,등의 세가지 갈래로 나뉘어 관객들을 맞는다.

<안경>,<철근 콘크리트>,<황색눈물>,<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등이 일정별로 상영된다. 일본, 독일, 프랑스, 중국 등의 출품작들이다. 롯데시네마의 삼색영화제는 올해로 네 번째. 국내에서 드물게 만나는 인디영화축제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여러 작품들을 통해 독립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국내 독립영화 애호가들에게는 연례적으로 주목받는 행사중 하나다. 서울, 일산, 대전 상영을 거쳐 12월에는 부산 및 울산, 전주, 마산, 광주, 대구의 팬들을 찾는다. 롯데시네마 지역 상영관. 오는 12일까지. (02) 3470-3575

빛을 통한 자연·철학의 미학 화폭에 담아
■ 박인환 기획초대전

자연의 현상과 철학이 주는 미학적 잔상을 보라. 빛을 통한 순간적인 잔상과 유기적인 생성을 수묵화에 담아 낸 독특한 작품들을 만난다. 전통 산수를 소재로 한 박인환 수묵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반적인 표현 대상은 얼핏 대개 비슷해보이나 사실상 각 작품마다 지닌 개성과 여운이 범상치 않다. 특히 봄, 여름, 가을에 나타나는 고목에 피어난 풀과 넝쿨의 관계를 통해 ‘사라지는 것’과 ‘태어나는 것’의 소멸성과 생명성을 양립해 역설한다. 모던한 수직막대 형태로 스며든 빛의 형상과 암시는 특히 눈길을 끈다.

작가는 빛의 개입을 통해 자연의 드러난 부분과 모호한 부분 간의 잔상을 파노라마 형태로 구성했다. 내밀한 주관과 직관, 보편적인 감각과 욕망, 사유의 관조를 배경으로 빛이 지닌 자연속의 숭고함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주요 감상 포인트 하나. 그림 속의 고목은 소멸이 아니라 그 주변에 함께 자란 풀과 넝쿨 등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의 근원으로 생명성을 주고 받는다.

즉흥의 단일한 인상보다는 대담성과 세밀함, 투영의 묘미와 원근감이 복합적으로 긴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다. 세 번째를 맞는 작가의 이번 기획 초대전은 우연한 동기로 구상되었다. 작업의 새로운 설정을 위해 고민하던 중, 막내딸의 장난감 실로폰 위에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에서 착안을 얻었다

. 특이하게 빛의 표현은 서양적 기법과 느낌을 차용, 한국화 수묵담채에 자연스레 녹여냈다. 필묵이 주는 독특한 무게감과 일말의 절망감, 신비와 경이로움, 작가 자신의 동양적 미학과 철학, 영성을 작품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가 박인환은 홍익대 미술대 출신으로 현재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 1993년부터 작품들을 공식 발표, 그간 20여회에 걸쳐 단체 및 개인전 등을 가져왔다. 서울 i 갤러리. 4일까지. (02) 733-3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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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