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반 시장의 양분화 현상은 올 연말까지도 끝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복제형 재생산에 가까운 리메이크 곡이 아니면 스타작곡가 몇몇에 의한 신곡들이 시장을 분할점령하고 있다.
음악의 다양성을 위해 몸 바치겠다며 쉽지않은 전업을 감행, ‘청운의 뜻’을 품고 음반계로 뛰어 든 한 음반 기획자는 ‘갈수록 최악’이라며 ‘차라리 전직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의 심정’이라 토로하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발표된 두 장의 팝 앨범은 눈길을 끈다. 28년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며 돌아온 1970년대 전설의 그룹 이글스(Eagles)의 신보 과, 같은 날 컴백 앨범을 내놓은 아이돌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새 앨범이다.
팝계의 현란한 가쉽메이커로도 유명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신보 역시 4년만에 재기를 선언하며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이다. 마치 6070세대와 1020세대의 정면 격돌 현장을 관전하는 듯하다.
이글스의 는 발매 첫 주에 71만1천장의 판매고를 기록, 11월 17일자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곡들을 위주로 한 1994년 재결성 공연 실황앨범 (판매고 800만장)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지만, 신곡으로 ‘제대로’ 돌아온 성과로 보면 역시 부동의 관록을 확인시킨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글스 특유의 음악적 맛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동안 못다한 말이 많아서일까? 디스크 2매에 걸쳐 총 20트랙을 실었다. ‘이글스는 건재하다’는 명제를 다시금 던져준다.
1976년에 발표된 명곡 ‘Hotel California'시절과는 다소 간격이 엿보인다. 여전히 고유의 컨트리적인 요소와 정통 록 스타일을 절묘하게 배합한 음악색을 구사하고 있지만, ‘관조’라는 주요 변화점을 보이고 있다. ‘과거보다는 어딘가 다소 감흥과 충격파의 강도가 약해보인다’는 국내 팝 칼럼니스트의 평가도 이 음악적 지향점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레 이해될 만 하다.
‘How Long'과 함께 타이틀곡인 ‘Long Road out of Eden'은 특히 이번 앨범의 정수다. 돈 헨리, 글렌 프라이, 티모시 비 슈미트 셋이 함께 쓴 대 서사시로 이번 앨범의 이글스적인 균형감과 비관적이지 않은 허무, 독특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음반 판매량으로 치면 브리트니 스피어스 역시 쟁쟁한 맞수다. 발매 직후 이글스의 뒤를 바짝 쫓아 빌보드 앨범 차트 2위를 차지했다.
그에게도 이미 10대 가수로서 최다 음반 판매량 기록, 4장의 정규앨범을 연속 1위로 데뷔시킨 최초의 여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이번 앨범 에서는 앞서 컴백 싱글로 발표, 국내외 디지컬 차트 정상을 석권하며 ‘완벽하다’는 극찬을 받아낸 를 필두로 총12트랙을 수록했다.
전작 앨범 , 특히 ‘(You Drive Me) Crazy'의 인상에 비하면 다소 정제되고 호흡이 다듬어진 인상을 준다.
일거수일투족마다 파파라치와 언론 등 호사가들에게 끊임없이 관심꺼리를 제공하고 있는 그의 개인적인 파행적 행보를 감안해보면 더욱 뜻밖이다. 'Gimme More'외에도, 특유의 섹시하고 몽환적인 보컬이 두드러진 마지막 수록곡 ‘Why Should I Be Sad'도 탁월한 프로듀싱과 함께 주목받는 곡 중 하나다.
동시 맞대결을 벌인 이들의 대전결과는 일단 이글스의 승으로 1차 판정이 났다. 물론, 이후 현재 순위는 계속 변화중. 자의든 타의든 창작과 기호의 시야가 한껏 좁혀진 국내 음반계의 현실을 돌아볼 때 외국 팝 고수들의 무차별 리그는 여러 의미에서 자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