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윤리의 재발견스티븐 J A 워드 지음 / 이은택 옮김 / 에피스테메 발행 / 2만2,000원기자 출신 교수가 쓴 저널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역사·철학적 탐구

“정보가 쓰나미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뉴스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 편집인은 영국 런던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초청 강연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뉴스를 접할 곳은 많지만 진실을 찾을 곳은 좁아지고 있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2차 뉴스와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전통 매체에 비해 신빙성과 현장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켈러의 이 말은 신문과 같은 전통 매체 종사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신문의 편집인조차 인터넷 매체의 거센 도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특히 켈러가 그토록 강조한 전통 매체의 ‘공정함’ ‘불편부당함’ ‘현장성’ ‘정확성’은 분명 가치 있는 것이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정의와 개념도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윤리의 재발견>은 저널리즘의 ‘객관성’에 대해 역사적, 철학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인 저자는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며 겪었던 객관성에 대한 이론적ㆍ실천적 의문들을 역사적ㆍ철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고자 연구한다.

그의 연구는 2,000년 전 객관적 지식 추구 성향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해, 17세기 최초의 정기 발행 언론의 출현에 따른 저널리즘 윤리의 태동, 18세기 영국에서 일간 신문이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저널리즘의 ‘공공 윤리’ 개념, 19세기 자유주의 신문과 대중지의 발달이 초래한 윤리의 혁명적 변화, 20세기 북미 신문 및 저널리즘 협회의 창립과 함께 생겨난 저널리즘 객관성의 원칙까지 저널리즘의 역사를 섭렵한다.

이러한 방대한 연구를 통해 저자는 20세기에 정립된 언론의 ‘전통적 객관성’이란 개념의 핵심 가치로 사실성, 공정성, 무편견, 독립성, 비해석, 중립성 및 초연함 등을 꼽았다. 즉 아무런 해석과 편견 없이 사실만을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을 전통적 객관성이라 규정한 것이다.

일례로 올해 한국 신문들의 대선 보도를 보면, 후보들의 공약을 전문적이고 철저하게 검증하는 기사나 후보에 대해 제기된 무분별한 의혹의 실체와 진실을 파헤치는 보도보다는 단순히 후보들이 어디서 무슨 유세를 했다는 식의 동정을 전하는 기사가 많다. 물론 후보의 동정을 전하는 것도 ‘사실’에 부합하고 ‘현장성’과 ‘정확성’도 있는 기사이다.

여기에 모든 대선 후보의 동정을 정당이나 지지율에 상관 없이 똑 같은 분량과 비중으로 보도한다면 이러한 ‘전통적 객관성’의 모든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런 보도가 독자가 언론에게 기대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특정 후보에 대해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더라도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비리의 실체에 대해 심층 보도를 한다면 저널리즘 윤리에 훨씬 부합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저자도 ‘전통적 객관성’은 ‘녹음ㆍ재생하는 역할’에 머무른다고 지적하면서 ‘실용성 객관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전통적 객관성의 핵심 가치 중 ‘비해석’과 ‘중립성 및 초연함’ 부분은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가치와 관점으로부터 초연하라는 요구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대신 관점을 해석하고 평가할 때 적용하는 필수적인 행위들을 ‘검증’함으로써 객관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좋은 지적이지만 그렇게 많은 역사적ㆍ철학적 고찰 끝에 나온 주장임에도 오래 전부터 되풀이된 저널리즘의 객관성에 대한 논의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간 것 같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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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