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회장의 도전 정신이 내 인생 바꿔"

홍수환처럼 일관된 이미지의 인물도 드물다. 77년 카라스키야와의 경기에서 얻은 ‘4전5기’ 별명은 이후 30년 동안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 다녔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복싱체육관 ㈜SH45 역시 자신의 이름 ‘수환’의 이니셜과 4전 5기의 오뚝이 정신을 뜻하는 45를 합성해 만들었다. ㈜SH45운영 외에 그가 집중하는 일은 강연과 집필이다.

지난해 모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했고 올해부터는 한국일보에 일주일에 한 편씩 인터뷰 기사를 싣는다. 94년부터 시작한 강연은 올해 1,000회를 돌파했다.

대기업 신입사원, 임원을 비롯해 지방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그의 강연을 들은 사람은 줄잡아 2만 명 이상이다. 그의 강연에 감명을 받아 직접 체육관에 등록을 한 경우도 종종 있다. 처음 홍수환 씨를 만났던 날도 강연 후 그를 만나기 위해 체육관을 등록한 수강생 한 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저기, 저 후배가(그는 수강생과 체육관 등록 회원을 ‘후배’라고 부른다) 10 주에 18kg 감량했거든. 두 달에 10kg은 그냥 뺄거야. 기자 양반, 나랑 한 두 달 동안 운동하지 않겠수? 하하.”

그의 유머와 호탕한 웃음은 ‘헝그리 정신’이란 강의 메시지와 어울려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준다. 기업체들이 두 번, 세 번씩 그의 강연을 요청하는 이유다.

그가 추천한 책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그는 “권투에 미련 두지 않고 여러 분야 일을 시도하며 열심히 살았던 계기가 됐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아마 92년인가, 93년쯤 이었을 거에요. 그때 누가 추천을 해 줘서 읽었는데, 이게 내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죠.”

홍수환 씨는 당시 사람들이 자신을 ‘세계 챔피언’으로만 기억하고 있어 부담이 컸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은 후 과거를 빛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죠. 그리고 1년 뒤에 강연을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15년 째 하고 있는 일이에요. 권투 인생보다 길어. 책 한 권이 정말 사람을 바꿀 수 있어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고 정주영 회장의 회고록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인 기업 ‘현대그룹’을 일구기까지 그가 겪었던 삶과 이상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우리 나라의 경제사 뿐만 아니라 정주영 회장의 신념과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홍수환 씨는 “고 정주영 회장은 헝그리 정신의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책을 통해 ‘행동하는 기업인’의 모습을 보여준 점도 감명 깊었다고. 자신의 강연에서 이 부분을 자주 인용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책에서 정 회장이 이런 말을 하죠. ‘외국인들이 한국의 경제 부흥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데, 기적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77년 카라스키야와의 경기도 남들은 ‘4전5기 신화’라고 말하는데 그때 정말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제 우승이 신화가 아니라는 말이죠. 강연에서 이 부분을 많이 얘기 합니다.”

그는 기업을 운영하는 30~40대 사업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홍수환 씨는 마지막으로 적당히 놀고, 적당히 일하는 ‘적당주의’에서 벗어나면 어떤 분야든지 프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돌아가신 정 회장님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말했지만, 난 바꾸어서 ‘실패는 있어도 시련은 없다’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실패 한 두 번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래도 꿋꿋이 일어나 새롭게 도전하는 게 진짜 성공하는 삶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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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