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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사스래나무
혹독한 칼바람 견디는 희뿌연 수피… 백두의 정상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이…





겨울 산에서 나무를 보는 것인 진짜 나무를 볼 줄 아는 것이라고들 한다. 내겐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각기 가지는 특징과 아름다움이 있으므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겨울만이 가지는 독특한 풍광이 있고, 그 속에서 새로움을 더하는 나무들이 분명 존재한다.

사스래나무도 모든 나무들이 잎새를 떨군 지금이야말로 가장 숲에서 돋보이는 존재로 보이는 나무의 하나이다.

물론 겨울 나무들은 상록수의 짙푸름이 돋보이기도 하고, 붉은 열매가 눈길을 잡기도 하고, 유난히 섬세한 나뭇가지들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사스래나무는 흰빛으로 빛나며 종잇장처럼 벗겨져 찬 바람에 너덜거리는 너무도 멋진 수피를 가지며, 아무도 그 수피를 가리지 못하는 이 겨울이 이 나무의 계절이라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숲엔 이 즈음의 스산함이 흐르고, 세월을 이고 살아온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 자유로운 가지들은 시린 겨울바람과 희뿌연 수피와 어울어져 각별해진다. 게다가 이 나무는 깊은 산, 가장 높은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이고 보면 이 겨울 사스래나무 줄기를 바라보는 특별한 감동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스래나무는 자작나무과 자작나무속에 속하는 낙엽지는 큰키나무이다. 나무껍질이 흰 빛이긴 하지만 나무마다 조금씩 빛깔이 달라 잿빛이 섞이기도 갈색 빛이 돌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으로 모양도, 주먹만한 크기도 모두 평범하다 다만 나란한 7∼11쌍의 잎맥이 선명하기만 하다.

꽃은 늦은 봄에 핀다. 핀다기 보단 달린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 있는데 아래로 처지는 수꽃이삭과 곧게 서는 암꽃이삭은 풍매화이니 꽃잎이 따로 있을 리 없어 눈여겨 보게 되는 일도 많지 않다.

수피가 흰 까닭에 흔히들 이 나무를 자작나무나 거제수나무와 혼동하여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 것만 같은 자작나무는 수피가 가장 흰고 눈부시다. 잎맥이 7쌍이하인 것이 두르러진 특징이지만 무엇보다도 공원 등에 심은 나무를 보기 전엔 남쪽에선 산에서 절로 자라는 자생지를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백두산에 가는 길목에 늘씬 하게 서있는 하얀 수피의 나무는 분명 자작나무이다. 하지만 우리가 겨울 숲에 가서 하얀 수피의 나무를 만났다면 그건 거제수이거나 사스래나무가 되는 것이다.



잎의 털이 두 나무를 구별하는 특징지 되지만 지금처럼 잎도 없는 계절엔 거제수나무는 가지에 선점이 없고, 피목은 옆으로 길게 발달하는 반면 우리의 사스래나무는 선점이 발달하고 피목은 둥글므로 줄기만 봐도 구분이 가능하다.

사스래나무가 정말 멋진 것은 숲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의 하나라는 점이다.

거제수나무는 숲에 드문 드문 높게 보이지만 설악산 같은 높은 곳에서, 전나무와 같은 나무들이 보이는 그 곳에서 흰빛이 도는 수피를 사방으로 펼쳐내고 있는 나무라면 십중팔구는 바로 사스래나무다. 더욱 의미 있는 장소는 백두산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에서, 역시 가장 높은 곳에서 수목한계선을 만들고 있는 나무가 바로 이 나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천지주변에도 목본식물들은 자라지만 이들은 바람에 적응한 풀처럼 키를 낮은 아주 작은 소관목들이고 줄기를 가진 교목으로 바람과 직접 맞서고 서 있는 그래서 장한 나무들이 바로 사스래나무들이다.

사스래나무들의 가지들을 보면 그래서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가장 모진 환경과 맞서고 서서 살아온 삶의 깊이가 나무 전체에 새겨지고 지금은 우리가 온전히 이를 만날 수 있는 겨울이어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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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2/24 15:53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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