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잘 골라 팔자 한번 고쳐볼까"미스신의 좌충우돌 남성편력… 여주인공 의존도 너무 높아 한예슬 '흥행 칼자루'

인간은 동물이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은 많다. 장수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 운송수단을 사용한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 중 단연 으뜸은 짝짓기 전에 연애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연애하는 동물이다. 동물은 짧은 발정기에 짝짓기하여 종족 번식만을 위해 생식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손의 번식용 생식기 사용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용도는 아마 쾌락을 위한 섹스에 두고 있다.

생식기는 번식이라는 최소 목적과 쾌락 획득이라는 은밀한 목적을 병행하는 동물이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 세계는 섹스 전단계에 친밀함의 과도한 표현을 주고받는 연애시절을 보내야 한다.

연애 결혼은 유사 이래 존재한 결혼 제도가 아니고 신분사회가 붕괴되면서 대안적인 결혼 제도로 등장했다. 남성과 여성은 이성을 보는 눈높이가 서로 다르다.

남성은 뛰어난 외모로 대표되는 육체적 매력을 결혼 조건의 최우선 가치로 둔다. 반면 여성은 남성의 외모나 건강한 육체적 매력보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에 열광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잘 부양해줄 최적의 상대로 남성을 선택한다고 한다.

경제적 능력은 여성 자신과 자녀의 부양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는 흔히 권력에 대한 매혹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헨리 키신저는 ‘권력은 가장 강력한 최음제’라고 말했듯이 사회적 지위는 최고의 의식주를 보장해주는 결정적 단서이기에 여성의 선호도가 높다. 실제 결혼컨설팅회사 등이 실시하는 ‘최고의 남편감’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도 외모보다는 안정된 직업과 신분을 꼽는 결과가 많이 나오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박용집의 <용의주도미스신>은 ‘돈도 없고, 비전도 없고, 빽도 없는 남자’는 남자취급도 하지 않으며 돈과 권력과 재미를 한몫에 줄 수 있는 남자를 고르는 여성의 고군분투기다.

한예슬이 연기한 신미수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재벌 3세, 사회적 지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사법고시 준비생, 젊음의 매력을 발산하는 래퍼를 관리대상 남성으로 선포한다. 하지만 완벽한 남자가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냉정한 성찰을 하고 그들을 떠나고 만다.

영화는 작품 자체의 힘으로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경우와 배우가 작품을 빛내게 하는 경우가 있다. 박용집의 <용의주도미스신>은 후자다. 즉 단연 한예슬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칼자루를 쥐고 있다.

한예슬이라는 배우 1인 의존도가 높기에 코미디전략의 성공 여부보다 얼마나 잘 배역을 소화하여 관객을 흡입해냈느냐에 따라 완성도와 매표수익을 결정한다. 성급하게 말하자면 한예슬은 기존의 이미지를 영화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 영화는 미스신 역을 한 한예슬을 위한 기획영화라는 사실을 숨김없이 밝히고 있다.

그 명확한 증거가 한예슬이, 아니 미스신이 이 영화의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53회 차 촬영분 중에 대부분의 장면에 한예슬이 등장하여 모든 장면을 한예슬이 한 컷 한 컷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여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여배우의 상표로 작품 승부수를 띄운다는 말과 동의어다. 한예슬의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면 작품은 기대치를 넘을 것이며 연기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영화도 덩달아서 비틀거릴 것이다.

한예슬은 장편영화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으며 연출자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한예슬은 자신의 연기로 일단 관객의 지지를 얻어낼 것으로 기대되나 코미디의 서사나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코미디 전략에서 드러내는 상투성은 신인 연출자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겨질 것 같다.

서사는 단순하다. 완벽한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신미수는 네 명의 서로 다른 조건과 신분의 남자를 만나며 그들을 유혹하고 그들에게 배신당하며 그들을 정리하고 급기야 프랑스로 떠나는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여기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장면 장면을 이야기만 지루하게 나열하지 않고 코미디 장치를 통해 웃음을 지뢰처럼 매설했다는 점이다. 신미수의 남성 편력기는 한예슬의 실수와 오해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며 여성의 자기 성찰로 이어지면서 나름대로 주제의식도 살려낸다.

그녀에게 연애는 섹스나 결혼을 위해 행하는 사전 탐색전이다. 대부분 가정은 맞선과 이어지는 결혼으로 이루어지거나 과도한 연애 경험을 거치고 나서 한 번의 제도적 관계인 결혼을 선택하여 이루어진다.

맞선의 과정과 지난한 연애의 과정은 결혼을 위한 수순 밟기다. 이 영화는 결혼할 완벽한 남자를 선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여성의 연애를 보여준다.

신미수의 장점은 여성 스스로 남성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며 단점은 자기 기준 없이 남성에 의해 구원받거나 완벽한 남성에 의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수동적 태도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적 문제점은 한예슬의 큰 눈과 애교 있는 연기에 가린다. 한예슬은 눈 연기와 목소리 연기를 해내는 보기 드문 재능을 갖고 있다. 인상학자 주선희에 의하면 눈은 ‘정신이 머무는 집’이다.

그리고 한예슬처럼 쌍꺼풀 있는 큰 눈은 ‘편안한 느낌과 감정이 풍부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큰 눈이 주는 편안함과 많은 남자를 흡인하는 감정의 발산은 한예슬 연기의 폭을 넓혀주는 타고난 신체적 조건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예슬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로 인해 이 영화가 얻은 것은 대중성이며 잃은 것은 작품성이다. <용의주도미스신>은 한 해를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따뜻한 장갑같은 선물이며 한해를 진지한 반성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은 관객에게는 스프 안 넣은 라면 같은 영화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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