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결정하는 '반사두뇌'와 한 번 더 생각하는 '반성두뇌' 이용한 신경경제학■ '머니 앤드 브레인' / 제이슨 츠바이크 지음 / 오성환ㆍ이상근 옮김 / 까치 발행 / 1만8,000원

코스닥 주식에는 별로 손대지 않는 한 친구가 올해 초 바이오 업체인 R사 주식을 샀다. 다음날 좋은 공시가 발표될 것이라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친구가 그 주식을 산 다음날 R사 주식은 11%나 올랐다. 문제는 ‘하루짜리 호재’라는 사실을 알고도 ‘하루쯤이야 더 가겠지’ 하면서 당일 팔지 않았던 데 있었다. 다음날 주식은 5% 이상 빠졌고, 며칠 사이에 주식은 오히려 10% 이상 손해를 보고 있었다.

‘15% 이상 빠지면 손절매하자’고 생각했지만 막상 20%까지 손해를 볼 때까지도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오히려 몇 번 ‘물타기’를 시도해 봤지만 몇 달 후 이 주식은 원금의 20% 정도의 가치로 떨어져 있었다.

주식투자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친구 같은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정해 놓은 손절매 선에 도달하더라도 원금 생각이 간절한데 냉정하게 손절매를 ‘결행’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설마 하는 동안 원금은 허공에 날아가 버리고 없다. ‘발목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주식 시세표를 자주 들여다보지 말고 장기 가치 투자를 하라’ 등등 수많은 증시 격언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반인이 아니라 똑똑한 경제학자라면 이런 실수를 피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투자의 제1원칙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낸 경제학자조차 일반인들처럼 유혹과 공포를 이기지 못했다.

현대의 포트폴리오 이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해리 마코위츠는 미국 랜드연구소 재직 시절 자기 퇴직연금의 투자 배분을 고민하다가 위험을 최소화하는 분산투자 방법을 계산해 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개발한 혁신적인 투자 이론을 실천에 옮길 경우 이런 저런 나쁜 결과가 올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는 결국 간단하게 주식과 채권에 자금을 절반씩 투자하고 말았다.

IQ와 상관 없이 누구나 투자를 실행할 때 유혹이나 공포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은이는 사람이 무언가 접할 때 가장 먼저 판단과 결정을 하는 ‘반사두뇌’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지금 몇 살일까”라는 물음을 받으면 보통 ‘젊은 얼굴’을 떠올리며 “70대 중후반”이라고 답한다.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권유를 받아야만 비로소 판단의 기능은 반사두뇌에서 ‘반성두뇌’로 넘어가고, 계산을 통해 실제 나이에 가까운 90살 정도를 얘기하게 된다.

투자할 때 제일 먼저 작동하는 곳도 반사두뇌다. 복권을 살 때 확률이 높지만 당첨금이 적은 하위 등수보다 확률이 낮지만 당첨금이 많은 1등을 노리는 것처럼, 펀드 투자자들은 과거 수년 동안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는지보다 설정된 지 얼마 안 됐어도 최근 높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에 가입하려고 한다.

반사두뇌를 건너 반성두뇌까지 이용하는 방법은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매매하고 싶을 때 숫자를 열까지 세거나 밖에 나가 찬바람을 쐬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투자가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는 심호흡을 하며 명상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저자 제이슨 츠바이크는 유명한 투자 잡지 <머니>의 선임 필자이며 시사주간 <타임>과 CNN.com의 객원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신경경제학은 현명한 투자를 위해 뇌신경과학을 도입한 새로운 학문인데, 이렇게 생소한 학문을 일반인들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저자의 글솜씨가 대단하다. 주식이든 펀드든 은행 예금이 아닌 어떤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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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