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라고 불리우는 식물들이 있다. 논이나 밭에 살아가며 우리에게 귀중한 벼나 콩 같은 작물들이 자라는데 방해를 하던 식물, 그래서 없에야만 했던 식물들이 바로 잡초이다. 하지만 희귀식물을 보존하면서 가장 빨리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린 식물들을 찾다보면 의외로 이런 잡초들이 많다.

특히 논잡초.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희귀식물. 그래서 내셔널 트러스트(민간에서 기금을 모아 보존해야 하는 땅을 소유주로부터 사서 개발을 방지하므로써 보존해가는 국민 운동)에서 가장 먼저 산 땅도 강화도에 있는 매화마름 자생지인데 바로 이 식물도 잡초였다. 그래서 잡초도감에도 나오고 희귀식물도감에도 나온다.

매화마름이 사는 곳이 논도랑이고 벼 포기가 커지지 전 혹은 모내기를 하기 전에 대강 논을 덮고 살고 있으니 농사짓는 입장에선 그렇지만 워낙 귀해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있는 몇 가지 안되는 멸종위기종에 들어 있을 정도이다.

예전에는 흔했을 터이나 우리가 먹는 쌀을 만들어 내는 논들이 얼마나 강력한 농약에 시달리고 있는지 지금은 잡초가 더욱 귀한 시대가 되었다. 이 식물은 농사법도 바뀌어 사라지는 원인이 된 듯 하다.

작년인가 청결미로 유명한 한 지역에 어렵게 조사를 하게 되어, 인적이 드문 그곳은 오염되지 않아 얼마나 많은 물가식물들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다가. 정말 잡초 한포기 없이 깨끗한 논둑을 보며, “제초제로 너무 깨끗하게 논 관리를 하여 청결미가 되었구나”하고 자조섞인 농담을 한 기억이 일을 정도이다.

매화마름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도감에는 여러해살이풀로 나와 있지만 이 식물을 키워보면 아무래도 월년초가 아닐까 싶다. 봄에 피었다가 이내 열매를 맺고 져 버렸다가 이내 싹을 다시 틔워 여름을 지내니 말이다.

키는 물속에서 혹은 물위에서 잠겼다 나왔다 하는 정도로 산다. 보통은 키가 한뼘을 넘지 못하지만 잘자라서 퍼진 길이를 보면 50cm정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3~4번 갈라져 아주 가는 잎은 서로 마주나고 잎자루에는 잔털이 돋아 있다.

주로 물 속에 담궈 있는 잎은 논가에 잦은 물살이 일어 흔들릴 때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참 예쁘다. 모내기를 하기 직전 4~5월이면 꽃이 핀다. 물위로 하나씩 올라온 꽃대에는 다섯장의 꽃잎(본래는 꽃잎은 없고 꽃받침이다)이 있으며 주로 무리지어 자라므로 꽃이 만발한 시기에는 흰 솜 가루가 내린 듯 화사하다.

매화마름이란 이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다섯 장의 꽃잎이 달리며 그 모습이 마치 작은 매화를 닮았으며(옛 사람들은 꽃의 기준이 바로 매화였었던 것 같다.

황매화 돌매화 등등 분류학적으로 유사점이 없어도 다섯장의 흰 꽃잎이 달리며 매화를 연상하여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 물속에서 살아가니 당연 매화마름이 되었다. 마름 역시 물에서 사는 대표적인 식물로 예전에는 그 열매를 군것질 거리 삼아 많이 먹던 식물이다.

매화마름이 관점에 따라 몹쓸 잡초도 되고 보전해야하는 희귀한 식물이 되지만 이 식물의 본질은 하나가 아니겠는가. 살아갈수록 사람을 제대로 만나는 일이 어렵다. 새해엔 사람이든 식물이든 이런 선입견에 사로잡혀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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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