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의상 등 풍속을 알면 시대흐름이 보이죠"
“영어가 현지인처럼 완벽하지 않으니 외국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찰나에 특수 분장에 대해 알게 됐죠. 영화에는 반드시 필요한 직종이라 생각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윤 교수는 “국내 특수분장 기술은 일반인에게도 친근한 수준이 됐다”고 말한다. 장애우의 인공 피부를 만들어 보완하는 기술이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조 유방 등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특수 분장기술이 쓰이고 있다. 컴퓨터 기기에 인조 피부를 씌워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드는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산업, 인공지능 로봇 산업에도 특수 분장은 필수 요소다.
윤 교수가 추천한 책은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 그는 “90년대 초반 중앙대 전 이원기 교수께 추천을 받아 읽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출간되는 저서는 에두아르트 푹스의 <Illustrierte Sittengeschichte vom Mittelalter bis zur Gegenwart>의 일본어 번역판인 <風俗の歷史>를 중역한 것이다.
에두아르트 푹스는 미술작품, 노래, 시, 만담, 글 등을 통해 풍속(복장, 연애, 결혼, 사교생활, 매춘제도 등)은 물론 종교와 사회제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제도와 행위가 성(性)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성의 표출은 그 사회의 경제적인 관계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 미술과 의상을 알기에 더 없이 좋은 책으로 윤 교수는 지금도 자료를 찾을 때 이 책을 자주 이용한다.
“어느 부분이 좋다고 꼬집어 말 할 수는 없어요. 미시사를 통해 서양 풍속의 흐름을 알려주죠.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 사람들이 왜 부채를 갖고 다녔는가. 이를 잘 닦지 않아서 상대방에게 입 냄새를 풍기지 않으려고 그랬다고 해요. 치아가 썩어 없는 부분을 가리기 위해서 부채로 입을 가리기도 했고요. 얼굴에 뷰티 마크를 찍는 이유도 납 성분에 중독된 피부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드레스 입고 우아하게 생활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죠.”
윤예령 교수는 “<풍속의 역사>는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서양의 역사를 의상과 장신구, 성(性)과 같은 풍속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풍속이 사회,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문화와 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80여명인데, 이 책을 자주 추천해요. 풍속을 연구하는데는 최고 수준의 책이거든요. 청강문화산업대는 특수분장학이 최초로 설립된 학교입니다. 개설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쟁률이 8대 1 이상으로 인기가 높아요. 앞서 말씀 드린 애니매트로닉스 산업은 차세대 반도체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열심히 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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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