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의상 등 풍속을 알면 시대흐름이 보이죠"

청강문화산업대학 윤예령 교수는 국내 특수분장의 1인자다. 1989년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배우로 활동한 그는 우연히 오른 유학길에서 전공을 바꿔 특수분장사가 됐다. 윤 교수는 “처음 일을 배운 80년 대 후반 국내 특수 분장은 생소한 분야라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영어가 현지인처럼 완벽하지 않으니 외국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찰나에 특수 분장에 대해 알게 됐죠. 영화에는 반드시 필요한 직종이라 생각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윤 교수는 “국내 특수분장 기술은 일반인에게도 친근한 수준이 됐다”고 말한다. 장애우의 인공 피부를 만들어 보완하는 기술이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조 유방 등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특수 분장기술이 쓰이고 있다. 컴퓨터 기기에 인조 피부를 씌워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드는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산업, 인공지능 로봇 산업에도 특수 분장은 필수 요소다.

윤 교수가 추천한 책은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 그는 “90년대 초반 중앙대 전 이원기 교수께 추천을 받아 읽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출간되는 저서는 에두아르트 푹스의 <Illustrierte Sittengeschichte vom Mittelalter bis zur Gegenwart>의 일본어 번역판인 <風俗の歷史>를 중역한 것이다.

에두아르트 푹스는 미술작품, 노래, 시, 만담, 글 등을 통해 풍속(복장, 연애, 결혼, 사교생활, 매춘제도 등)은 물론 종교와 사회제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제도와 행위가 성(性)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성의 표출은 그 사회의 경제적인 관계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 미술과 의상을 알기에 더 없이 좋은 책으로 윤 교수는 지금도 자료를 찾을 때 이 책을 자주 이용한다.

“어느 부분이 좋다고 꼬집어 말 할 수는 없어요. 미시사를 통해 서양 풍속의 흐름을 알려주죠.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 사람들이 왜 부채를 갖고 다녔는가. 이를 잘 닦지 않아서 상대방에게 입 냄새를 풍기지 않으려고 그랬다고 해요. 치아가 썩어 없는 부분을 가리기 위해서 부채로 입을 가리기도 했고요. 얼굴에 뷰티 마크를 찍는 이유도 납 성분에 중독된 피부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드레스 입고 우아하게 생활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죠.”

윤예령 교수는 “<풍속의 역사>는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서양의 역사를 의상과 장신구, 성(性)과 같은 풍속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풍속이 사회,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문화와 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80여명인데, 이 책을 자주 추천해요. 풍속을 연구하는데는 최고 수준의 책이거든요. 청강문화산업대는 특수분장학이 최초로 설립된 학교입니다. 개설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쟁률이 8대 1 이상으로 인기가 높아요. 앞서 말씀 드린 애니매트로닉스 산업은 차세대 반도체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열심히 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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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