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어야 건강하지' 완벽한 식탁을 위한 먹을거리 철저 해부■ 잡식 동물의 딜레마마이클 폴란 지음 /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발행 / 2만5,000원

원시인들은 이 고기를, 이 버섯을 먹어도 죽지 않을까 고민했다. 현대인은 복어의 독까지 제거해 먹을 수 있지만 슈퍼마켓에서 식품을 고를 때마다 고심한다.

일반 사과인가, 유기농 사과인가. 유기농이라면 국내산인가 수입산인가. 자연산 광어인가 양식 광어인가. 한우인가 수입 쇠고기인가, 수입이라면 미국산인가 호주산인가. 트랜스지방인 마가린이 든 빵인가 버터로 만든 빵인가. 인간이 초식이나 육식 동물이 아니라 너무나 많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잡식 동물이기에 겪는 딜레마다.

이 책은 이 같은 고민을 매일 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먹거리 연구서다.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과 음식은 애초에 어떤 모습이었으며 어떻게 가공되어 슈퍼마켓까지 도달하는지 그 근원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이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즉 ‘무엇을 먹을까’라는 간단하지만 정치적이고도 사회적 의미가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히는 음식의 기원은 매우 흥미롭다. 미국인들은 밀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삼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고는 만들어지지 못한다.

특히 패스트푸드나 냉동식품, 청량음료의 알 수 없는 첨가물들은 대부분 옥수수기름ㆍ옥수수전분ㆍ옥수수당인 경우가 많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치킨 너겟과 콜라를 먹는 사람은 실제로는 많은 양의 옥수수를 함께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 직접 음식을 생산하며 그 과정을 생생하게 관찰한다. 몇 달 동안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옥수수를 재배하고, 유기농 밭에서 채소를 수확하며 양계장에서 닭이 얼마나 끔찍한 환경에서 길러지는지를 확인한다.

다음은 ‘먹이 사슬’을 통해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소는 원래 풀을 먹었지만 지금은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먹고, 그 배설물은 퇴비가 돼 다시 농사에 사용된다.

소를 잡은 후 내장 등 부산물은 다시 농장에서 재활용되며 일부는 사료에 섞여 들어간다. 바로 이것이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이지만,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고 수입을 금지하는 국가가 생겨도 이러한 관행을 아랑곳 않는 목축업자들은 존재한다.

일반 작물보다 몇 배 비싼 유기농 작물도 화학 비료나 제초제를 쓰지는 않지만 목가적 전원 생활을 하는 농부가 아니라 거대 회사가 운영하는 대규모 산업적 농장에서 만들어진다. ‘유기농 닭’의 재배 현장은 더욱 더 상상을 벗어난다. 품종은 일반 양계장 닭과 똑같다. 순식간에 자라고 닭가슴살 만들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부화한 후 5주 동안은 닫힌 건물 안에서 수만 마리를 함께 가둬 둔다. 5주 뒤면 건물에서 나와 잠깐의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지만 7주에는 도축된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독자는 점점 위기 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패스트푸드가 나쁘다는 얘기는 다 알고 있지만, 슈퍼마켓의 유기농 식품까지도 믿을 만한 게 못 되니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가.

지은이는 마지막 장에서 손님을 초대해 ‘완벽한 식사’를 차리기로 결심한다. 야생 돼지를 사냥하고, 산에서 버섯을 따고, 염전에서 직접 소금을 채취해서 상을 차린다. 비산업화된, 가장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대접한 것이다.

독자들은 물론 지은이마저도 매일 저렇게 ‘진짜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최소한 어떤 것이 좀더 자연에 가까운지 정도는 생각하며 식품을 고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잡식동물입니다. 우리에겐 50여 가지의 영양소가 필요하죠. 가공된 옥수수만 먹어서는 이런 영양소를 모두 섭취할 수가 없어요.” 잡식동물로 돌아갈 것. 그리고 가공식품에서 벗어날 것.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때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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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