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생태 평화주의 실험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강준만, 권성우 교수 등과 함께 이른바 ‘주례사 비평(대가의 작품에 노골적으로 찬양에 가까운 비평을 내는 것)’을 타파한 몇 안 되는 지식인 중 하나다.

2000년 <타는 혀>로 이미 김현, 김윤식, 백낙청, 임화 등 쟁쟁한 비평가의 글을 비판적으로 연구해 주목 받은 바 있다. 서울디지털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2006년 학내 문제를 지적한 칼럼을 한겨레와 시민의 소리에 기재한 이유로 교수 재임용에 탈락해 현재 고등법원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장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그에게 책 추천을 부탁하면서 기자는 소설과 평론 같은 문학서를 예상했다. 기대(?)를 저버리고 그가 대답한 책은 리 호이나키의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지난해 말 녹색평론에서 책이 출간된 것을 알고 찾아보았다”는 그는 “미국의 지식인이 생태 평화주의에 초점을 맞춰 썼다”고 말문을 열었다.

“생태주의로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 메시지이지요. 경제주의와 화폐중심의 현대 사회 틀에서 인간이 얼마나 벗어나서 살 수 있는지를 실험한 서적입니다.”

저자인 호이나키는 우리시대가 참으로 ‘기묘한 시대’라고 말한다. 엄청난 생산력의 발전에도 세계는 빈곤과 전쟁에서 헤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진보’의 프로젝트에 의해 안락과 편의성이 늘어날수록 인간은 제도와 기술, 전문가의 노예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늘어난다. 때문에 인간을 진실로 인간답게 하는 근본적인 조건, 즉 자유로운 의지에서 나온 자기희생의 정신과 타자에 대한 능동적인 환대와 같은 전통적인 덕행은 낯선 것이 돼버렸다.

물론 저자에게도 이런 상황을 타개할 해답은 없다. 다만 저자는 인간으로서 한계를 망각하지 않고 겸허한 마음을 가질 때 ‘품위 있는 삶’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이나키는 이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다. 그는 일리노이주 생거먼 대학의 실험대학에서 7년을 일한 후 그 대학의 정년보장 교수가 된다. 그 해에 대학을 그만둔 저자는 시골로 가서 농부가 되었고, 그곳에서 경제주의 사회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서 살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책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대상을 물어보자 이명원 평론가는 “나이 든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대로, 청소년에게는 청소년대로 좋은 책이다”고 답했다. 우문현답이다.

“삶의 방식이 딱딱한 사회구조로 짜여 진 사람들, 경쟁중심 이데올로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 추천합니다. 삶의 방식을 경제적 이윤동기에서 찾지 않고 초원적인 방식, 지금보다 나은 방식을 찾는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명원 평론가는 이 책을 읽고 주변인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40~50대 중에는 실제 ‘귀농’을 생각하다 이 책을 읽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20대는 책의 내용을 어떻게 실천할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책에서 보여준 호이나키의 가치관이나 태도, 대안적 삶이 아름답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도시적 삶을 사는 우리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게 어렵지 않냐는 반응이 많았죠.”

이명원 평론가는 그러나 “이 책에서 나오는 실천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관성적인 삶의 방식에 익숙한 독자에게 새로운 생활방식을 알려줍니다. 인간의 삶이 개인적인 경제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이웃과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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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