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나무들엔 물이 오른다. 무딘 사람들의 눈에도 마음에도 나무에 스며 올라오는 생명의 흐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나무는 바로 버드나무가 아닐까 싶다. 잎도 나지않은 가지뿐이지만 봄이오면 죽은 갈 빛의 나뭇가지에서 어느덧 노릇하고 파릇한 기운이 생명으로 출렁인다.

우리는 누구나 버드나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생각하여 꼽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버드나무만도 천안삼거리의 능수버들, 시냇가의 갯버들, 새색시 꽃마가 타고 가는 길에 늘어져 춤추는 수양버들, 백정들이 이용했던 고리버들 등 많이 있는데 이 이외에도 수없이 많아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류만도 사십 종류가 넘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그냥 버드나무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니 이러한 모든 종류를 싸잡아 버드나무로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버드나무류는 모두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활엽수이며 종류에 따라서 갯버들 같은 작은키나무도 있고 버드나무나 왕버들 같은 큰키나무도 있다. 이 모든 버드나무류가 제각기 잎모양도 생태도 다르지만 물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버드나무류를 총칭하는 속명 셀릭스(Salix)는 라틴어로 가깝다는 뜻의 살(sal)과 물이라는 뜻의 리스(lis)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연못이나 우물 같은 물가에 버드나무류를 심어 두면 어울렸지만 하수도 옆에 만은 심지말라고 하는데 물을 따라 왕성하게 뿌리가 뻗어 하수도를 막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우물가에는 물이 많으니 잘 자랄뿐 아니라 뿌리가 물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란다.

오늘은 이 많은 버드나무식구 중에서 그냥 버드나무를 알아보기로 하겠는데 가장 많이 혼동되는 것과 차이점은 버드나무는 가지가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 처럼 축축 쳐지지 않아서 구분이 가능하고, 능수버들은 1년생 어린 가지의 색깔이 황록색이고, 수양버들은 적자색이서 두 나무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수양버들은 고향이 중국인 나무이고, 우리나라 거리에는 특히 능수버들이 많고 공원 등엔 버드나무도 흔하다. 수양버들은 작정하고 찾아도 보기 어렵다.

사실 이 나무들은 늘어진 가지가 멋스럽고 특히 물가에서 잘 어울려 가로수나 풍치수로 많이 심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봄에 날아다니는 하얀 솜뭉치 같은 것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하여 있던 나무마져 베어 버리는 추세이다.

보통 꽃가루로 알고 있는 이것은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는 종자를 가볍게 하여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한 종자에 붙은 솜털로 종모(種毛)라고 한다. 꽃가루가 아니므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먼지에 휩쓰려 다니면서 좋지 않은 것들을 옮겨 다니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물론 암나무가 아닌 숫나무만 골라 심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게다가 대기오염에 강하고 대기정화능력도 좋다하는데 개선하면 될 걸 없애려하여 안타깝다. 세계인을 편안케 해주는 아스피린의 원료가 되는 물질도 바로 버드나무류의 뿌리에서 추출한 것이라고 한다.

버드나무 가지는 이별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버드나무가지는 동풍이 불어 흔들리고 강물과 어울려 푸르고 푸르구나. 요사이 버드나무 가지를 꺾기가 어려운 것은 이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라는 당나라 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녀간에 길을 떠나며 버드나무가지를 꺾어 주는 풍속이 있고 이를 절류지라고 한단다. 이별에 어찌 남녀만의 이별만 있을 건가. 세상에 모든 이별이 낭창한 나뭇가지 건네주며 마음을 전해주는 애틋하고 아름다운 이별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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