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산책로' '이청준 문학관'등서 느끼는 작가의 숨결억새로 유명한 천관산 등 빼어난 산수와 청정 바다도 일품

강원도에 정동진이 있다면 전라남도에는 정남진이 있다. 지도를 펴고 서울에서 직선으로 정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정남진이 있는 장흥을 발견하게 된다.

안양면과 용산면 일대 바닷가를 일컫는 이곳에는 아름다운 청정바다와 산수가 빼어난 명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옛날부터 뛰어난 문학 작가와 작품들이 많이 태어난 곳이다.

조선시대부터 가사문학의 효시인 기봉 백광홍 선생의 '관서별곡'이 바로 장흥에서 나왔다. 한승원, 송기숙, 이청준 선생 등도 장흥에서 태어난 문인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 작가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이런 토양 탓인지 장흥에는 문학기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명소들이 즐비하다. 여다지 바닷가에 마련된 한승원 문학 산책로, 이청준 문학관, 천관산에 있는 문학공원 등으로 이어지는 정남진의 문학기행 코스는 장흥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금년부터는 장흥에서 태어난 이들의 문학작품과 그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나 주제들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는 장흥 문학박물관과 문학연구소, 아카데미, 테마공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도 시작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문향(文鄕)으로서의 제대로 된 면모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장흥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한승원 선생을 만나려면 여닫이 바다로 가면 된다.

장흥의 남동쪽 끝자락에 있는 수문해수욕장 서쪽 수문교에서 사촌마을에 이르는 바닷가길이 소설가 한승원 선생의 산문과 시가 가득한 산책로로 꾸며져 있다. 한승원 선생은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 이름 지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의 집필실에서 바라보면 수문(水門) 여닫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바다는 사방에 연꽃잎 같은 섬들이 빙 둘러서 있어 화엄의 바다, 연꽃바다라고 작품을 통하여 이름붙인 적이 있다.

이런 여닫이 바닷길에 있는 ‘한승원 문학 산책로’는 600m의 바닷길인데 20m 간격으로 세워진 시비 30개에는 바다에서 퍼 올린 삶과 희망이 담겨 있다. ‘내 할아버지 이야기’, ‘새벽달’, ‘다시 파도’, ‘어등’, ‘시계’, ‘저녁 노을’ 등 한승원 선생이 지은 시 30수가 바닷가를 따라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야 제격인 이 산책길을 하늘이 두터운 솜이불을 덮고 있는 듯 꾸물거리는 날 찾아간다면 두고두고 잊지 못할 문학기행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돌아올 수 있다.

이 서정 넘치는 길이 끝나고 득량만을 향해 열려있는 방파제 위에 섯을 때, 마침 멀리 나갔던 바닷물이 다시 줄지어 행진하듯 들어오는 장관을 만난다면 정말 행운이다.

여닫이 바다(위), 문학공원(아래)

수평선과 잿빛 구름이 맞닿아 하늘과 바다를 구분할 수 없는 그런 여닫이 바다가 보이는 해안 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시가 있는 산책로에서 느낀 감동을 반추(反芻)해 보는 것도 모처럼의 문학기행의 여운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된다.

장흥을 대표하는 명산으로는 천관산(天冠山 723m)이 있다. 가을에 펼쳐지는 억새축제로 유명한 이 산은 기암괴석의 빼어난 조형과 부드러운 선이 일품이어서 사철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위해 찾아오는 곳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산의 정기가 특별해서 산기(山氣)를 넘고자 하는 고승(高僧)들이 수도하기에 적합하여 한때는 99개의 암자(庵子)가 있었다고 하며, 황금의 약수터가 있는 등 전설과 설화가 가득한 산이기도 하다.

이런 명산의 한 자락에 숲과 돌을 이용한 문학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천관산 남쪽자락인 탑산사 쪽 등산로에 있는 이 공원에는 15m 높이의 탑을 쌓은 후 국내 유명 문인들의 친필과 메시지 캡슐에 담아 놓은 문탑(文塔)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50여개의 큰 돌에 국내에서 활동 중인 여러 작가들의 산문이나 시를 음각해놓고 그들의 약력을 동판에 새겨 넣은 문학비가 있어 자연스럽게 문학공원이 만들어졌다.

천관산의 산세와 잘 어울리는 문학공원에서 마음에 드는 돌을 하나 골라 그 곳에 새겨져 있는 글을 눈과 가슴으로 읽어보는 경험은 천관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된다.

■ 토요일 장흥엔 신바람 장터 축제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면 장흥읍내 장터에서는 신명나는 축제가 벌어진다.

장흥의 전통농악인 버꾸농악 공연과 각종 풍물놀이가 펼쳐지고 품바공연 같은 토속적인 분위기의 공연이 이어지는 ‘정남진 장흥 토요 풍물시장’에서는 ‘즐겁게 놀고, 맛있게 먹고, 좋은 것을 사는’ 실속 있는 장터 여행을 만날 수 있다.

장흥 할머니들이 직접 생산한 무공해 산나물, 친환경농산물 등을 만날 수 있는 ‘난전 할머니장터’도 이색적이고 장흥 바다에서 나는 키조개와 매생이, 낙지 등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민속광장 토속음식점의 신선한 맛들도 환상적이다.

품질에 비해 값이 저렴한 장흥 한우 고기는 토요시장 한우판매장에서 부위별로 구입할 수 있는데 고기를 사가지고 인근식당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구이:6,000원, 육회, 주물럭: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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