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에드훠(ADD4) 빗속의여인 / 1964년 LKL레코드 상편작곡·연습에 2년 쏟아부어… 14곡 녹음작업 단 한번에 OK

한국 최초의 록 음반은 무엇일까? 신중현이 결성했던 1964년 ‘에드훠’의 첫 앨범에게 줄곧 월계관이 씌워졌었다. 하지만 그보다 5개월 앞선 ‘키보이스’의 데뷔앨범이 최근 발견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사실 밴드형식으로 결성된 최초의 록그룹은 ‘키보이스’, ‘에드훠’도 아닌 미8군 장교클럽 하우스밴드로 활동한 ‘코끼리브라더스’다. 음반의 존재가 확인된 적이 없어 전설적으로만 회자되는 그룹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결성된 그룹 ‘김치스’와 ‘바보스’도 있지만 이들 역시 앨범을 발표하지 않아 논쟁에서 제외된다.

발매시기로는 ‘키보이스’의 데뷔앨범을 최초로 인증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멤버들의 창작곡 부재’가 공식인증서 발급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에드훠’의 첫 앨범을 최초의 록 앨범으로 인정하려는 분위기는 모든 곡이 신중현의 창작곡이기 때문이다.

포크의 경우도 비슷하다.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통기타음반은 64년에 발표된 남성4인조 ‘아리랑브라더스’의 데뷔앨범이다. 포크 대중화의 포문을 연 ‘트윈폴리오’의 68년 음반도 있다.

하지만 두 앨범 역시 ‘창작곡이 없다’는 치명적 약점 때문에 68년 미국에서 건너와 창작 포크송을 발표한 한대수에게 ‘한국 모던포크의 창시자’라는 타이틀이 발급되어 있다.

70년대까지 국내 대중음악계는 미8군 가수라는 출신성분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가지고 행세를 할 수 있었다. 엄격한 오디션을 거친 실력 있는 뮤지션들만이 생존할 수 있었던 미8군 무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매우 호의적이었기 때문.

신중현은 미8군 무대에서 ‘히키신’이란 애칭으로 활동했던 뮤지션이다.

비틀즈가 첫 싱글을 낸 1962년과 같은 해에 그는 테너 색소폰 신지철, 드러머 김대환과 기록에 이름이 남아있지 않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2명과 함께 미8군 4인조 패키지 쇼 그룹 ‘클럽 데이트’를 결성했다.

“그 시절 키 작은 내가 장대같이 큰 신지철의 가랑이 사이를 넘나들며 기타를 연주해 기립박수까지 받을 만큼 내 쇼맨십은 대단했었다.” 당시 미군들은 유럽에서 시작된 록보다 자국의 록큰롤에 열광했다.

신중현은 제법 인기가 높았던 ‘클럽 데이트’를 미련 없이 해체하고 미8군 무대를 떠나는 모험을 감행했다. 비틀스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국적인 록음악을 시도하려는 야망을 품었던 것. 비틀즈의 애칭 ‘fab4'와 비슷하게 그룹명을 '애드훠(Add4)'로 정하고 4인조 라인업과 의상 컨셉트까지 벤치마킹했다.

일반무대에 도전장을 내기 위해 멤버들과 밤에는 동두천 미7사단 클럽에 출연해 생활비를 충당했고 낮에는 작곡과 연주연습에 몰두하며 승천을 꿈꿨다. 앨범을 제작할 음반사는 정해졌지만 녹음작업은 지연되었다.

앨범제작 음반사는 정해졌지만 녹음작업은 지연되었다.

수도 없이 교체된 멤버의 라인업 구성도 문제였지만 취입할 곡이 부족했다. 지금은 앨범이 팔리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디지털 싱글음반을 발매하는 시절이 되었지만 당시는 싱글발매 개념 없이 무조건 10곡이 넘는 앨범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시스템이었다.

신중현에겐 한국 최초의 창작 록 앨범에 수록할 곡 창작과 연습을 위해 2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 1964년 최종적으로 녹음작업에 참여한 뮤지션은 기타 신중현, 보컬 서정길, 드럼 권순근, 베이스기타 한영현이었다. 바로 이들이 한국 최초의 록 음반 ‘에드훠의 첫 앨범’에 참여한 공식 멤버들이다.

녹음은 일반 가정집을 녹음실로 사용했던 장충녹음실의 카펫이 깔린 응접실에서 단 하루 만에 끝났다. 멤버들은 정식 녹음장비가 아닌 휴대용 미군용 릴 테이프 녹음기에 길게 연결되어진 단 한 개의 마이크 주변에 모여 동시녹음을 시도했다.

연주나 노래가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녹음하는 악조건이었다. 동두천에서 맹연습해온 멤버들은 아침부터 시작된 14곡의 녹음작업을 실수 없이 단 한 번에 끝내는 초능력을 발휘했다. 한국 최초의 창작 록 앨범은 이처럼 척박한 토양에서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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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